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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3주기인 16일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의 세척후 모습을 해양수산부가 공개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캡춰한 사진.
▲ [드론촬영] 세척작업 마친 세월호 모습 공개 세월호참사 3주기인 16일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의 세척후 모습을 해양수산부가 공개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캡춰한 사진.
ⓒ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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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6일)는 세월호 참사 3주기였다. 침몰했던 세월호는 떠올랐지만 진실은 아직도 미궁 속에 가라앉아 있고 국민들의 안전은 무방비 상태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세월호 참사 3년이 지났으나 여객선 안전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세월호 참사 후 국민안전처가 TF팀까지 만들어 내놓았던 여객선 안전대책이 고작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여객선 탑승을 불허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책이다. 아이들이 주민등록증을 지참하지 않아서 세월호가 침몰했단 말인가.

그러다 보니 30년 가까이 된 낡은 여객선들이 여전히 제주를 비롯한 수많은 항로를 버젓이 오간다. 아직도 국민은 안전하지 못하다. 완도 제주 간 쾌속 여객선 한일 블루나래호와 완도 제주 간 여객선 한일카페리1호는 2017년 7월에 선령 만료(25년)를 맞는다. 목포 제주 간을 운항하는 초대형 여객선 씨스타크루즈호는 내년 6월이면 선령이 만료한다. 오지 낙도를 다니는 여객선들은 얼마나 노쇠했는지 짐작조차 안 가는 배들이 태반이다.

평상시에는 무엇보다 안전한 것이 여객선이지만 비상시에는 무엇보다 위험한 것이 여객선이기도 하다. 바다라는 공간은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객 선사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런데도 저비용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여객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여객선사들을 통제할 시스템이 없다. 이런 상태가 지속한다면 위험한 일 또한 이어질 것이다. 제2의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여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객선들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지하철이나 열차처럼 여객선 또한 공영화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전라남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근본적인 안전 대책으로 여객선 공영화를 중앙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해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예산 부족 등 경제적 효율성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여객선 공영화는 결코 경제적 효율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이나 행복추구권, 영토 주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육지의 대중교통인 열차나 지하철은 공영제를 실시하고 버스들도 준공영제를 시행 중이면서 굳이 여객선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진단 말인가? 섬 주민들은, 여객선 이용객들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정부는 내륙의 오지까지도 도로를 내는 데 아낌없는 예산 투자를 한다. 도로가 SOC(사회간접자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닷길에는 어째서 예산 투입을 아까워하는가? 해로에는 아스팔트를 깔 수 없는 까닭인가? 바다에서는 여객선이 바로 도로다. 아스팔트 도로를 낼 예산을 여객선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객선 또한 SOC인 것이다.

지금도 바다 길을 만들기 위해 작은 섬들까지 다리를 놓고 있다. 수조, 수십조 예산이 아낌없이 투입되고 있다. 또 어선 10척도 안 되는 작은 섬에 수천억씩 들여 방파제 공사들이 진행 중인 곳도 허다하다. 자동차 한 대도 없는 섬에까지 해안 일주도로 공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예산 부족 때문에 여객선 공영제를 못하겠다는 정부가 말도 안 되는 토목 사업에는 경제적 효율성 같은 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없이 많은 예산을 퍼붓고 있다.

그런 정부가 굳이 여객선 공영화에 대해서는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건 사업이 아니라서 그런 것인가? 실상 마구잡이로 다리를 놓고, 방파제를 만드는 일보다 여객선을 공영화하고, 보다 안전한 여객선을 도입하고, 안전장비를 지원해 야간 운항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예산 지원과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진정으로 섬들을 위한 일이다. 그것이 교통여건을 개선하면서도 섬의 고유한 가치 지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객선 공영화, 돈 문제 따질 일이 아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중앙역을 출발해 세월호희생자 분향소를 향해 시민들이 ’안산봄길행진’ 추모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중앙역을 출발해 세월호희생자 분향소를 향해 시민들이 ’안산봄길행진’ 추모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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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여객선 공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섬과 바다는 결코 섬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것이고 국민 모두의 것이다. 섬의 인구가 줄면서 무인도화되는 섬들이 늘어나고 있다. 격렬비열도를 중국인이 매입하려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도 그 섬들이 무인도가 됐기 때문이다. 섬이 공도화 될수록 우리의 영토와 영해에 대한 위험도 커진다. 섬이 공도화 되지 않으려면 육지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섬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섬이 살아나고 영토도 영해도 지켜질 수 있다. 영토와 영해 주권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여객선 공영화가 이루어져야 마땅한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 대선 캠프에서 수많은 공약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었음에도 세월호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여객선 안전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대선 주자는 없다. 전국 섬의 60% 이상이 산재해 있는 전라남도에서도 여객선 안전을 위해 각 대선 캠프들에 여객선 공영화를 공약으로 삼아 줄 것을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력한 대선 후보 캠프 정책본부에서도 '연안여객선 대중교통화'의 문제가 논의됐지만 결국 공약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한다.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재원 투입의 규모와 기대효과에 대한 판단이 안 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또 경제적 효율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객선 공영화는 결코 경제적 효율성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이 직결된 문제다. 또 영토 주권을 지키는 문제이고, 여객선이 곧 도로 SOC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다. 각 대선 캠프에서는 여객선 공영화를 반드시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 주시기 바란다. 그래야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새로운 정부는 토건 재벌들 보다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태그:#세월호, #여객선공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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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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