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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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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발 블랙리스트사건 여파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공식 진상보고서가 나온 뒤 침묵만 지키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을 향한 판사들의 비판은 점점 퍼져나가는 중이다.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판사들은 회의를 열어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과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등을 요구한다"고 의결했다. 단독판사만 91명에 달하는 서울중앙지법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방법원이다. 그만큼 판사들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강한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법원 내부에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 의혹에서 불거졌다. 지난 2월 법원행정처로 발령 난 A판사는 판사들의 연구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을 저지하라는 지시에 항의하며 사표를 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법원 안팎에선 사법부가 스스로 '법관의 독립'이란 원칙을 저버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원행정처는 사태 수습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이번 일을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듯한 진상조사 결과가 4월 17일 나왔다. 판사들은 서울동부지방법원을 시작으로 회의를 열어 미흡한 진상조사 결과를 지적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는 18개 지방법원 가운데 8번째로 열렸으며 수원지법과 창원지법 등 나머지 법원들도 조만간 판사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53명이 참석한 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결론은 먼저 판사회의를 연 곳들과 비슷했다. 판사들은 ▲ 진상조사 결과 드러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법관들의 학술활동 침해는 결코 있어선 안 될 심각한 사태이며 ▲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을 추가조사해야 하고 ▲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춰볼 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소집돼야 한다고 결론냈다. 또 의결사항 논의를 위해 법원 전체판사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판사들은 양 대법원장의 침묵도 지적했다. 4월 20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긴 했다. 그러나 사법부 수장이 한 달 가까이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는 것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할 때 문제라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사법행정권의 최종책임자인 대법원장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조치 면에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과 전국법관대표회가 열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식 약속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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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도 못 보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없다"는 조사위
귀 닫고 입 닫은 대법원장, 박근혜 전 대통령 닮지 말길


태그:#법원, #사법개혁,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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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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