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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을 위해, 그리고 무조건 장애인을 위한 삶을 결심했어요."
▲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 최명진 이사장 "제 아들을 위해, 그리고 무조건 장애인을 위한 삶을 결심했어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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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자리다툼이 아닌 공존을 선택하듯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힘을 모았다.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 최명진 이사장을 만나 설립부터 현재까지 여정을 들어본다.

"순간에 뛰어 내달려 버리는, 무조건 앞으로 치닫는 아들이 있어요. 자폐성 발달 장애를 지닌 아들입니다. 이 아들의 장애를 수용하기까지 너무나 힘든 과정이 있었어요. 치료, 교육의 과정이 너무나 어려웠죠. 부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부모 연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5년 당시 저희가 살던 충남 홍성에는 복지 시설이 없어 아들의 치료와 교육을 위해 대전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삶을 결심했어요."

'함께'를 외치며 세상과 소통하다

"장애인이 행복하려면 그 가족이 행복해야지요. 자연스럽게 장애인 가족지원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 최명진 이사장 "장애인이 행복하려면 그 가족이 행복해야지요. 자연스럽게 장애인 가족지원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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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진 이사장은 대전으로 이사온 뒤 제일 먼저 교육권연대와 인연을 맺었다. 2006년도는 전국적으로 장애인의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권연대 활동이 불붙었던 때였다. 최 이사장은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2007년 제정), 장애아보육지원법(2010년 제정), 발달장애인법(2015년 제정) 등 법 제정을 위한 부모연대 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여전히 발달장애에 대해서 비장애인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편견, 배제, 분리, 거부 현상이 심했다. 그래서 최 이사장은 발달장애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노력을 하는지 월간 잡지 '좋은생각'의 '필통'이라는 사이트에 일기를 쓰듯 글을 올렸다. 햇수로 6년 동안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과 공감하며 발달장애에 대해 세상과 소통했다.

발달장애 당사자와 그 부모, 비장애 형제자매의 어려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글로 이어진 인연 덕분에 호주까지 다녀오는 귀한 경험도 했다. 법은 제정되어 시행되었고 세월이 흘러 장애 자녀가 성인기에 접어들었다. 최 이사장은 또다시 벼랑에 섰다.

"장애인이 행복하려면 그 가족이 행복해야지요. 자연스럽게 장애인 가족지원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활동권을 위해 장애인 차별철폐 연대활동을 하고 있고, 아무리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된다 해도 사람들의 관점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현재 장애인권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 이사장의 꿈은 소박하다. 장애가 있는 아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했던 시간들이 오늘의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되었다. 최 이사장은 대중 앞에서 발언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던 말수 적고 내향적인 성격이었다. 아들의 장애와 함께 하며 엄마로서 말문을 열었고, 여전히 '함께'를 외치며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들과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발달 장애인 일자리 창출, 도전장을 내다

발달 장애인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최 이사장은 그러한 편견에 도전장을 냈다.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도전'이라는 소셜벤쳐 경연대회에 발달장애인 세차사업을 아이템으로 출전했다. 이것이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의 시작이었다.

"발달장애인의 강점과 특성에 기반한 일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들의 순간집중력과 반복적 성향을 강점으로 활용하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들에게도 일자리를 주어 지역사회 안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저희의 생각이었어요."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 조합 조합원들이 세차를 하고 있다.
▲ 회오리 세차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 조합 조합원들이 세차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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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인 세차사업'이 전국경연대회 최종 결선에 올랐다. 최 이사장 팀은 당시 "장애인은 게으로고 약속도 안 지키고, 분노조절이 안 되는데 그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을 받고 작심했다.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말고, 가장 절박함을 아는 우리가 이 일을 해보자!" 이 작심을 시작으로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은 그 탄생을 알렸다.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은 발달장애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주목적으로 2013년에 창립되어, 5년째 친환경 회오리 에어세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9명의 직원조합원(비장애 3명, 발달장애 6명)이 일하고 있으며, 15명의 이사진 포함 50명의 대의원, 200여 후원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답니다. 조합원들은 주로 장애인 부모, 가족, 당사자들,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등 관련 종사자들입니다. 장애 인권 실현과 사회적 경제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최 이사장과 조합원들은 소셜벤처 경연대회를 준비하면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 절박함을 바탕으로 2013년에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을 창립하고 첫 번째 사업으로 세종시 사회적 기업인 두레마을을 찾아 회오리 세차기술을 도입해 세차사업을 시작했다.

회오리 세차란 무엇일까? 세차할 때 한 컵 정도의 물을 사용하여 물 대신 에어컨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노웻이라는 약품을걸레에 묻힌 수 수작업을 한다. 오폐수가 전혀 없는 데다 내부 세차는 향균 처리까지 진행해 친환경 건강 세차라는 말을 듣는다.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선 간절하게 일을 하고 싶어하는 발달장애 당사자와 그 부모를 만나 면접을 보고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며 소통했다. 그렇게 해서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은 출범했다.

