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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28세. 막 꽃을 피운 청춘이 산업현장 속에서 또 하나 사그라졌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은 지 불과 며칠 만에 예비 아빠 주아무개씨의 꿈은 물거품이 돼 주검으로 돌아왔다. 그가 떠났다는 것을 아직도 믿을 수 없는 가족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주씨의 아내는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울고만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설비 보수작업을 하던 한 청년이 지난 13일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이틀이 지나서야 주 씨의 빈소는 당진 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부산 출신인 고인의 친구들과 지인들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한두 명씩 빈소에 도착했다. 비보를 접한 이들은 연신 눈물을 흘리며 통곡할 뿐이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대학 친구들은 다음 주에 주씨와 스키장에 가기로 약속했었다. 고인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약속도 안 지키는 아이"라며 "실컷 욕하고 가라"면서 울부짖었다.
빈소에서 만난 친척들에 따르면 주 씨는 어릴 적부터 말썽 한 번 부린 적 없던 아이였다.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반항 한 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착했단다. 주 씨의 동생은 "연년생이었던 형은 자신의 앞가림도 잘 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사람"이라며 다신 볼 수 없는 형을 추억했다.

상반신·두부 협착으로 사망

지난 2014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주씨는 지난 13일 오후 2시 30분경 정기보수작업을 진행하던 중 기계장치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빈소가 차려진 15일 부검이 진행됐다. 수사당국은 주씨가 1차 상반신 협착과 2차 두부 협착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주씨는 안전관리자, 사수 등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일을 하고 있었다. 사고 이후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119가 오기까지 골든타임을 놓쳤다.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일 유족들은 현대제철 측에 CCTV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사고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유족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리고 "기계 오작동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답변만 전했을 뿐이다. 이후 경찰을 통해 CCTV를 확인한 유족들은 "어두웠지만, 사람의 움직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며 "현장답사 중 CCTV 제어실에서는 책임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어"

부검 후 이뤄진 사고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조사가 이뤄졌다. 사고현장을 답사한 유족은 "설비 중인 기계의 작동금지 표시, 기계 동작을 급정지할 수 있는 비상 스위치, 끼임목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추락위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발판 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노동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헬멧 하나뿐이었다"면서 가슴을 쳤다.

현재 회사 측에서는 단 한 번 얼굴을 비췄을 뿐 연락도 없는 상태다. 유족들은 "노조와 협의하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이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 안전에 대해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시대 김예나 기자



태그:#현대제철, #당진, #현댇제철 당진공장, #현대제철 사망,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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