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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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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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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는 체육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이었어요. 미선이는 차분한 성격이었고요. 두 놈들이 성격이 반대여서 잘 어울렸는지 모르겠어요."


효순·미선이를 떠나보낸 지 15년이 지났지만, 신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씨는 두 아이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했다. 신씨는 "효순이는 운동을 좋아해서 군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접어야죠. 이룰 수 없는 건데요"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15년 동안 변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할 말이 없어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 2002년 당시 여중생이던 신효순·심미선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지 15년이 됐다. 13일 오전 11시 경기도 양주시 사고현장에선 효순·미선양의 마지막 '아스팔트 추모식'이 열렸다. '미선효순 추모행사 공동준비위원회'는 매년 6월 13일 사고가 났던 56번 지방도 2차로 아스팔트 위에서 추모식을 열어왔다. 사고현장 부근에 미군이 세운 추모비가 있는 추모공원이 있지만 공간이 협소하다.

무엇보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2008년 미군이 세운 추모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주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아래 평통사) 청년팀장은 "미군이 세운 추모비에는 '불의의 사고'라고 적혀있다. 마치 실수로 사고가 난 것처럼 써 놨다"며 "이는 효순·미선이를 추모할 수 있는 추모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추모식 날마다 현장으로 옮겨진 추모비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열린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에서 건립 예정인 추모 평화의 공원 조감도 제막식을 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열린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에서 건립 예정인 추모 평화의 공원 조감도 제막식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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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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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열린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에 신효순 양 아버지 신현수(오른쪽)씨와 심미선 양 아버지 심수보씨가 참석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열린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에 신효순 양 아버지 신현수(오른쪽)씨와 심미선 양 아버지 심수보씨가 참석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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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지난 2012년 '미선효순 추모비건립위원회'를 꾸려, '소녀의 꿈'이라는 추모비 제작을 위한 모금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 현장 부근은 사유지라 추모비를 세울 장소가 없다. 추모비건립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기독교장로회 선교교육원 마당에 추모비를 임시로 세워두다가 추모식 날 사고 현장으로 옮기는 걸 5년째 반복하고 있다.

올해 추모비건립위원회와 평통사는 부지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여 부지매입 계약금을 모았다. 그러나 부지를 완전히 매입하려면 9000만 원이 더 필요하다. 이들은 9월까지 모금을 이어가 미군 추모비 바로 옆에 '고 신효순 심미선 추모 평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추모행사 공동준비위원회는 이날 평화공원 조감도를 공개하며 "사고 현장에 추모비를 세우고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국민에게 안정적인 추모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 아스팔트 추모식'을 보기 위해 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씨와 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씨는 오랜만에 추모제를 찾았다. 미선·효순양의 어머니들은 몸이 아파 참석하지 못 했다.

신씨는 "사고가 나고 한 2~3년은 참여했었는데 그 이후엔 맘이 편하지 않아 참석하기가 쉽지 않더라"면서도 "추모비도 세우고 평화공원도 조성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참석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미선양 아버지 심씨도 미선·효순을 잊지 않고 찾아와준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연신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미선·효순양이 살았던 만큼의 시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추모공간이 생기는 것을 두고 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씨는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15년이란 긴 시간 동안 기억해주시는 시민들 덕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신씨가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추모식이 열린 차선 반대쪽으로 차량들이 계속 지나갔다.

미선·효순 아빠, 시민들 "너희 꿈 이룰게"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열린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에 신효순 양 아버지 신현수(왼쪽)씨와 심미선 양 아버지 심수보씨가 참석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열린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에 신효순 양 아버지 신현수(왼쪽)씨와 심미선 양 아버지 심수보씨가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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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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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제에는 미선·효순 아버지를 포함해 이성호 양주시장, 더불어민주당 이재정·정성호 의원, 시민 등 15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마을 어귀에서 사고현장까지 행진했다.

시민들은 '평화공원 완전 좋아', '너희 꿈 이룰게', '진상규명', '자주평화', '사드 가라', '소파 전면 개정'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찌그러진 냄비 뚜껑, 접시 등을 치거나 빗자루를 든 시민도 있었다. 평통사 회원인 전성표(52)씨는 "빗자루는 적폐를 쓸어 버리자는 것이고 그릇을 두드리는 건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깨자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의원은 추모사에서 "두 소녀의 죽음이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 정부도 불평등한 조약을 유지하는 건 한미 양국의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깨달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미선·효순이가 서른 살이 됐다. 그들을 잊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재정 의원도 "15주년이 되는 동안 미안하다는 말만 건네고 있다"며 "달라져서 다른 말을 건넬 수 있는 다음 추모식을 약속드려본다"라고 말했다.

미선이 아버지 심수보씨는 "이 자리가 불평등한 한·미 소파(SOFA) 개정의 밑거름이 돼 떳떳한 대한민국이 되는 지름길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추모식이 끝난 뒤 효순이 아버지 신현수씨는 보고 싶은 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효순아, 미선아. 많은 분들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많이 기억해주시는 구나. 너희들은 비록 갔지만 너희들을 대신해서 소파 협정이 개선되길 아빠가 최선을 다 할게."


태그:#효순, #미선, #2002년, #추모비, #장갑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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