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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과 서울을 오가며 탈핵퍼레이드 소품을 만들며 핵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 311탈핵퍼레이드 총연출을 맡은 장소익감독 청송과 서울을 오가며 탈핵퍼레이드 소품을 만들며 핵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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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소식을 듣고는 엄청 놀랐다. 그건 공포와는 다른 거였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기에 깜짝 놀랐고 그건 나에게 경각심으로 다가왔다. 연극하는 입장에서 극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것과 가장 유사한 장르다. 인간은 죽는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비극적인 존재다. 그런 것으로 볼 때,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굉장히 강력하게 연극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문제가 가지는 묵시록적인 거, 여기에 담겨진 비극성, 그런 거에 대해 관심이 연결이 됐던 거 같다."

311탈핵퍼레이드 총연출을 맡고 있는 장소익(53) 감독에게도 6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3월 둘째 주에 만난 그는 인간 중심의 문명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 경각심은 환경운동가나 정치인이 갖는 것이 아닌, 연극인으로서 세상과 마주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해주었다.

그는 핵이라는 게 금방 끝날 일이 아니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마치 악마가 불사신이어서 죽지 않는 것처럼. 핵도 악마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확신한다. 핵발전소 문을 닫아도 핵폐기물은 우리 옆에 붙어 있을 거고, 언제 어느 때 사고가 날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그리스신화의 미로 속 미노타우르스에게 먹히는 상황과도 같은 것이라며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것이 노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탈핵퍼레이드는 시민들이 직접 토론을 통해 만드는 워크샵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 퍼레이드 나비 이번 탈핵퍼레이드는 시민들이 직접 토론을 통해 만드는 워크샵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 탈핵퍼레이드 준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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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거다. 노는 것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에 의해 탈핵이 선언된다 하더라도 그 핵은 남아 있다.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도 없는 거고. 우리가 죽게 되면 다음 세대들이 다 떠안아야 하는 건데."
"핵은 악마처럼 항상 있는 것이며, 어쩌면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이걸 문화로 풀어보는 거다."
"예전에 군부독재와 싸울 때 춤추고 노래도 부르며 빈민, 노동, 공동체운동이 활성화 됐었다. 독재라고 하는 악마가 있었지만 그 악마랑 싸우는 과정이 단순히 싸운 것만은 아니다. 돌만 던진 게 아니다. 공부도 하고 문화가 있었다."

그는 탈핵은 정치적 사안만 놓고 볼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탈핵과 관련된 음악, 그림, 춤도 나오고, 굳이 핵과 관련된 아니더라도 그와 연관된 문명적인 문제, 문명전환과 연관된 문제 삶의 태도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문화와 결합이 되지 않는 한, 몇몇 사람들의 정치적인 의제로는 될 수가 없는 거라고 했다.

그 다양한 영역 중 하나가 시민들이 탈핵이라는 자기 의사를 퍼레이드를 통해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드는 소재도 친환경소재, 공장에서 찍는 것이 아닌 다 직접 만드는 핸드메이드여야 한다.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엄마들과 노닥거리고 수다를 떨면서 탈핵 문제를 기화로 사라진 깨진 공동체를 복구하는 방편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갖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기획됐는데 여러 사정상 생각보다 많은 작업들이 더디게 진행됐다. 당초에는 그간 만들었던 거대 인형이나 탈을 가지고 참여하는 정도였는데 '직접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약 10여 군데 참여단체를 오가며 워크숍과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장감독의 아내인 임은혜씨가 학생들과 함께 소품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 워크샵 장감독의 아내인 임은혜씨가 학생들과 함께 소품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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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임은혜씨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장 감독은 '나무닭연구소'가 있는 청송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한 워크숍 당,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소요하며 탈핵퍼레이드에 쓸 소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이번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몇몇 캐릭터들이 있는데 이중 대머리소녀 캐릭터가 있다. 이 소녀는 방사능에 피폭된 소녀들이고 실제로 이라크나 미국, 체르노빌 근처에서 사는 10대 소녀들이다." 이렇게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과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간다.

이건 계몽과 홍보가 아니다. 핵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작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핵에 대한 공부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연극적인 본인의 영역에서 접근을 해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 시간은 일상의 시간과 같은 길이의 시간이지만, 특별한 시간'이라고 그는 말한다.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자연스럽게 탈핵이라는 의미를 녹여내는 시간인 것이다. 정성들여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잘되면 탈핵이 힘을 받을 거라고 본다는 그는 그래서 단순히 매년 하는 행사, 공장에서 찍어가는 행사가 아닌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만들어가는 탈핵퍼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장감독은 워크샵에 참여하고 소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탈핵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큰 경험이 된다고 말한다.
▲ 소품 만들기 장감독은 워크샵에 참여하고 소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탈핵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큰 경험이 된다고 말한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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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후쿠시마가 터지고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에 관련된 것들을 공부했다. 이 문제는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될 문제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에 맞는 퍼레이드를 만들었다. 그런데 2014년 세월호가 터졌다. 둘 다 물이었다. '물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퍼레이드 작품을 만들고 경주 등지에서 퍼레이드를 했다."

퍼레이드 순우리말로 하면 길놀이 길굿이다. 남녀노소 모두 참여하는 퍼레이드는 단순한 가장행렬이 아니다. 참여했던 아이들이 퍼레이드에 참여한 기억을 가지고 커간다면, 탈핵은 어느 날 갑자기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녹아드는 것이다.

그는 이번 탈핵퍼레이드의 명칭인 '나비행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름을 통해 탈핵운동은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이나 몇몇 시민단체들만 하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공동체문화운동의 영역으로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비행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나비들이 이번 워크샵을 통해 만들어졌다.
▲ 나비행진을 위한 나비만들기 나비행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나비들이 이번 워크샵을 통해 만들어졌다.
ⓒ 탈핵퍼레이드 준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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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한강'을 이끌다가 연극의 형식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실험해서 그 결과들을 극단에 활용하기 위해 시작한 '나무닭연구소'가 이제는 우리나라 퍼레이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 곳이 됐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며 독일연극과 독일희곡을 공부하고 동아리에서 마당극과 풍물을 익힌 그에게 퍼레이드는 그가 반드시 만들어가야 할 삶의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아내와 함께 연극의 오지이기도 한 청송에서 국제환경연극프로젝트를 9회째 열면서 지역의 역사, 민담, 설화 등 지역 이야기를 캐릭터로 만들고 극화해서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장 감독은 현재 광화문에 설치된 블랙텐트의 주인이기도 하다.

2005년 5월 광주아시안마당 예술감독으로 있을 때 개·폐막식 비용을 줄여서 일본의 천막극장 연출가에게 건네받은 설계도면을 보고 한 달여간 손수 만들었다는 천막극장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의 저항예술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311탈핵퍼레이드는 오는 11일 광화문 광장 오후 2시에 열린다.


태그:#311탈핵퍼레이드 , #탈핵하자 , #장소익, #나무닭연구소 , #국제환경연극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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