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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는 여의도, 선유도, 밤섬, 저자도 등 여러개의 섬이 있지만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한강 위의 보물 '노들섬(일명 중지도)'은 특히 친근하고 유명하다.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곳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고 국제공모를 한 지 어언 10년이 훨씬 넘었다. 다음 오세훈 전 시장은 오페라하우스와 전시공연연이 가능한 '한강예술섬' 조성을 추진했지만 6년을 표류하다가 2011년 지금의 박원순 시장을 만나 설계비 등 수백억 원을 날리고, 전면 백지화 된 상태다.

한때 서울의 꿈처럼 거창했던 오세훈표 한강르네상스의 중심 노들섬개발계획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최근 서울시는 음악공연장과 자연생태보전을 위한 '노들마을' 형태로 소담하게 꾸미는 박원순식 지역특화사업을 조성키로 했다. 공모작도 선정했다. 당장 다음달에 시공에 들어가 내년에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서울시의 오후 동작구 노량진동 주민설명회를 취재했다. - 기자 말

26일 촬영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의 낙후한 모습. 한강대교를 남단 진입부의 교통량은 막대하고 마을은 산비탈에 앉아있어 한강 조망은 제일이란 평을 듣고 있지만 도시개발이 막혀 주민들은 수십년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차장이 없어 차를 세우기도 어렵다. 이들은 노들섬 개발과 연계해마을 아래에 있는 노들공원(정수장 옛터) 지하에  공영 주차장 건립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의 낙후한 마을 모습 26일 촬영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의 낙후한 모습. 한강대교를 남단 진입부의 교통량은 막대하고 마을은 산비탈에 앉아있어 한강 조망은 제일이란 평을 듣고 있지만 도시개발이 막혀 주민들은 수십년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차장이 없어 차를 세우기도 어렵다. 이들은 노들섬 개발과 연계해마을 아래에 있는 노들공원(정수장 옛터) 지하에 공영 주차장 건립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 김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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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능행차 시 배다리와 6·25 때 폭파로 널리 알려진 제1 한강 다리 '한강대교'는 일제 강점기인 1016년에 착공해 1917년에 완공한 한강 최초의 인도교다. 올해 꼭 100주년이 됐다. 서울의 동서 중앙부인 용산구와 동작구를 연결하고 있다.

용산쪽은 이촌동, 동작구 쪽에 걸쳐진 곳은 노량진(본동일대)이다. 노량진이란 일찍이 용산에서 건너다볼 때 '백로가 노닐던 들판'이란 뜻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노량진도 '백로가 노닐던 나루'란 뜻이다. 이 한강대교의 중간에 노들섬(이전 지명은 중지도)이 있다. 한강의 섬 중 여의도 다음 크기다.

노들섬은 원래 용산쪽에 붙어있는 백사장이었다고 한다. 한강 인도교를 부설할 때 모래언덕에 석축을 쌓아 인공섬을 조성해 중지도라 명명한 것이다. 1960년대엔 서울시민의 피서지, 낚시터, 스케이트장,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코스, 가족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 등으로 활용된 정겨운 곳이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서울시는 노들섬 '유원지' 개발계획을 발표했으나, 민간업체들의 경영화와 공공성 확보의 부재 등으로 보류를 반복했다. 1989년 공원시설로 지정했으나 점차 시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간 곳이다. 2005년 이명박 전 시장이 부임한 뒤 서울시는 당시 소유주이던 기업 건영으로부터 270억원에 이곳을 매입한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벤치마킹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한 거대한 국제공모전을 내놓는다. 서울시민들과 인근 용산·동작주민들은 환호했으나, 그것도 잠시 4500억 원이나 소요되는 거대 규모 공사는 예산 등으로 무산되고 텃밭으로 전락한다.

2013년 박원순 현 서울시장 부임 후 서울시는 이 노들섬 활용성을 재검토하기에 이른다. 사회적 공감대의 필요성을 느껴 시민참여 공모,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쳤고 시민참여에 의한 단계적 개발이라는 합의에 이르러 '노들꿈섬 공모전'을 열었다.

2015년, 노들꿈섬 공모전은 특이하게 운영자부터 먼저 선정한 후 시설을 조성토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모전을 통해 '밴드오브노들'이 운영자로, 시설은 스튜디오MMK의 안으로 하기로 결정됐다.

