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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kt 위즈 소속의 김상현 선수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
 2016년 6월, kt 위즈 소속의 김상현 선수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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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의 '음란행위'와 임의탈퇴 처분

2016년 6월 16일, 당시 kt 위즈 소속의 프로야구 선수 김상현이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 당시 김상현은 kt 위즈의 2군(퓨쳐스) 구장이 있는 전라북도 익산의 한 원룸 앞에서 한 여성을 보고 차 안에서 자위행위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심지어 해당 여성을 차로 따라가며 자위행위를 지속했음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다.

김상현은 피해 여성에게 발각되자 곧바로 차를 몰고 달아났으나, 차 번호를 외운 피해 여성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김상현은 공연음란 혐의로 입건되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7월 12일경, 이 사실이 알려지자 팀에서도 임의탈퇴(선수 권한 보류) 공시되었다.

경찰에서 김상현은 "순간적으로 충동을 참지 못해 그랬다" 고 진술했다.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고, 구단 측에서도 '품위 손상'을 이유로 들어 단순한 출장정지나 제제금이 아닌 임의탈퇴라는 무척 이례적이고 강력한 제제를 가하기로 했다(달리 말하면 야구계의 징계는 승부 조작 같은 야구계 내의 사건이 아니면 별로 무겁지 않게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전 소속팀인 KIA 타이거즈 시절인 2009년 홈런왕과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고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워 '돌아온 김 상사' 라는 별명이 생겼을 만큼, 당대 한국 야구에서 손에 꼽을 만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였기 때문에 야구계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당시 소속팀이던 kt 위즈는 장성우의 사생활 사건이나 오정복의 음주운전 사건 등 내홍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터였기 때문에, 팀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상현의 복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 일부를 갈무리했다. 대부분 김상현의 복귀를 반기는 내용들이었다.
▲ 김상현의 복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김상현의 복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 일부를 갈무리했다. 대부분 김상현의 복귀를 반기는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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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가 '한때의 실수'?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임의탈퇴는 공시 후 1년이 지나야 해제가 가능해지는데, 정말 1년이 다 되어가자 김상현의 임의탈퇴 해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현재 kt 위즈의 팀 사정은 사실상 열악한 수준이다. 전반기가 끝나가는 7월 10일 현재 리그 최하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kt는 '한 방'이 있는 타자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얼마 전 넥센 히어로즈와의 2:1 트레이드로 거포 내야수 윤석민을 영입했지만 그럼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kt의 감독인 김진욱 감독도 내심 김상현의 복귀를 바라는 것 같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당사자인 김상현을 인터뷰해 그가 많이 반성하고 있고, 야구를 지속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처자식이 있는 가장이라는 것을 강조해 이야기했다. 달리 말하면, "처자식이 있는 베테랑 선수가 '한 때의 실수'를 반성하고 있고, 여전히 야구를 향한 그의 열망은 식지 않았다" 는 것을 이야기해 그의 복귀에 동정 여론을 사실상 조성하고 있다.

그 말은 즉슨, 피해자 편에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저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야구 발전'을 위해서, '베테랑 선수의 재기'를 위해서 가해자인 김상현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금지약물이나 승부 조작 같은 '야구 내의 중범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그의 처벌이 너무 무거웠다는 말을 붙이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그는 공공장소에서 차로 여성을 '따라가면서' 자위행위를 지속했다. 이는 '실수'로 포장될 수 없는 엄연한 성범죄이다.

어떻게 호명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사건은 어떻게 큐레이팅, 즉 호명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2014년 전 제주지검장이 재임 시절 노상에서 자위행위를 하다 '여고생'에게 발각되어 '제주지검장 바바리맨 사건'으로 호명되었던, 이른바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사건' 과는 양상이 무척 다르다.

특정 피해자에게 고의로 성기를 노출한 '바바리맨' 사건으로 호명되었지만, 자위행위를 하다 여성에게 '발각'된 제주지검장의 사건과는 다르게, 김상현은 '여성'을 차로 '따라가며', 즉 '의도적'으로 자위행위를 지속했다. 이는 단순한 '공연음란'이 아니라 여성을 '대상'으로 삼은 성폭력 사건이다. '한 때의 실수'는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한때의 '실수'라고 잘 포장된 덕에, 김상현이 저지른 성범죄는 '성욕을 참지 못한 남자'가 노상에서 자위행위를 한, '놀림감'이 되어 버렸다. 그 때문에 김상현은 '성폭력 가해자'라고 호명되는 대신, '딸 상사'(남성의 자위행위를 뜻하는 은어와 김상현의 별명인 '김 상사'를 합친 말), 혹은 '딸바보'라는 놀림 섞인 별명을 얻었고, 그의 소속팀인 kt 위즈 역시 '자위즈'라는 놀림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놀림'들은, 그리고 그의 소속팀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이만하면 반성했을 거다" 라는 '믿음'은, 이 사건을 가해-피해 구도가 아닌 '실수'나 단순한 '해프닝'으로 만들어 버린다. 분명히 피해자가 존재하고 김상현이 그 피해자에게 '가해'를 저질렀다는 것은 이 맥락에서 삭제되고 탈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가해자가 저지른 행위를 맥락에서 탈락시키고 그가 받은 처분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부각해 그를 '구제'해야 한다는, 어쩌면 전형적인 '가해자의 피해자화'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만하면 됐다"라고 말하는가

덧붙여, kt의 김진욱 감독은 지난 2016년 초 팀의 사령탑에 취임하며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 말이 무색하게, 사생활 논란으로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장성우를 1군에 등록시켰다. 그리고 이번에 김상현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뻔할 정도로 "야구로 사죄하면 된다" 거나 "야구와 인성이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명백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그리고 '실수'가 아닌, 다분히 의도적으로 저지른 사건에 '야구로 사죄하면 된다'는 말은 무척이나 가해자 중심적이다. 피해자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장성우 복귀 때도 비슷했는데, 장성우는 자신의 팀 동료들은 물론 자신의 이전 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치어리더 박기량씨, 그리고 라이벌 팀인 NC 다이노스의 김경문 감독 등을 악의적으로 비난했고, 이것으로 논란이 되어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법적인 책임까지 물었다. 그때도 '반성했을 것이다' 라거나 '이만하면 됐다' 며, 그리고 팀의 사정상 어쩔 수 없다며 장성우를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여전히 상대편 더그아웃에, 그리고 응원단상에 존재하고 있다. 이것을 단순히 '인성' 문제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해를 단순히 당사자의 인성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을 '실수'로 얼버무리는 것만큼이나 사건을 자세히 보고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쉽게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만하면 됐다" 는 말은 가해자나 그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피해자만이 할 수 있어야 하는 말일 것이다.

kt 구단은 임의탈퇴 처분을 내린 지 1년이 되는, 그리고 임의탈퇴 처분을 거두고 김상현을 복귀시킬 수 있는 때가 되는 오는 7월 12일이 되면 김상현에 대한 구단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이야기했다. 구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만하면 됐다"는 말은 꺼내지 않기를 바란다.


태그:#김상현, #KT위즈, #김진욱, #임의탈퇴,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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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는 정치학도, 사진가. 아나키즘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자리(Frontier) 라는 다큐멘터리/르포르타주 사진가 팀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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