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선보다 탄핵이 먼저임을 강조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했습니다. 24세∼29세, 생애 두 번째 대선을 맞는 이들의 마음은 지금 누구에게 가 있을지. <오마이뉴스> 수습기자들이 여섯 시간 동안 발품을 팔아 청년 107명을 만났습니다.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4일 광화문 광장 촛불현장에서 24세~29세 청년 107명에게 물은 결과, 지지 후보를 명확히 밝힌 88명 중 52명이 대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문재인 대세론'을 이유로 말했다. 김아무개씨(남, 28)는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여서"라며 문 전 대표를 뽑을 것이라 밝혔다.

대선 재수생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거론하는 경우도 많았다.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서 어머니와 함께 올라온 김지혜씨(여, 24)는 "(문 전 대표가) 준비된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두 번이나 나오는 만큼 국정운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증 작업이 한 차례 이뤄졌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뽑았던 김지용씨(남,28)는 "(문 전 대표는)검증이 됐다"며 그를 뽑겠다고 밝혔다. 백수현씨(여,28)도 "(문 후보가)청렴하고 깨끗하다고 느꼈다"며 "국정농단 사건도 있고 적폐 청산이 최우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준비된' 문재인-'젊은' 안희정 조합, 선호도 1위

한복을 차려 입은 대학생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한복 입고 촛불 집회 참석한 대학생들 한복을 차려 입은 대학생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문 전 대표 다음으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선택한 청년들이 많았다. 모두 15명의 젊은이들이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이재명 성남시장은 단 '한 표' 차이로 3위(14명)로 밀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지지한 사람은 6명,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한 사람의 선택만 받았다.

안 지사 지지자들은 그의 도지사 경력을 강점으로 거론했다. 성승우씨(남, 28)는 "충남도지사로서 행정력을 인정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아무개씨(여, 27)도 "지자체를 운영해봐서 교육 공약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도 행정력에서 점수를 땄다. 황아무개씨(여, 24)는 "(이 시장이)실질적으로 성남시 빚을 탕감했다"며 "지금 우리나라 빚도 많은데 해결해주지 않을까"란 기대를 표명했다.

이 시장의 선명한 행보를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이형욱씨(남, 25)는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그래서 과격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재명은 그런 점에서 적폐를 청산하기에 적당하다"고 밝혔다.

선호도에 대한 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문 전 대표를 1순위, 안 지사를 2순위로 선택했다. 모두 34명의 사람들이 '문재인 다음으로 안희정'을 꼽았다. 문 전 대표를 1순위로 선택한 김송이씨(여, 27)는 "안희정은 젊으니 다음에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 현장'에서 마주한 청년들의 이와 같은 표심은 지난 1월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둘째 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29세 연령대의 경우 169명 중 문 전 대표가 39%를 얻어 1위, 그다음으로 이 시장이 17%로 야권 주자 중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얻었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시 안 지사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도는 4%에 불과했다. 최근에 두드러지는 안 지사의 강세가 확연히 나타난 셈이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문 전 대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남성은 응답자 중 49%였지만, 여성은 그 비율이 69%에 달했다.

생애 두 번째 대선이라 '의지' 남다른 청년 많아

인터뷰에 응한 청년 중에는 두 번째 대선 투표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보다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더 많이 보게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직 뚜렷하게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황아무개씨(여, 28)는 "지난 대선에선 새누리당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문 전 대표를 찍었다"면서 "이번에는 후보도 많고 공약도 다양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선거에서 박 대통령을 뽑은 김아무개씨(여, 28)도 "지난번에는 그냥 투표장에서 대통령 될 얼굴이라는 생각에 박근혜를 뽑았다"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나마 심상정 대표가 옳은 얘기를 많이 해서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진아무개씨(남, 25) 역시 "지난 대선 때 뽑았던 박 대통령이 실망을 줘서 정치인들에게 믿음이 안 가고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 다른 후보에게도 숨겨진 비리가 있을까 봐 더 공약을 꼼꼼하게 보게 된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정권 교체에 의미를 더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아무개씨(남, 25)는 "예전에는 정책을 봤는데,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을 위해 야당 성향이 더 강한 후보자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박아무개씨(남, 27)는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투표를 잘 못 해서 이런 결과가 벌어졌다"며 "옛날 사고방식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이번엔 젊은 안 지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음 대통령의 과제는 '먹고사니즘'과 정치 개혁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에게 청년들은 어떤 정책들을 기대하고 있을까.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먹고사니즘'이었다. 보다 잘 먹고 잘 살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청년들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김아무개씨(여, 29)는 "청년 인턴 같은 제도들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주장했다. 이재홍씨(남, 29)는 "재벌 대기업들이 돈이 없다며 채용을 줄였으면서 정유라에겐 고가의 말을 사줬다"면서 "다음 대통령은 일자리 만들기와 최저임금 개선에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자리와 함께 주거, 결혼, 육아 등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아직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현림씨(여, 24)는 "살 공간은 적은데 돈은 부족하다"며 "19대 대통령은 주거문제를 꼭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두현씨(남, 25)는 결혼 지원금을, 김미경씨(여, 28)는 남성들의 육아휴직 의무화를 첫 손에 꼽았다. "역사의 현장이라 나왔다"는 이아무개씨(여, 27)도 "지금보다 덜 팍팍한 삶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유현지씨(여, 29)는 다음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 수습을 잘해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실현해달라"고 주문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소·사드 반대 집회 등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는 남영주씨(여, 26)는 "다음 정권은 시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처벌해줬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밝혔다.

4일 촛불 현장에서 만난 청년 107명에 대한 대면 인터뷰 결과
 4일 촛불 현장에서 만난 청년 107명에 대한 대면 인터뷰 결과
ⓒ 배지현·김성욱

관련사진보기




태그:#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촛불, #20대
댓글8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