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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앞에 선 작가
▲ 김수현 작가 개인전 작품 앞에 선 작가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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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모습
▲ 김수현 작가 개인전 전시장의 모습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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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했었던 철사 드로잉하고 같은 맥락이구요, 평소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철사로 형상화 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인체의 형상을 좀더 넣으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었구요."

김수현(30)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갤러리도스(GalleryDos)에서 지난 14일부터 열리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철사로 작품활동을 해왔던 김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철사로 만든 다양한 이미지들을 약 30점 가까이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인물을 형상화한 작품들도 여럿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회를 위해서 약 1년 가량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그 동안은 제 주변이나 작업실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이 작품의 소재였어요. 그러다가 여행을 가게 됐어요. 작업구상을 하기 위해서 가게 된거죠. 가서 꼭 뭔가를 얻어오겠다기 보다는, 그냥 쉬면 떠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주도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창가의 자리에 앉아서 넋놓고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멍 때리고 있었던 것. 그때 자신과 비슷하게도 혼자 여행을 온 여성을 보게 되었다.

"거기가 함덕해수욕장 앞이었어요. 한 여성이 혼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가고 있더라구요. 그러다가 멈춰서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 여성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쳐다보게 됐고, 저렇게 실루엣까지 한번에 표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업실로 그 이미지를 가지고 와서 다시 철사로 재조합해서 표현하게 된거에요."

철사를 구부리고 펴서 표현한 여러 이미지들

< Stare at 01>
▲ 김수현 작가 개인전 < Stare a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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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풍경 04>
▲ 김수현 작가 개인전 <실내풍경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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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인물의 절반 정도만 묘사되어 있다. 본것을 마치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김 작가의 스타일은 아닌 셈. 보고 남은 이미지의 잔상 같은 느낌을 나타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잔상을 철사를 이용해서 3D로 표현했다.

"잔상이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아요. 어떤 부분은 강하게 기억에 남고, 어떤 부분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사라져 버리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부분은 표현이 아예 안되기도 하고, 선이 어디선가 끊기기도 하고, 그런 점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묻어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인물뿐 아니라 다양한 사물들의 모습이 철사로 만들어져 전시되고 있다. 가방과 커피잔, 의자와 거기에 걸려있는 외투 등. 그 중에는 스마트폰도 있다.

"제가 작업을 할때 이미지들을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사진을 찍고 그 모습을 참고할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핸드폰이라는 사물이 저한테 참 가깝게 있더라구요. 특히 작업할 때요. 그래서 충전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한번 만들어보자 라고 생각해서 작업을 하게 된 거에요."

작품에 사용하는 철사는 부산에 있는 공장에 주문을 해서 받는다. '반생이'라고 부르는 굵은 철사부터 시작해서 '결속선'이라고 하는 얇은 철사까지. 보통 30kg 정도를 주문한단다.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다양하다. 큰 작품은 한달 반까지도 걸리고 작은 작품은 하루만에 완성하기도 한다. 왜 철사라는 재료를 선택했을까.

"철사를 사용하는 이유는, 많은 분들이 철사가 차가운 물성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손을 거쳐서 조금 따뜻한 물성으로 변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 점들이 저하고 잘 맞는 것 같기도 했구요."

작가가 철사로 작업하게 된 계기

충전 중인 스마트폰
 충전 중인 스마트폰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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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
 커피잔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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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맨 처음에 작업을 시작했을때는 드로잉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인물이나 사물을 보았을 때, 저한테 남겨진 잔상이 어떤 양감이라던가 묵직한 덩어리가 아니었어요. 약간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곧 사라질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잔상을 표현하려면 2D가 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2D안에 갇히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공간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선택을 했다. 다양한 재료들이 있다. 실도 있고 고무줄도 있고 많은 재료들이 있지만, 작가의 힘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재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작가가 조소 전공이기도 해서 철사가 보다 친숙한 재료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작업 중에 시행착오가 생기면 그런 철사들은 모두 모아서 폐기처분 한다고. 다시 사용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철사로 작업을 할 것 같아요. 그동안 사물만 묘사하다가 이제 막 인체 형상을 표현하기 시작했거든요. 누워있는 모습이라던가 그밖의 다양한 포즈를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이번 전시회는 20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전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한다.

"제 작품의 소재가 일상적인 사물이잖아요. 하지만 이 안에서 일상을 느낀다기 보다는, 일상에서 벗어난 어떤 휴식이 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어요. 다른 곳으로 여행을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작품들을 보면서 잠깐 쉬는 시간, 그런 시간을 줄 수 었으면 좋겠어요."


태그:#김수현 작가,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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