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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구텐베르크 마인츠대학 케르스틴 폴 교수.
 독일 구텐베르크 마인츠대학 케르스틴 폴 교수.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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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텍고 교장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부당' 훈시... 민주주의교육에서는 그런 식으로 학생들을 교화해선 안 된다."

"독일에서 이런 경우 못 봤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전문가인 구텐베르크 마인츠대학 케르스틴 폴 교수(정치교육학)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와 만나 벌인 인터뷰 자리에서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좌우 정치·역사교육 논쟁이 한창이던 1976년 서독에서 탄생한 교육지침이다. 당시 우리나라와 같이 분단 상황에다 교과서 논쟁까지 겪던 서독 정부와 학자들은 3가지 원칙에 합의한다. 교육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좌우대타협의 결과였다.

학생들에게 특정 내용을 강제주입해선 안 되고(제압 금지), 사회 논쟁상황은 교실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뤄야 하며(논쟁성 재현), 학생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이해관계 지각)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합의는 다른 교육선진국의 교육방법론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

폴 교수는 지난 15일 열린 '독일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민주시민교육' 국제심포지엄 발제를 위해 방한했다. 이 심포지엄은 서울시교육청,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독일의 비영리공익기관인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이 같이 열었다.

이런 폴 교수이기에 곽일천 서울디지텍 교장의 1시간 '교화' 사건은 관심거리다. 폴 교수는 이미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곽 교장은 지난 7일 종업식 자리에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박근혜 탄핵의 부당함'에 대해 1시간 가량 훈시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규범적 대답을 하자면 곽 교장의 행동은 (교육이 아닌) 교화가 맞다. '박근혜 탄핵'이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그렇게 일방의 편을 들어서 말하면 안 된다. 최근 들어 독일에서 이런 경우를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독일에서 이런 '1시간 훈시'가 일어났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폴 교수는 "독일 학교에는 학생 대표단이 있는데 만약에 교장이 1시간동안 교화만 한다면 중간에 나가버릴 것"이라면서 "그 교장이 처벌까지 받게 될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발은 상당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사회 쟁점에 대해서는 교장이더라도 자신을 생각을 훈시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도 논쟁적으로 가르쳐야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얘기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곽 교장의 편향교육에 대해 특별히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교과서 통일은 또 다른 교화"

최근 한국에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교과서에 대해 폴 교수는 "이것이야말로 정부를 통한 학생 교화가 맞다"면서 "중립적인 저자들이 참여한 다양한 교과서를 만들어 학교에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폴 교수는 "역사수업에서 정부가 교과서를 통일해버리면 절대적인 역사관만 배우게 된다"면서 "역사의 서사성을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다양한 관점에서 만든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물론 교육선진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는 교육은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다"는 것이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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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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