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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주택 관련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다주택자 투기 근절을 중심으로 한 8·2부동산 대책, 10월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주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 두 대책이 주택소유자나 주택구매력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면, 주거복지로드맵은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주택구매력이 없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이다.

지난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재건축, 대출 등)로 파생된 전셋값 폭등과 부담스러운 월세 때문에 비자발적 이주와 경제적 고통을 감내했던 세입자들은 촛불 정신을 계승한 새 정부가 주거비 부담 및 비자발적 이주를 완화시켜줄 대책을 우선적으로 수립하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2년인 임대차 계약 기간을 세입자가 원하면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임대료의 인상 폭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그리고 20년 이상 입주할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의 획기적 확대공급이 대표적인 핵심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입자들이 원하는 핵심 정책 도입을 뒤로 미루면서, 핵심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기초 토대, 즉 민간임대인들이 먼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민간임대인이 보유한 임대주택의 등록률이 15%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들이 상당한 비율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선 임대차등록제, 후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 골자다. 정부는 임대차를 등록한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세금 및 의료보험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고, 대신 그에 상응하도록 민간임대사업자에게 5년~10년간 장기 임대와 시세 이하 임대료 등을 받도록 해 주거안정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 임대차등록제를 주장하는 정부의 입장은 세입자의 자율성과 세입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발상이다.

인생살이 설움 중에서 가장 큰 설움이 집 없는 세입자의 설움이라고 한다. 단순히 전·월세가 많이 올라 경제적으로 고통스럽다는 면만은 아니다. 계속 오르는 집값에 집 장만의 꿈을 포기해서도 아니다. 세입자로 살면서 불만이 있어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과 제도 때문이다.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은 인권문제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4일 용산의 한 아파트 부동산 중개업소.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등 11개구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지난 8월 4일 용산의 한 아파트 부동산 중개업소.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등 11개구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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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2년 계약 기간 후 계속 거주하고 싶으면, 임대인 듣기에 싫은 소리나 불편한 점의 개선을 요구할 수 없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2년 계약 기간을 보내야 한다. 2년이 지난 임대인이 재계약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고, 전·월세 임대료를 (무한정)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주택임대차관련법은 계약 기간이 2년으로 돼 있어서, 임대인과 세입자 간 대등한 교섭이 될 수 없다. 힘이 임대인에게 쏠려있다. 이해관계가 다른 개인이나 세력이 대등하게 힘을 갖게 하는 갖도록, 힘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임대사업을 하면 당연히 임대인은 법에 명시된 임대사업자등록을 세무서와 구청에 해야 하는데, 이를 행하지 않는 임대인들의 상당수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때까지, 세입자에게 지금처럼 임대인에게 할 말 못 하고 참고 살아가라고 하는 공정하지 못하다. 임대차등록제와 별개로, 세입자가 자기 권리를, 제 목소리를 내게 하는 방향으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즉시 도입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주택 생활에서 느끼는 문제를 임대인에게 표현하고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국민의 50% 가까운 세입자들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는 나라를 선진국,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

정부는 세입자가 소득 대비 부담 가능한 임대료로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마음 편히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에 세입자의 '인권 문제'이기도 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포함시켜야하고, 그 실현 의지를 분명하게 천명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동수 기자는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서울시 임대주택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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