핵심 내용은 500억 미만의 적은 예산을 투입, 서측부분에 3층 정도의 건축물을 건립해 음악문화예술단지로 육성하고, 동측은 현재의 자연생태계를 살려 맹꽁이 서식지를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오후, 서울 동작 노량진동 노량진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청의 '노들섬개발계획(특화공간 조성사업)' 사업설명회장.
▲ 서울시, 노들섬 개발계획 동작구민 설명회장 26일 오후, 서울 동작 노량진동 노량진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청의 '노들섬개발계획(특화공간 조성사업)' 사업설명회장.
ⓒ 박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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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시장 박원순)는 26일 오후 동작구 본동소재 노량진교회 2층 100주년 기념관에서 공공재생과(과장 홍선기) 주관으로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 관련 동작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는 동작구청 도시전략사업과 담당관이 사회를 맡고 서울시 공공재생과장, 동작구청 관련 부서장, 설계자 등이 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주민 대다수는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시민들은 사업 기획단계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라 알고 참석했다가, 대체적으로 모두 결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고 분노했다.

주민대표 중 한 명인 장경영(77)씨는 서울시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교통체계 대응이 누락됐다. 1일 10만대 이상이 통과하는 한강대교의 교통체계 검토가 배제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 홍선기 공공 과장은 "추후 면밀히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주민대표 홍순채(75)씨는 "우리나라에 다시 없는 이런 귀중한 땅에 왜 세금으로 어설픈 시설을 만드느냐"라며 "서울시가 재정이 없으면 민간에 위탁해서라도 역사에 길이 남고,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콘셉트로 시민의 경제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차 서울을 넘어 한국의 랜드마크가 돼 세계인들을 불러 모을 건축물을 지어야 할 게 아니냐"고 통분했다.

서울시는 최근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인 '식생태계 최대보전'을 위해 전문가, 환경단체, 시민단체들을 동원, 노들섬 동측숲에 맹꽁이 보금자리 마련 계획을 수립하고, 서측 서식 맹꽁이를 동측 산란처로 이동시키기 위한 '맹꽁이 서포터즈 자원봉사단'도 모집하는 등 환경보전에 치중했지만,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여성주민은 "주민들이 맹꽁이만도 못하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노량진에서 40년 동안 살았다는 박성옥(70)씨는 "노량진 일대는 한강변경관지구로 묶여 15층 이상 건축물을 건립하지도 못하고, 지역노후화로 수십 년을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면서 "동네가 언덕빼기라 마땅한 주차장도 없이 신음하고 있다. 시장이 진정 시민을 생각한다면 구 정수장(노들공원)터 지하에 주차장을 건립해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하면서 "장차 노들섬 출입객들의 주차문제도 공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동작 노량진교회에서 열린 동작구민대상 사업설명회에서 발표한 서울시의 한강노들섬 개발계획도. 넓은 서측은 음악. 문화시설, 동측은 맹꽁이 서식지로 보존.
▲ 2018 개장 예정인 서울시 노들섬 개발계획도 26일 오후, 서울 동작 노량진교회에서 열린 동작구민대상 사업설명회에서 발표한 서울시의 한강노들섬 개발계획도. 넓은 서측은 음악. 문화시설, 동측은 맹꽁이 서식지로 보존.
ⓒ 김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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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개발이후의 혜택은 동작주민들이 많이 수혜될 수 있을 것'이란 시 담당관의 말에 주민들은 하나같이, "동작구는 영화관도, 백화점도 제대로 없는 지역이라 돈 벌어서 다른 지역에다 다 쏟아붙는 헛개비 삶을 살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민은 "이곳이 만일 강남이었다면 그런 계획을 수립했겠냐"고 하소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주민은 "박 시장은 여기서 배추농사나 짓고, 공원이나 만들고, 무슨 음악문화예술관을 짓는다고 하는데, 서울은 산악지역이라 자연공원 만들 장소는 허다하고, 맹꽁이는 변두리에서 키워도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오페라하우스도, 서울시가 계획하는 음악문화센터형태도 다들 문화를 얘기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서울시는 예산 범위내에서 아담하게 자연친화적으로, 주민들은 민간에 위탁해서라도 웅장한 세계적 건물단지화 된 초대형 천년문화재급 복합문화센터를 세워주길 원한다. 서울시와 주민들이 어떤 협의과정을 거쳐 노들섬을 바꿀지 주목된다.


태그:#오페라하우스, #노량진동, #노들섬, #한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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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안전관찰위원 겸 안전보안관, 국민예산감시단, 국민안전진흥원/대한안전연합/서울시민파수군협회 고문, 한국안전방송신문, 위키트리, 내손안에서울 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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