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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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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토바이 친구가 오랜만에 찾아왔구나. 아버지가 쓰는 글의 애독자이기도 하지만 워낙 오래 사귄 친구다 보니 간혹 "사실 형님 하는 짓과 쓰는 글을 보면 뭔가 풀기 어려운 미스터리가 있습니다."라고 서슴없이 질문한다.

이 말을 서운하게 해석하면 하는 짓과 글이 일치가 안 된다는 말이고, 좋게 보자면 워낙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서 자유분방하게 보인다는 말이겠다. 이 친구가 아버지 영향이라고 굳이 말할 수는 없지만, 라오쯔(노자 철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단다. 뜬금없이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해오면, 남들이 들으면 하나도 재미없는 중국의 13경 이야기를 술이 파할 때까지 말하곤 한다. 결론은 이렇다.

내가 노자를 공부하고 장자를 따르며 공맹(孔孟)을 사모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먹고 싸고 자고 하는 것 이외의 것들에 대한 과한 욕심이 나를 괴롭힌다. 세상에 어떤 동물이 저 사는 집 말고 더 욕심을 부려 여분의 집을 마련하던가? 세상의 어떤 동물이 과도하게 먹을 것을 쓰고 남은 것들을 모아놓던가?

사람의 살림살이가 유위(有爲)의 삶이라면 동물의 삶은 무위(無爲)의 삶이다.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위(有爲)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유위(有爲)에서 얻어지는 희로애락 감정의 기복을 최소화시키자는 말이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은 무엇인가 이루어보고자 하는 욕망에서 얻어지는 감정이라고 믿는다.

커다란 슬픔과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본 사람만이 큰 기쁨과 즐거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큰 기쁨도 즐거움도 싫고 절망도 싫다. 욕망으로 일컬어지는 유위(有爲)에 대한 소극적 삶을 간직하면서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의 기복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아버지가 지향하는 삶이다.

배부르면 즐겁고 흥에 겨우면 몸짓하고 자식이 아프면 울고 벗을 만나면 즐겁고 이게 바로 아버지가 느끼는 소박한 감정의 전부였으면 참 좋겠다.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라고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말했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도 애써 만들어진 행복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치는 소박한 행복을 만나기 바란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다. 몸조심하거라.

고영민 시인의 관찰력이 좋구나. 아버지도 식당에 가면 따뜻한 밥그릇에 손을 덥히고는 했지. 그리고 아버지가 자주 사 오던 군고구마는 사가정역 1번 출구에서 사 오는데 아저씨를 잘 사귀어서 가끔 사진도 찍어가며 놀다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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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손

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 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 놓았다






태그:#모이, #아버지와 딸, #시집,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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