안타깝고 어렵지만 더불어 함께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회오리 세차을 하고 있다.
▲ 회오리 세차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회오리 세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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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비장애인들이 있어 마음이 아팠다.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의심하고 세차 결과에 불만족을 드러내며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여건 속에 꾸준히 출장 세차를 하며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직원들의 노고가 고맙기만 하다.

현재 세차는 하루에 한 두 곳을 정해 출장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시청, 교육청 등 관공서와 특수학교, 일반 중고등학교, 신협, 생협 등 협동조합, 연구소, 일반기업체 등 다양한 곳의 협조를 얻어 진행하고 있으나, 세차량이 들쑥날쑥해 전체 직원 조합원의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도 버거운 형편이다.

장애인 직원들의 노동생산성(세차의 질, 속도)에 개인적 차이가 있어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팀장들에게 과부하가 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꾸준히 영업영역을 넓혀가고는 있지만, 출장지마다 이용 차량이 적어 힘든 상태다. 결과적으로 매출 실적이 저조하다. 참여 일자리, 고용 장려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직원들 급여가 어렵게 지급되고, 복지 지원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최저임금을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 지급이 보장된 일자리를 만들어 더 많은 발달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싶은 게 최 이사장의 바람이다. 그래서 협동조합보다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최 이사장은 일과 삶이 연결된 행복한 일터를 꿈꾼다. 청년 발달 장애인들이 자기 소득으로 여가를 즐기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고 싶다. 발달장애인 노동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하여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의 지평을 넓히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매장 설립을 통한 수익 개선이 출장 세차보다 더 유익하다는 게 조합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비가 오면 안 되고, 추워도 안 되고, 너무 더워도 안 되며, 꽃가루에 황사에 출장 세차의 맹점이 너무나 많다. 더구나 출장지에서 전기 사용이 안 될 때는 환경 자체가 척박해져 세차에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매장이 있다면 일반 세차 뿐만 아니라 좀더 전문적인 명품세차, 실내스팀 클리닉을 할 수 있다.

세차 이외의 사업을 모색하는 최명진 이사장의 그 진정성에 놀란다. 실내보다 실외가 편안한 장애 특성에 맞게 더 적합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늘 노심초사 중이다.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실은 척박하지만 잘 되길 바라는 믿음으로 최명진 이사장은 오늘도 내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중증 장애인 일자리 창출 지원과 관련한 제도 개선, 먼 장래 일이지만 가정으로부터 직원들이 독립할 때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는 어디에 있을까. 최 이사장은 함께 웃으며 내일을 설계 중이다. 많은 분들의 공감과 응원을 기대한다.

발달 장애인들이 문화 생활을 즐기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도록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야구장을 찾아 즐기고 있다.
▲ 야구장에서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야구장을 찾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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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이 이루어낸 성과는 무엇일까.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도망가고 싶지 않은 일터, 존중받는 일터로 자리잡았다는 소중한 평가다. 지속적인 고용으로 5년 째 퇴사자가 두 명 밖에 안 된다는 게 그런 일터의 가치를 증명한다. 한 명은 장애특성상 추운 겨울에 외부작업을 해야 하는 조건을 꺼려서 퇴사했다. 다른 1인은 다른 진로를 모색하고자 일터를 떠났을 뿐이다.

"우리는 여가와 문화생활을 함께 하고 있어요. 매달 회식과 더불어 창립 초기부터 자조 모임을 지원하고 있답니다. 발달 장애인의 일뿐만 아니라 삶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지요. 첫해는 장애인 가족지원센터로부터 '청년의 사랑' 자조 모임을 진행했는데, 당사자가 직접 참여해 이끌어가는 형식이었어요. 그를 통해 그들이 그 나이 때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조 모임은 지속되고 있으며, 몇 명은 발달 장애인 자조 모임에 참여해 역량 강화 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취업 지속성이 저조하다고 하나,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은 초지일관 함께 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힘들지만 좋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장애 이전에 사람으로 함께 합니다. 일명 '피플 퍼스트'를 토대로 사람이 우선하는 연리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처음에 했던 자조 모임이 바로 야구 경기 관람이었는데 아직도 그 여운이 크게 남아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게 당연한 경험이 우리 발달 장애인들에겐 꿈이자 목표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의 2017년 정기 총회
▲ 정기 총회 때 다함께 찰칵~ 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의 2017년 정기 총회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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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들은 친한 사람들끼리 언제든 모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은 그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관계 형성부터 경험까지 모든 상황이 어렵다. 발달장애인들의 꿈은 단순하다.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만 있다면 성공이다. 그 성공 사례 중 눈물이 앞을 가렸던 추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신 것이다. 서로 어울리고 배려하며 지역 사회에서 즐길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람이 없다는 게 최명진 이사장의 신념이다.


태그:#대전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 #최명진 이사장, #회오리 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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