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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이 저멀리 보이는 세월호를 보며 오열하고 있다.
▲ 세월호를 실은 배가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도착하자 오열하는 유가족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저멀리 보이는 세월호를 보며 오열하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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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보인다!"
"배다!"

낮 12시 30분경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앉아있던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화이트마린호의 선수 부분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유가족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화이트마린호인지 분간이 잘 안 될 정도로 형태만 보이는 상태라 여기저기서 "저거 맞아?"라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이 "맞아요"라고 하자 가족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 어머니는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쳤다. 한 어머니는 "아, 어떡해..."라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렇게 (배가) 올 거 그렇게 (오래 걸렸느냐)..."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는 이들의 시선은 모두 배에 고정돼있었다.

세월호유가족이 목포신항 철제부두로 들어오는 세월호를 보고 있다. 그의 등 뒤엔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란 글귀가 적혀있다.
▲ 목포신항 철제부두로 오는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는 세월호유가족 세월호유가족이 목포신항 철제부두로 들어오는 세월호를 보고 있다. 그의 등 뒤엔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란 글귀가 적혀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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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분이 넘도록 유가족들은 통곡을 멈추지 않았다. 서서 울던 한 어머니는 몸을 가누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영석이 어머니 권미화씨가 "아들아"라고 배를 향해 외쳤다.

부두에서 육안으로도 화이트마린호가 보이게 된 낮 12시 43분경, 한 어머니가 손에 쥐고 있던 물병을 바다 쪽으로 던지며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한 어머니는 "일어나. 똑바로 봐 우리 새끼들이 어떻게 갔는지 똑바로 보자"라며 외쳤다.

화이트마린호에 쓰여 있는 배 이름 'Dockwise white marlin' 글씨가 선명히 보이던 낮 12시 53분경에도 유가족들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몸을 뒤로 젖히고 울던 한 어머니는 탈진 증세를 보이기도 해, 주변 사람들이 급하게 물을 먹이기도 했다. 물병을 쥔 손은 가늘게 떨렸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온 뒤 세월호유가족들이 눈 앞에 있는 세월호를 보며 눈물 흘리고 있다.
▲ 세월호를 눈앞에 둔 채 울고 있는 유가족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온 뒤 세월호유가족들이 눈 앞에 있는 세월호를 보며 눈물 흘리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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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탄 인부들의 얼굴이 작게나마 보일 정도로 배가 근접하자 한 어머니는 "아들아 집에 가자"고 외쳤다. 근접한 세월호엔 여기저기 긁힌 흔적과 천공 등이 눈에 띄었다. 유가족들은 천공을 가리키며 "저 구멍을 보라"고 오열했다. 2학년 8반 안주현 학생의 어머니는 "구멍 뚫린 게, 저게 무슨 배냐"며 "주현이 꺼(유류품) 하나라도 다 찾아갈 거야"라고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40분 넘게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1시 15분쯤 한 어머니가 쓰려져 구급차에 실려 갔다. 오후 1시 5분쯤 세월호가 무사히 목포신항에 도착함에 따라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쉬었다. 2시쯤에서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어업지도선 타고 세월호 따라간 미수습자 가족들

한편 화이트마린호가 목포신항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12시 25분쯤, 미수습자 가족들은 바다에 있었다. 어업지도선을 타고 세월호를 따라 왔기 때문이다.

은화 어머니와 다윤이 어머니는 항구에 근접해졌다는 소식을 듣자,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조타실로 올라갔다. 김완제 선장이 "다 와 간다"고 하자 은화 어머니와 다윤이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딸을 만날 수 있다는 안도의 미소였다. 은화 어머니는 "우리가 직접 찾으러 가야 하는데 다윤이 어머니는 평형이 안 맞고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어떡하나"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은화 어머니와 다윤 어머니, 양승진 선생님 부인 유백형씨는 타고 있던 배 오른편으로  갔다. 목포신항으로 들어가는 화이트마린호를 보기 위해서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나란히 서서 붉은 화이트마린 호에 실린 흙 묻은 세월호를 봤다.

은화 어머니는 기자를 향해 "바다에서도 건져 올렸는데 저기 배에서 못 올리겠어요"라며 "다 이겨낼 거다"라고 덧붙였다. 말없이 항구만 바라보던 다윤 어머니와 유씨도 "이제는 찾아야죠"라고 말했다.

화이트마린호가 목포신항만에 도착한 순간, 다윤 어머니는 은화 어머니를 붙잡고 "저기 좀 보세요. 다 왔어요"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항만 끝 부두에서 세월호 도착 볼 수 있었던 세월호 유가족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결국엔 부두에서 세월호가 들어오는 걸 지켜볼 수 있었지만, 그 과정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오전 6시쯤 유가족들이 목포신항에 도착했지만,  해양수산부가 유가족의 참관을 안내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두 안에 들어가도록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을 무시하며 경찰을 배치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오전 8시쯤 철문 바로 인근에 텐트 5개를 세운 채 철제펜스 앞에 서서 항의를 시작했다.

"왜 우리 애들이 탄 배를 우리가 못 보냐"며 영석 어머니는 철제 펜스를 흔들며 외쳤다. 펜스 너머엔 경찰관 20여 명이 굳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오전 10시 50분경 유가족들은 부두 철책 여기저기에 "기다리겠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노란 천을 묶으며 그곳을 20분이 넘도록 떠나지 않았다. 2-4반 정차웅 어머니 김연실씨는 "우리가 새벽부터 잠 안 자고 온 이유가 뭔데"라며 "우리가 안 보면 누가 보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해수부가 결국 유가족의 부두 진입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날도 유가족은 정부와 싸워야 했다.

세월호유가족이 목포신항 철제부두로 들어가는 철제펜스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 목포신항 철제부두로 들어가는 철제펜스 앞에 서있는 유가족 세월호유가족이 목포신항 철제부두로 들어가는 철제펜스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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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미수습자, #유가족들, #목포신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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