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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입구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처첨하게 부서진 차량들.
▲ 처첨하게 부서진 싼타페와 SM5 갓바위 입구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처첨하게 부서진 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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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에 이런 일이 나한테도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17년 1월 1일.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아내와 팔공산 갓바위(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가기로 한 날이다. 우리 부부는 벌써 십여 년째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새해 첫날 갓바위를 찾아 가족의 안녕을 비는 기도를 올린다.

이날도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뒤 아내를 조수석에 태우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내 차는 2015년 11월에 새로 구입한 현대자동차 SUV 싼타페다. 지금까지 1만7000km정도 탔다. 59년생인 나는 23년째 현대차만 타고 있다. 아내는 아반떼, 아들은 그랜저를 타니 집안에서 굴러다니는 현대차만 3대다.

사고 차종과 같은 2015년형 싼타페DM 차량.
▲ 2015년형 싼타페 사고 차종과 같은 2015년형 싼타페DM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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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경 기도를 마치고 갓바위 입구 약사암 쪽 내리막길에 주차해놓은 차에 올랐다. 앞차와 너무 바짝 붙어 있어 뒤로 살짝 후진한 뒤, 기어를 D에 놓고 천천히 출발했다. 경사가 심해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조금 떼는 것만으로도 차가 앞으로 움직였다. 브레이크를 살짝 밟은 상태에서 약 3m 정도 전진했을 때 갑자기 차에서 '웽~~' 하는 굉음이 울렸다. 동시에 차는 마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것처럼 앞으로 돌진해갔다. 그 때 나는 가속페달을 전혀 밟지 않았다.

순간 너무 놀라서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왼발로 풋브레이크도 밟았지만, 차는 급발진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급발진인가?' 머릿속에 하얘졌다.

이렇게 약 80m(나중에 대충 재보니) 정도를 달렸는데 왼쪽 길가에 주차된 SM5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쩔 수 없이 그 차의 뒤꽁무니를 그대로 추돌했다. 반대로 핸들을 돌렸다면 20여m 계곡 아래로 떨어져 곤두박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 속도로 계곡에 떨어졌다면 아내와 나는 어떻게 됐을까?

SM5와 카렌스가 서로 뒤엉켜 있다.
▲ SM5오 카렌스 SM5와 카렌스가 서로 뒤엉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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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세게 부딪혔던지 내 차에 받힌 SM5가 그대로 튕겨나가 앞에 주차됐던 카렌스를 들이받았고, 카렌스도 앞으로 밀려나가 전신주를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섰다.

내 차는 SM5를 추돌한 뒤 도로 오른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대로 계곡으로 떨어지기 직전 큰 소나무를 들이받고 나서야 가까스로 멈췄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차에서 빠져 나왔다. 그 사람들은 사고가 너무 커서 순간 우리 부부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사고 직후 싼타페의 앞부분은 완전히 부서졌지만, 엔진은 돌아가고 있었다. 풋브레이크는 밟혀있는 상태였고, 7개의 에어백은 단 한 개도 터지지 않았다. 차가 너무 많이 부서져 폐차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싼타페와 SM5, 카렌스가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
▲ 사고차량들 싼타페와 SM5, 카렌스가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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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도 폐차할 수준으로 부서졌고(나중에 폐차), 카렌스도 너무 심하게 부서졌다(이 차도 나중에 폐차). 나는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목과 어깨의 인대가 늘어나는 정도에 그쳤지만, 아내는 갈비뼈 여러 개와 손등이 부러지고 곳곳에 타박상을 입었다.

막상 이런 사고를 당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해군사관학교를 다닌 뒤 해군에서 3년간 군함을 몰아본 경험이 있다. 23년간 자동차 운전도 했지만, 인생을 살면서 지금까지 어떤 사고를 내본 적이 없다.

평소에 운전도 굉장히 조심해서 하는 편이다. 오죽하면 아내가 내 차를 타면 답답하다고 잔소리를 늘어 놓을 정도다. 하지만 군대에서 익힌 조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 어쩔 수 없다.

(하편에서 계속)

(이 기사는 사고 당시와 그 이후를 당사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드라이브(www.thedriv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싼타페, #현대차, #급발진, #갓바위, #싼타페 급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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