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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왼)과 김형남 간사(오)가 13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육군 내 동성애자 군인 색출 지시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육군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지시 관련해서 기자회견하는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왼)과 김형남 간사(오)가 13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육군 내 동성애자 군인 색출 지시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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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중앙수사단이 '추행죄' 수사를 하면서 사실상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육군은 그런 지시는 사실이 아니며 현행 군형법을 위반한 군인과 관련자를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제92조 6항의 '추행죄'로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3월 육군 중앙수사단 사이버수사팀(이하 수사팀)은 정보통신망법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다가 피의자가 동성애자임을 확인한 뒤 그와 친분이 있는 동성애자들을 색출하는 방식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갔다.

그렇게 색출한 동성애자 군인은 40~50명이고 수사를 받은 사람은 군인권센터가 파악한 인원만 15명에 달한다고 임 소장은 주장했다. 임 소장은 "헌병대 수사 관계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육군은 입건 목표로 20~30여 명을 잡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군형법 제92조 6항은 군인 간 항문성교 등 '추행'으로 정의한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군인은 일반 형법과는 달리 강제성이 없더라도 '추행' 행위를 한 자체만으로 처벌이 가능한데, 육군이 이 조항에 근거한 수사를 명목으로 군대 내 동성애자를 색출해 처벌하려 한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이들이 이같이 주장하는 근거는 육군이 수사 대상자들이 성관계 했다는 물증을 가지고 추행 혐의자를 특정한 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과 관련된 수사 피의자의 진술 등을 통해 수사 대상자를 지목하고 그들에게 다짜고짜 찾아가 성관계 여부를 물었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수사팀은 수사 대상자를 막무가내로 찾아가 성관계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다"며 "이는 피해자들이 동성애자란 이유로 군형법 92조6을 적용하기 위해 성관계 사실을 자백하게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임 소장은 "항문 성교를 하지 않은 수사 대상자에겐 군인과 구강성교 했느냐고 지속해서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구강성교는 '그 밖의 추행'으로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수사팀의 수사방식도 문제로 제기됐다. 군인권센터가 피해자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수사팀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성관계 성향, 체위, 사정 위치, 콘돔 사용 여부, 샤워 여부 등을 물었고 성인 동영상 취향, 좋아하는 외모, 민간인과의 항문성교 횟수, 첫 성경험 시기, 평소 성욕 해소 방법, 성 정체성 인지 시점, 자주 가는 술집 등을 물었다고 한다. 이는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사생활 관련 질문을 금지하고 동성애자 식별 활동을 금지하는 현행 부대관리훈령을 어기는 행동이다.

또 군인권센터는 수사팀이 수사에 비협조적이면 압수수색은 물론 최면수사, 거짓말탐지기 등을 이용하겠다고 위협하고 부대 내 '아웃팅'(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성적 정체성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협박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수사관이 수사대상자의 핸드폰을 반강제로 빼앗아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임 소장은 "수사팀은 수사 대상자를 불러내 '네가 동성애자인 것을 이미 다 알고 왔으니 솔직하게 말하라', '내가 왜 왔는지 맞춰봐라, 힌트는 동성' 등의 말을 해, 수사대상자를 위축시켰다"며 "이는 한, 두 명이 아니라 (우리가 접촉한) 모두가 그렇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사팀이 무리하는 것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의한 수사이기 때문이라는 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임 소장은 "수사대상자들이 수사 받을 때 '누구 지시로 수사하냐'고 수사관에게 따져 물으니, 수사관이 '육군참모총장의 결재사안이다, 군대 내 동성애자들을 조사하라는 지시받고 한다'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준위가 남의 관할에 들어갈 때는 목적을 통보하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 몇 군데에선 마찰이 있었다"며 "이런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참모총장의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식의 기획수사는 이뤄질 수 없다"고 추정했다.

육군 "동성애 장병 수사중 인권 침해 없다"

이에 대해 육군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육군은 "군인권센터가 주장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중수단에선 현역군인이 SNS상에 동성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해, 관련자를 식별한 후 관련법령에 의거해 조사중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군내 동성애 장병에 대해선 관련법령에 따라 신상비밀을 보장하고 타인에 의한 '아웃팅' 제한 및 차별 금지 등을 통해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도 해명했다.

이같은 육군의 입장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육군의 해명을 전해 들은 임 소장은 "(참모총장이) 지시한 적 없는데 수사팀이 그렇게 활개치고 다녔다면 (수사관이) 직권을 남용해서 불법 수사했다는 것밖에 더 되냐"며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태그:#육군, #군인권센터, #임태훈, #동성애,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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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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