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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는 청소년과 성소수자라는 이중 억압으로 사회 구조 속에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청소년 성소수자도 학교 공간에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지금 학교 공간은 학생들에게 어떤 공간인지 대전지역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두 달간 연재한다. - 기자 말

☞ 관련기사 : "중3 때 무성애 자각... 이런 말 제발 참아주세요"

#1. 팽귄님 소개

- 반가워요 팽귄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와! 안녕하세요. 솔롱고스 가입 2개월차 턱걸이 신입회원이자 최연소 회원이며, 이번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실태조사 기획단 활동에 참여하게 된 팽귄입니다! 현재 고1이고 정체성은 바이로맨틱 에이섹슈얼입니다!"

- 팽귄님, 솔롱고스 가입해서 제일 하고 싶으셨던 활동이 실태조사 기획단 활동이었다고 들었어요. 기획단 활동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솔롱고스 가입 면담을 할 때 대표님인 라라님께서 '팽귄님은 청소년 성소수자시니까 실태조사 기획단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권유하셨어요. 솔롱고스 가입 이전부터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그외 주변 환경의 실태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범위가 동성혼 법제화 문제 같은 성인들만의 의제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권리까지 확장되길 원했던 바람을 이 활동을 통해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정체화는 언제 하셨나요?
"정체화는 중학교 2학년, 그러니까 2년 전에 했어요. 사실 2학년 때까지는 퀘스쳐너리였는데 3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성적지향성에 대한 정보를 모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차츰 제 정체성에 대한 범위를 좁혀 중학교 3학년 때 정체화하게 되었답니다."

- 처음 스스로가 성소수자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중학교 1학년때까지 이성친구들과 연애를 했는데 막상 연애를 하다보니까 정신적으로 연애를 통한 만족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동성친구들과 있으면 그 공허함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동성친구들에게 호감을 느끼다가 '성소수자'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접하고 난 뒤에 저에게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허무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시는 분은 아실 거예요.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화려하거나 특별하지도 않고, 아주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요."

- 정체화하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처음 정체화를 했을 당시에는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성소수자에 대해서 '남들과는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정체화를 해놓고도 저의 성정체성에 대해서 끝없이 부정하면서 평범해지려고 노력했고, 이성친구들과 더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나중에 성소수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저 혼자만 '소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점점 제 정체성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성소수자'라는 말도 별로 안 좋아해요. 아까 말씀드린 그 '남들과는 다른 사람', '큰 집단에서 벗어난 소외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표현인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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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롱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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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접하면서 인식이 변하셨다고 했는데, 정보는 어디서 얻으셨어요?

"처음엔 무조건 검색엔진을 이용했었어요. 근데 검색으로 정보 찾아볼 때는 불편한 점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나 '무성애자' 관련 정보들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다보니 여기를 가면 이 정보가 나오는데, 저기를 가면 또 말이 다른 정보들이 나와서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근데 제 정체성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대충대충 알아볼 수도 없었죠. 나중에는 '네이버 무성애자 커뮤니티'나 '에이로그(무성애자 정보 플랫폼, http://asexual.xyz/)' 등의 무성애자 관련 단체와 커뮤니티들이 나와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어요. 요즘엔 SNS를 통해 다른 성소수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해요. 하나씩 새롭게 알아가게 되더라고요."

- 전문 커뮤니티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맞아요. 요즘은 인권 운동하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처음 정체화할 때, 주변에 성소수자 지인이 없었을 때는 정보 찾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고 혼란스러웠어요. 다른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성소수자는 잘못된 것이다'라는 사회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가 필요해요. 아마 이런 사회였다면 제가 제 정체성에 대해 찾아볼 때, 그리고 정체화할 때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겠죠."

