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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등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등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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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까아아아~"

제 10회 <오마이뉴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둘째 날이 밝았다. 지난 15일 오전 7시30분쯤 아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지현(7·전북 군산)이를 필두로 민채(7·강원 양양), 다민(7·전남 순천), 민규(7·경남 거창)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느라 정신없이 뛰어 다니며 "잡았다"를 외쳤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선생님으로 참여한 대학생 사현민씨가 놀이에 참여하자, 한 아이는 "선생님, 움직였어요"라며 사씨를 졸졸 따라다녔고 다른 아이는 사씨에게 똥침을 하려고 애썼다.

아침부터 땀을 뺀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국립과천과학관으로 향했다. 다양한 실험원리를 적용해 만든 기구가 있는 어린이탐구체험관을 찾은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기구로 흩어졌다. 자전거 페달을 돌려서 전기를 만드는 코너로 향한 다민이, 민규는 땀을 흘릴 정도로 다리를 움직여 조명을 켜보려고 노력했다. 다민이는 "자전거 빨리 탔는데도 전기가 잘 안 만들어졌어요"라고 헉헉대며 말했다.

15일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한 '나홀로 입학생' 박사랑양이 직접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 직접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려는 사랑이 15일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한 '나홀로 입학생' 박사랑양이 직접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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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항공, 섬유 등 최신 과학기술과 그 원리를 실감할 수 있는 '첨단기술관'으로 향한 아이들은 행글라이더 모형을 타보기도 하고 종이비행기를 접어 빠르게 날려보기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천체투영관으로 가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과학관에서 각종 체험을 한 아이들은 이날의 마지막 일정인 공연 <페인터즈 히어로>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극장으로 이동했다. '페인터즈 히어로'는 4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노래에 맞춰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는 등 아트 퍼포먼스를 펼치는 공연이다.

신이 났는지 아이들은 공연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의자에 등을 기대 앉아있던 재원이(7·경북 상주)의 머리와 몸은 어느새 무대쪽으로 향해있었다. 공연 도중 환호를 잘 한 사랑이는 선물로 그림을 받기도 했다.

"친구야, 놀아줘서 고마워"

"나는 효빈이가 좋다. 왜냐하면 효빈이가 나한테 잘해줬기 때문이다! 효빈아 사랑해~"
- 하윤이가

숙소에 돌아와 오후 9시30분쯤 2박3일간의 소감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노란색, 빨간색, 살색 종이를 나눠가진 아이들은 바닥에 엎드려 고사리같은 손으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하윤이(7·전북 부안)는 종이를 가지고 뛰어 다니는 친구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효빈이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 아래쪽에는 효빈이와 자신의 모습을 정성스럽게 그리고 그 밑에는 커다란 하트도 그려 넣었다.

지선이(8·전남 나주)는 구석에 앉아 종이를 뚫어지게 보면서 "친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지선이는 연신 "뭐라고 써야하지"라고 말하며 친구들의 종이를 염탐하기도 했다. 2박3일을 곱씹은 아이들은 '에버랜드 재밌었어요', '선생님 예뻐요', '선생님, 이틀 동안 감사해요', '친구, 오빠가 생겨서 좋았어요', '친구들아 놀아줘서 고마워', '친구들아 사이좋게 지내자' 등의 소감을 남겼다.

이틀 동안 서로 '절친'이 된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는 바람에 선생님과 학부모는 녹초가 됐다. 민채 아버지 김종필씨는 "여자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빨리 친해지는 것 같다"며 정신이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 15일 '나홀로 입학생'들은 2박3일간 진행된 '나홀로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대한 소감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하윤이는 효빈이에게 '사랑한다'는 글과 그림을 적었다.
▲ 하윤이가 효빈이에게 쓴 편지 지난 15일 '나홀로 입학생'들은 2박3일간 진행된 '나홀로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대한 소감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하윤이는 효빈이에게 '사랑한다'는 글과 그림을 적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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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선생님으로 참여한 대학생 신혜리씨도 아이들의 친화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신씨는 무엇보다 사랑이의 모습이 놀랍다고 했다. 신씨는 "지난 14일 처음 사랑이를 봤을 때, 사랑이가 '학교에 친구가 없어요. 친구를 못 사귀어봐서 자신이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울었다"며 "사랑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우였다"고 이야기했다. 2박3일 내내 다민이, 혜진이 등 많은 친구들이 "사랑아"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사랑이는 인기가 좋았다. '사랑이 팬클럽'이 생길 정도다.

사랑이 엄마 박하나씨는 "사랑이가 너무 활달해서 애들이 그런 면을 싫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어딘가를 가면 애를 자제 시키는 편이었다"면서 "(여기 와서) 아이들이 사랑이를 좋아해주는 걸 보면서 어른의 기준과 아이의 기준은 다르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 하는 건 아닐까 고민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지내서 마음을 놓았다"고 2박3일을 보낸 소감을 말했다.

효빈·지선이의 인솔교사로 참여한 이다희씨도 "학생이 적어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가면 전체 학년이 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효빈이한테 신경을 못 쓰고 다른 학년 애들을 돌보면 효빈이는 삐치고 질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대일 교육과 소통에 익숙해 자기 중심적으로 커가는 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여기에선 선생님이 없어도 또래 손잡고 잘 다니는 것 보니 생소하기도 하고 안심했다"고 털어놨다.

친구 이름 열거하며 집으로 돌아간 '나홀로 입학생'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오마이뉴스>주최로 열린 제10회 '나홀로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나홀로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혜진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과학관에서 기구를 열심히 돌리고 있는 '나홀로 입학생' 혜진이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오마이뉴스>주최로 열린 제10회 '나홀로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나홀로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혜진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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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16일, 효빈이는 버스에서도 줄곧 사랑이만 찾았다. 사랑이를 위해 옆자리를 비워놓기도 했다. 이제 친구를 못 봐서 어쩌느냐는 질문에 효빈이는 "사랑이 그림 그리면 된다"며 괜찮다고 했지만 작별인사를 하러 온 사랑이의 손을 꽉 잡았다.

혜림이도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친구 생겼어요. 소희, 혜진이, 사랑이..."라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친구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태그:#나홀로입학생, #과천과학관, #페인터즈 히어로, #오마이뉴스, #서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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