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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3대 지상파 방송 중 KBS와 MBC가 4월7일 저녁 뉴스 시간에 시진핑과 트럼프를 "스트롱맨"이라고 불렀다. 4월13일에는 한국 퇴역장성들이 모여 "국군통수권자는 스트롱맨 홍준표"라고 외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 자신도 자기를 스트롱맨이라고 불렀다.

미국에선 트럼프를 절대로 strongman이라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strongman은 독재자, 즉 dictator(딕테이터)와 같은 뜻으로 쓰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strong leader (강력한 지도자)라고 부를수는 있어도 strongman은 아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이 아시아판 표지에 박근혜 사진을 싣고 The Strongman's Daughter (독재자의 딸)이라고 부른 적은 있었으나 미국 대통령은 누구도 strongman이라고 부른 일이 없다.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영어로 쓰려는 언론인들의 심사도 잘 모르겠지만, 꼭 영어를 써야 한다면 정확히 알아보고 써야 할 것이다.

타임 잡지 아시아판에 낫던 박근혜 사진. 독제자의 딸이라고 쓰여있다.
▲ 스트롱맨은 독재자 타임 잡지 아시아판에 낫던 박근혜 사진. 독제자의 딸이라고 쓰여있다.
ⓒ TIM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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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들이 일반 국민에게 잘못 가르친 영어가 적지 않다. 가장 심한 것이 뇌물성 환불을 리베이트(rebate)라고 잘못 쓰는 것이다. rebate는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미국에서 rebate는 상품이나 용역 대금을 지불한 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 대금 일부를 되돌려 받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한국서는 이것을 뇌물성 환불(kickback/킥백)과 같은 뜻으로 쓰고 있다. 심지어 형법에도 리베이트가 그런 뜻으로 적혀 있다고 한다. 황교안 총리가 법무장관일 때 내가 Facebook을 통해 지적을 했더니 고치겠다고 해놓고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스킨십과 코스프레도 영어가 아니다. 둘 다 일본서 들어온 일본제 영어다. 코스프레에 해당하는 우리말 "흉내낸다"가 있는데도 굳이 일본인들이 쓰는 엉터리 영어를 쓰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번역해 쓰는 것도 절반만의 번역이라고 지적했으나 여전히 그대로 쓰고 있다.

moral hazards를 "모랄 해저드"라 쓰고 "도덕적 해이"라고 번역한 것도 잘못이다. 이것은 원래 보험 용어일 뿐 도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예컨대 공무원이 정부 예산의 일부를 개인 용도로 쓴 것을 보도하면서 공무원의 모랄 해저드가 만연해 있다고 쓴 기사를 본 일이 있는데, 이건 모랄 해저드도 도덕적 해이도 아니고 공금횡령이라는 범죄일 뿐이다.

SNS는 미국은 물론 세계 어디서도 쓰지 않는 말이라고 필자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충고하자 조선일보와 조선닷컴은 재빨리 SNS를 버리고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란 정확한 용어를 쓰거나 소셜 미디어의 구체적인 이름을 쓰고 있다. 예컨대 A씨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슨 말을 했다거나 그의 페이스북에 어떤 글을 올렸다는 식으로 쓰고있다. 그러나 중앙일보와 방송사들은 아직도 SNS를 쓰고 있다. 어떤 신문 논설위원이 SNS가 "서로 남을 씹는다"의 약자라고 농담조로 쓴 걸 본적이 있다.

THAAD(고공미사일 방어체계)도 말로는 "싸드"라고 하면서 인쇄할 때는 "사드"라고 쓴다. 미국인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때에드" 또는 "때엣"이다.

정확한 외래어표기를 쓰기 위해 언론기관들과 국립국어원이 함께 만든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라는게 있는데도 이런 엉터리 영어, 엉터리 발음 표기들을 여전히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단체가 전혀 일을 하지 않거나 능력이 부족한 모양이다.

덧붙이는 글 | 조화유 기자는 미국 거주 작가이며 영어교재 저술가 입니다



태그:#스트롱맨, #엉터리영어, #조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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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후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 중 대한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흉일"당선. 미국 Western Michigan University 대학원 역사학과 연구조교로 유학, 한국과 미국 관계사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사 연구 후 미국에 정착, "미국생활영어" 전10권을 출판. 중국, 일본서도 번역출간됨. 소설집 "전쟁과 사랑" 등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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