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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령 탄핵·대선 일정 속 사드 배치 가속…국민 요구 철저 무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자료사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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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가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그것도 머리가 깨질 정도로 세게 맞은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그것(사드)은 10억 달러 시스템이다. 매우 경이롭다. 미사일을 하늘에서 바로 격추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사드와 관련한 비용은 미군이 전액 부담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작년 7월 각 정당을 방문해 사드 배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드 비용 문제와 관련해 "한미상호 방위비분담금 내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사드배치와 관련된 부지를 제공하는 것 외에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입장 자료를 내고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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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방부의 발언은 신뢰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보했다(informed)"고 밝혀 이미 이 같은 입장에 한국 정부에 전달됐음을 확인했다.

여기에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국민을 상대로 끊임 없이 거짓 변명으로 일관해 오지 않았던가. 배치 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전 동의, 배치 전 철저한 환경영향평가 등을 공언해왔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입장도 현재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해 보인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권력 공백 상태와 이어지는 대통령 선거라는 중차대한 정치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군의 사드 배치는 오히려 속도를 내며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주한미군은 26일 0시부터 4시간여 만에 사드 발사대 2~3기, 사격통제레이더, 교전통제소 등 핵심장비 대부분을 성주골프장에 반입했다. 사격통제 레이더는 해체하지 않고 완성품으로 들여왔다. 레이더는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트레일러 차량 형태로 이뤄졌는데 미군이 괌에 배치한 레이더와 동일하다.

미군은 발사대와 사드 레이더 등 장비 대부분이 성주골프장에 배치됨에 따라 이른 시일내 초기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장비 시험가동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군사작전하듯이 이뤄진 사드 반입 과정에서 한국민은 사실상의 '살상' 대상으로 취급됐다.경찰은 8천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성주골프장으로 가는 주도로를 차했으며, 성주골프장에서 4.5㎞ 떨어진 초전면 신흥마을에서부터 주민과 취재기자는 물론 성주골프장 및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쪽으로 가는 모든 차를 막았다.

사드배치반대 단체로 구성한 소성리종합상황실은 비상연락을 통해 기도회를 열던 원불교 신도, 주민 등 200여명이 차 10여 대를 대고 저항했지만 경찰의 진압에 무력화됐다. 경찰은 "도로 점거는 공무집행방해다"란 경고 방송을 하며 이날 오전 3시께 주민을 에워쌌다. 이어 유리창을 깨고 차를 모두 견인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 충돌이 일어나 주민 여러 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본은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하면서 1년 동안 주민설득 작업을 했고 지자체가 동의한 후 4개월에 걸쳐 배치를 차근차근했다. 이 과정에서 11차례 주민설명회, 4차례 환경영향평가 가 있었다. 군사작전 식으로 밀어붙인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너무 확연하다. 한국 정부의 주권과 국민의 인권은 사드 앞에 무용 지물이었다.

중·러 등 주변국 반발 커져... 미, 동맹 상대에 무례

중국의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에 사드 배치는 전략 균형을 파괴하고 긴장 정세를 한층 더 자극할 것"이라며 "중국 측의 전략 안전 이익에 엄중히 훼손되며 중국 측은 미국과 한국이 지역 균형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사드 배치를 취소하고 관련 설비 철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과 지역 평화 안정에도 도움이 안 되며 각국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노력에도 역행한다"며 사드 배치 강행으로 중국이 더 이상 북핵 해결 과정에서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26일 제6회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MCIS)에서 전 세계 미사일 방어 정세와 관련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측 대표인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작전국 부국장인 차이쥔(蔡軍) 소장은 이날 회견에서 "한·미가 사드를 배치하는 현실적인 목적은 미국이 전 세계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을 위한 포석을 까는 것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아시아 미사일 방어시스템이라는 벽을 공고히 하고 중·러의 전략 능력을 약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러는 진일보한 조처를 할 것이고 중·러의 안보 이익과 지역 전략 균형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 대표인 포즈니시에르 총참모작전국 제1총국장은 "미국이 본토와 유럽, 아시아태평양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전략 균형 파괴와 함께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군비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드 비용 전가와 추가 구매 요구... 경고는 차고 넘쳤다

미 대통령 트럼프가 사드 한국배치비용 10억 달러 요구하겠다는 발표가 난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원불교 등 시민단체 소속 교무와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비용요구 규탄'과 '사드장비 즉각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10억달라는 약 1조 1301억원에 달한다.
 미 대통령 트럼프가 사드 한국배치비용 10억 달러 요구하겠다는 발표가 난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원불교 등 시민단체 소속 교무와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비용요구 규탄'과 '사드장비 즉각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10억달라는 약 1조 1301억원에 달한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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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미군은 주변국의 반발과 성주군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진압하면서까지 이렇게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사드는 북핵 대응의 실효성보다 사실상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적폐세력의 강력한 '대못박기'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정권교체가 확실한 조건에서 미리 서둘러 배치하지 않으면 차기 대통령에 의해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에 서둘렀다는 것이다.

실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월과 3월 미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의 새로운 대북 접근에 대한 의견 제시나 평화적 북핵 해법에 대한 제안보다는 주로 사드 배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이 2016년 말까지 사드 배치에 대해 '기술적 결함' 등의 이유로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급속히 진행된 사드 배치 결정과 군사작전식으로 진행된 '한반도 전개'라는 미스터리는 김관진 안보실장의 강한 드라이브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결정적인 것은 참모에 불과한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이 탄핵되어 부재한 상황에서조차 사드 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국방부, 환경부 등을 움직여 관철시켰다는 점이다.

절대 그럴리 없겠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이미 사드 배치 비용의 한국 부담이 암묵적으로 동의되었다고 해도 그리 어색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드 조치 배치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과정에서 트럼프로 하여금 사드배치 비용의 한국 부담이란 '폭탄 발언'을 하게끔 유인했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 새로운 국면.. 차기 정부에서 원점 재검토 해야

이제 사드 배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미 배치 논란 초기부터 수도권 방어가 제외되면서 사실상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주권 국가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지역 주민의 동의 과정과 환경영향평가 등이 생략된 체 배치된 사드가 이젠 천문학적 비용까지 발생시켰다.

주한미군에게 한국 정부는 그저 부지만 공여한다고 해서 환경영향평가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제 배치 비용 일체를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면 완전 다른 차원의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경제의 시름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배치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맹은 상대국의 정치적, 경제적 권리뿐 아니라 시민권까지 깡그리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어쩌면 사드 배치 비용 부담은 신호탄일지 모른다. 추가 구매 부담부터 트럼프가 그렇게 원하는 미군 주둔비 인상까지 모든 것이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고작 48기의 사드 미사일로는 수천 발의 미사일을 못 막으니 더 구매하라고 하면 도대체 뭐라고 항변할 건가.

이 시점에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중요하다는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 국민을 기망한 적폐세력의 '대못질'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사드 배치 과정에서 트레일러에 탑승해 목숨을 걸고 막는 성주 주민을 비웃듯 쳐다보던 미군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한반도평화포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정책을 계승 발전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간 포럼이다. 한반도평화포럼은 꾸준히 통일, 외교, 안보 분야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사드 배치 문제에 있어서는 일관되게 기술적 무용성, 동북아 평화기반 파괴,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반대해 왔다.



태그:#사드, #10억달러, #사드배치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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