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딸아, 너는 하루에 몇 번이나 고마운 마음으로 사느냐?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의 구내식당 음식은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지만, 공휴일은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는다. 결국, 사 먹을 수밖에 없는데 집밥처럼 맛있고 편안한 구내식당 밥을 먹다가 입에 맞지도 않는 조미료 범벅이 된 식당 밥을 먹으려니 휴일만 되면 괴롭다. 그래도 타고난 천성이 있어 항상 즐거운 마음인데,

"안녕하세요. 컵라면 하나 주세요."
"예."
"고맙습니다."
"예? 제가 고맙지요."

편의점의 대화다. 편의점 주인 말대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손님인 나보다 주인이겠지. 그런데 그 편의점이 그 자리에 없다면? 나는 컵라면 하나 사러 얼마를 더 걸어야 할지 모른다. 편의점이 가까이 있으니 정말 고마운 일이지.

"안녕하세요. 김치찌개 주세요."
"예."
"너무 맛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맛있다니 고맙습니다."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밥처럼 맛있습니다."

휴일, 식당에서 주인아주머니와 대화다. 밥은 생명이다. 음식이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내 입에 들어가는 밥을 해주니 고마운 일이야. 그래서 아버지는 식당을 가면 항상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지. 칭찬을 하다보면 주인아주머니의 서비스에 기분 좋은 미소가 보태어진단다.

딸아, 너는 하루에 몇 번이나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매사에 고마워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행복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 너의 행복이다. 그러나 발목이 부러져서 목발을 짚고 다닌다 해도 발목이 목발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남에게 베푸는 행위에는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 하지 말아라. 네가 베푸는 선행 속에 에고(egoism, 이기주의)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선행이 아니다.

오늘 회사 정원을 산책하는데, 세상에! 아버지만 아는 장소에 딱 한 그루 있는 영춘화가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구나. 얼마나 반가운지 한참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그만 "아이구 예뻐라, 아이구 고마워라."를 연발했다. 세상에는 참으로 고마워할 일이 많고도 많다. 영춘화 얘기가 나왔으니 오늘은 '들꽃' 시 한 편 감상하렴.

-

들꽃에게 묻다

나석중

당신은
조용히 산다고
후미지고 외딴 곳에
납작 엎드려 살면서
소식 끊고 꽃은 왜 피우십니까?

먼 데서
벌나비 모여드는데
조용히 산다면서
누구 좋으라고
은근한 향기를 내시는 겁니까?

북인시선 나석중 시집 '풀꽃독경' 13쪽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태그:#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