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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지 중국말이 들리던 제주도가 '사드'로 인해 잠잠해졌다. 워낙 인구가 많은 나라라 그런지 한번 오면 사람의 수가 한국과 다르다. 한적하게 여행해볼 수 있는 제주도를 그리워했던 사람들에게는 요즘이 가장 좋은 때인 듯하다. 하늘과 바다가 아름다운 섬 제주의 한저옵서예라는 제주 사투리는 '어서오세요'라는 의미다. 과거의 아픔도 있지만 불과 물이 빚어낸 화선섬인 제주도는 우리나라 유일의 특별자치도다. 

에코랜드
▲ 에코랜드 에코랜드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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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열 번 넘게 가보았지만 에코랜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래 곶자왈에 자리한 에코랜드는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을 모델화해 영국에서 제작한 링컨 기차로 체험하는 테마파크다. 기차역마다 콘셉트가 달라서 보는 맛과 즐기는 맛이 남다른 곳이기도 하다. 육지는 긴 코트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춥지만 제주도의 11월은 따뜻해서 반팔을 입을 수도 있다.

기찻길
▲ 기찻길 기찻길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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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랜드는 총 5개의 역으로 조성돼 있다. 출발하는 메인역, 에코브리지역, 레이크사이드역, 피크닉가든역, 라벤더, 그린티&로즈가든역으로, 각 역마다 제주도의 자연과 생태를 즐기고 둘러볼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특히 이곳을 운영하는 기차는 4종류의 원색으로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좋아할 만하다.

제주도
▲ 가을 제주도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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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암석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땅 곶자왈에도 단풍이 졌다. 보통 단풍은 기온이 0도까지 내려가면 나무가 그 신호를 알아채고 천천히 잎의 색깔을 변화시키면서 나뭇잎을 떨구는 것인데,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기온이 0도까지 내려간 적은 없었다. 단풍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에코랜드
▲ 호수 에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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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브리지역에서 내려보니 먼저 호수가 필자를 맞이해준다. 이곳에는 2만여 평 규모의 호수 줄기에 300 여미터의 수상데크가 설치돼 있어서 호수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다음 역까지는 걸어가면 되는데 산책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좌측으로 가는 길보다 우측으로 가는 길의 풍광이 조금 더 좋다.

단풍
▲ 나뭇잎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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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떨어진 나뭇잎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아무런 패턴이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덩어리로 쪼개져서 지형을 형성했는데, 이런 척박한 땅에도 곶자왈 나무와 이끼가 자라나며 다양한 식생을 이룬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보통 비슷한 식생을 가진 식물들이 자라나는데 이곳에서는 근거리에 있어도 전혀 다른 특성의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푸른나무
▲ 푸른나무 푸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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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들었다고는 하나 제주도의 나무들은 아직도 푸르르다. 여름이 지난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여름이 가는 것을 붙잡고 있다. 여름과 가을색이 오래도록 공존하는 곳이 제주도인 듯하다.

낭만
▲ 가을낭만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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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11월의 가을향기를 맡으면서 걸어 들어가는 이곳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각종 나무와 꽃이 있고 주변을 날아다니는 온갖 새들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연인과 걷기에 좋은 장소이다.

풍광
▲ 이국적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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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데크를 지나오니 또 다른 풍경이 나온다. 네덜란드의 한 마을을 연상케 하는 곳인데 그래서 조금 더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기차를 타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많은 중국 사람이 오는지 한국말 소개 다음에 바로 중국어가 나온다.

꽃이 없었다면 인간사회는 참으로 삭막해졌을 것이다. 꽃잎·꽃받침·암술·수술 등으로 이루어진 꽃은 꽃식물의 생식 기관일 뿐이다.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꽃은 갈래 꽃이고, 꽃잎이 하나로 돼 있는 꽃은 통꽃인데 보통 통꽃이 떨어지는 것이 더 아련하게 다가온다.

돈키호테
▲ 돈키호테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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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역인 레이크사이드역 길목 바로 앞에 돈키호테가 있다. 세르반테스 장편소설의 주인공인 돈키호테는 현실을 무시한 공상적 이상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망상에 빠져서 그런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여윈 말 로시난테를 타고 산초 판자와 더불어 기사 수업(騎士修業)을 다니면서 기지와 풍자를 곁들인 여러 가지 일과 모험을 그리고 있다.

풍광
▲ 풍광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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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사이드 역의 건물의 위로 올라오면 주변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멀리 아까 걸어온 수변데크가 보이고 아래에는 이국적인 네덜란드의 느낌이 묻어난다. 우측으로 가면 갈대숲이 있어서 숨바꼭질을 해볼 수 있다.

클래식
▲ 기차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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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기다리지 않았는데 다음 기차가 들어온다. 이번 기차는 클래식한 느낌이 묻어 난다. 4-2-2 모델인 이 기차는 앞바퀴 4개, 중간 바퀴 2개, 뒷바퀴 2개를 의미하는데 이 모델의 전신은 1872년에 제작된 Baldwin 4-4-0이다.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증기기관차 모델로 미국의 대륙횡단 열차로 이용됐다.

열차는 출발해 제주도의 식생을 설명해주면서 다음 역인 피크닉가든역에 도착했다. 내리면 바로 보이는 금잔디에서는 피크닉을 즐길 수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을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곶자왈 숲 길인 에코로드가 만들어져 있다.

에코로드
▲ 에코 에코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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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왔다면 좌측의 키즈 타운으로 가는 것을 권하고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우측의 에코로드로 가는 것을 권해본다.

이역에서 만날 수 있는 에코로드에는 제주도의 보존자원 1호인 화산송이가 산책길 전구간에 깔려 있는데 이끼고사리 군락지와 화산 폭발 시 생성된 화산 송이길을 맨발로 걸어볼 수 있다. 건강한 숲과 더불어 타박타박 화산 송이길을 걷다 보면 제주도 자연의 숨은 속살을 만나볼 수 있다.

기차
▲ 노란색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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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풍광
▲ 마지막풍광 마지막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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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와 그린티, 로즈가 있는 역이다. 이 역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메인 역으로 이동하면 이곳에서의 여정은 막을 내리게 된다. 이 역은 지난 2013년에 오픈한 곳으로 기차에서 내려 가든브리지를건너면 허브와 꽃이 같이 어울리는 유럽식 정원과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꽃
▲ 만개한 꽃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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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의 꽃은 대부분 졌지만 이 곳에서의 꽃은 만개해 있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이곳은 돌아다니면서 꽃과 함께 사진을 찍고 허브향을 맡고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일상의 여유를 즐기면 그만이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곳이다.

라벤더
▲ 허브향 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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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산신인 삼신 할망은 일태의 영력이 있는 생불 꽃을 두 손에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인간에게 잉태와 분만을 시켜준다고 한다. 꽃이 생명의 씨인 것이다. 제주도의 꽃 풀이는 돈을 받고 꽃 사발을 내려놓으며 잉태 여부와 아들과 딸을 예언하는 의례이기도 하다.

기차여행
▲ 마지막기차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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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를 메인 역으로 데려다 줄 마지막 열차는 붉은색이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계절인 여름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여름의 기운이 가득 찬 제주도에서 붉은색을 만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눈이 맛있었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에코랜드 테마파크 
- 이용시간 : 하절기 (08:30 ~ 18:00) 동절기 (08:40~17:00)
- 기차 운행 간격 : 7~12분
- 이용요금 성인 (12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태그:#제주여행, #에코랜드, #제주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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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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