#2. 학교, 커밍아웃

- 지금 고등학교 재학 중이라고 하셨는데, 학교는 어떠세요?
"제가 개방적인 면도 있겠지만 지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다 제 성정체성에 대해서 알고 받아 들여 줬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어요.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엄청 좋았던 거죠. 근데 간혹 다른 반 친구들이 서로 장난으로 "야! 너 동성애자냐? 또는 너 남자/여자 좋아하냐?"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게 가끔 들려서 언짢을 때가 있어요. 또 가끔 다른 친구들이 서로 상담할 때 보면 성정체성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있더라고요. 저 혼자만 제 정체성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 학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 했을 때의 이야기 좀 들려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는 호감을 가진 친구한테 진지하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 친구도 '괜찮아, 나도 무성애자야'라고 말해줘서 굉장히 놀랐어요. 성소수자가 제 주변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거든요. 친구들과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진지하게 밝힌 건데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었죠. 그 친구 말고도 저를 지지해주는 다른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멀어지게 된 친구들도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는 비성소수자 친구들이 많이 충격을 받았어요. 특히 몇몇 친구들은 호모포비아, 그러니까 성소수자에 대해서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진 친구들이었거든요. 그 친구들과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3. 학생인권조례

- 학생인권조례 들어보신 적 있나요? 서울의 학생인권조례 안에는 성적 지향,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은 금지 되어야 하며, 성소수자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대전시에서는 이 조항이 빠진 채로 진행되고 있어요. 만약 대전 조례안에도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조항이 들어가면 어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솔롱고스에서도 본 조례안에 대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선 길게 답할 것 같네요. 일단 현재 서울에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이유가 서울 학생인권조례안에는 성적지향과 정체성에 대한 인권 보장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전은 광역시, 나름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언급이나 성소수자들이 크게 목소리를 낼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훨씬 적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전 시민들은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도 느리게 접하고, 관련 소식에 둔감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더욱 성소수자 인권 보장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대전시에서도 학생인권조례안에도 학생의 성적지향과 정체성에 대한 보장의 내용이 반드시, 꼭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에서도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가시화된다면 대전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이 더 활발히 인권 운동에 참여하실 거고, 저처럼 다른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의 인권을 지키려 노력하는 '청소년 인권 운동가'가 되겠죠. 대전을 모티브로 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활동이 지속된다면 수도권 한 부분에서만 인권운동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목소리가 되겠죠. 성소수자들이 '남들과는 다른 사람, 이상한 사람, 비정상적인 사람'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거예요."

- 학교에서는 어떤 점들이 달라질 것 같아요?
"조례안 통과 직후부터 바로 뚜렷한 변화나 개선을 바라기는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차별적, 혐오적 사고가 벗겨지지 않을까요? 그러면 커밍아웃하는 학생들의 부담도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또 이건 희망사항이지만 조례안이 통과되면 학교 성 상담실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정체화를 하고 이렇게 인권 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동안 생각보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성소수자 학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학교에서도 알아준다면 성교육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추가되거나, 성 상담실이 많이 활성화될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보다는 학교 다니기가 훨씬 편할 것 같아요."

- 준비된 질문은 끝났는데 더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다양한 독자분들이 이 기사를 읽고 저희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는 점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직까지 '성소수자'라는 말을 하면 '동성애자', '에이즈' 같은 단어들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성소수자에 동성애자만 포함되는 것도 아니고, 성소수자만 에이즈에 걸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또 자세히 알지 못하고 무작정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고, 지지한다고 하지만 왜 지지해야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그런 분들 모두에게 저희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그 분들의 혐오와 편견을 깨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한국에서도 무지갯빛 깃발들이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이 기사를 읽고 "성소수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팽귄님은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회원이다.

*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는 2015년 대전시 성평등 기본 조례 개악 저지 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정상적 성과 비정상 적 성으로 구획하여 이성애 정상성을 지원하는 시스젠더 헤테로 유성애자 중심적 사회에 저항하며, 수도권 중심으로 자원이 집중되는 수도권 중심주의에 문제의식을 갖고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대전 시민들과 행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다.


태그:#솔롱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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