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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생전에 미리 치른은 장례식으로 마련한 출판기념회 직장 상사, 종료, 선배들의 축사가 이어지고..
▲ 출판기념식의 내빈 축사 살아 생전에 미리 치른은 장례식으로 마련한 출판기념회 직장 상사, 종료, 선배들의 축사가 이어지고..
ⓒ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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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 2016.12.03. 10:30 ~ 13:00
곳 : 서울 강서구 양천구 서정초등학교 강당
누가 : 남옥 이병희의 지인 약 100명
주관 : 남옥 이병희 가문
  

요즘 한창인 웰다잉의 결정판을 본 느낌이었다. 며칠 전 나는 종로시니어클럽의 택배사업장 종사자인 어르신 50여 명을 대상으로 웰다잉과 엔딩노트(ENDING NOTE)에 대해 강의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 나의 친구 이병희 교장은 나에게 충격의 일격을 가해버렸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여러 친지분들을 모셨습니다. 그것은 나의 살아생전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하여서입니다. 나는 나의 벗과 친지 그리고 나의 동료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 내가 죽기 전에 1000명에게 밥을 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오늘 이렇게 100명 정도의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모이셨으니, 이제 1/10은 갚은 셈이 되는 날입니다.

내가 죽었다고 해서 장례식에 오시려면 봉투라도 가지고 오실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오늘은 제가 이렇게 살아서 치른 장례식이니까 봉투도 받지 말라고 하였고, 화환도 받지도 보내지도 말라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제가 밥 사는 날이니까요."

살아서 치른 장례식이라는 말을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서 생전에 치른 장례식이라는 말이었다.

출판기념과 생전 장례식을 축하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준 상사, 동료, 친지들이 약 100여명이나 모였다.
▲ 생전 장례식에 참여한 100여명의 친지들 출판기념과 생전 장례식을 축하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준 상사, 동료, 친지들이 약 100여명이나 모였다.
ⓒ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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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웰다잉 강의를 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라는 얘기와 함께 '마음의 빚 갚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였다. 친척, 친지, 친구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떠나기 전에 갚고 떠나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신세를 진 분들이나 나름으로 인연을 가졌던 분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아서 나중에라도 혹시 원망을 들을 일을 없애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정작 이런 일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실 사람이란 늘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지 못하고 자기 잘못은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친구에게 다시 한 번 "존경 한다"는 내 진심을 전하고 싶다.

이날 행사는 참으로 멋졌다. 나는 왜 저런 구상을 한 번이라도 해보지 못한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친구, 그런 친구가 바로 남곡이다.

몇 년 전에는 서화전으로 나에게 부러움을 주며 어퍼컷을 날리더니, 오늘은 또 다른 기획을 했다. 멋진 동화책과 책의 출판기념식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정한 행사가 '나의 생전 장례식'이라니 이런 엄청난 기획을 감히 누가 한단 말인가?

사실 행사 안내장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었다. 아니 그런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인삿말에서 오늘 행사가 그런 성격을 가진 행사라는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이날은 난 오전 10시 40분까지 도착하라는 정국래 회장의 연락을 받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오후 3시 이후에 오겠다던 CCTV 기사가 아침에 오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당장 나서야 하는데 하필 이 시간에 온다니 이게 뭔가?'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있어야 옥상의 문도 열 수 있고, CCTV 배치 순서도 정해 주어야 하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기계를 설치한 것을 보고 나서 배치까지 끝내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러나 식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0여분이나 지나 있었다. 순서 네 번째인 2분 축하메시지가 진행 중이었다. 자신과 함께 했던 동료, 선배, 상사 등을 모시고 축하인사를 듣는 순서였다.

멀리 강원도, 경기도 양평에서 온 어르신들이 내 친구 남곡에게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어 진행된 본인의 감사인사에서 그는 이런 엄청난 충격적인 말로 오늘의 행사 성격을 설명했다.

다음으로 친구 남곡이 자신의 손녀 가은이를 위해 동화를 쓰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실제 그 이야기가 어떻게 쓰였는지 실황으로 보여주었다. 친구 남곡의 며늘이가 딸(손녀 가은)을 데리고 동화를 읽는 장면을 연출했다. 다음으로는 할아버지인 남곡과 손녀 가은이가 평소 만나서 진행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손녀 가은이를 소개하였다.

손녀와 실제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실제 사왕을 연출해주었다.
▲ 손녀와 함께 하는 시간 손녀와 실제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실제 사왕을 연출해주었다.
ⓒ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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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이진호 선생의 시를 한용희 선생이 작곡하여 보내준 자신의 노래를 주인공이 직접 불렀다.
▲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손녀 가은양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이진호 선생의 시를 한용희 선생이 작곡하여 보내준 자신의 노래를 주인공이 직접 불렀다.
ⓒ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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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동영상으로 한국교원연수원 온라인 강좌 영상 2개를 상영했다. 탤런트다운 모습을 보이는 친구 남곡의 모습에 다시 머리가 숙여졌다.

2부 행사에선 손녀 가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진호 선생이 쓰고, 한용희 선생이 곡을 붙인 '건강한 이가은입니다'를 손녀 가은이가 직접 불러 박수를 받았다.

이어지는 행사에선 서대문복지관의 일본어반 친구인 허용환옹이 나와서 하모니카 연주를 했다. 이미자의 '총각선생님',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 두 곡을 불렀다. 뒤이어 색소폰 연주로 남곡의 부부공연이 있었다. 조동자 연사가 먼저, 뒤이어 남곡 이병희의 연주가 이어졌다. 듀엣으로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를 들려주었다.

부부가 함께 악기를 익혀서 따로 그리고 듀엣으로 악기로 화합을 과시하였다.
▲ 부부의 듀엣 색소폰 연주 부부가 함께 악기를 익혀서 따로 그리고 듀엣으로 악기로 화합을 과시하였다.
ⓒ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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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가면 갈수록 나를 부럽게 하고 나를 주눅 들게 만든다. 나는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왜 저렇게 살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왜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못하고 아내의 말대로 남의 일에만 매달려서 허둥지둥 살아가는 것인가?

남곡이 인사말에서 내가 한 '백수가 과로사한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처럼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지 생각하게 만드는 친구다.

마지막엔 식이 진행되는 중에 돌린 바구니에서 잡은 종이쪽지를 갖고 행운추첨을 했다. 내가 고른 종이엔 '삐딱하게'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뭐지?' 하며 호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남곡의 친구분들 중에서 책을 출판한 분들이 자기 저서를 10권씩 가지고 와서 손님들께 직접 서명을 해서 나누었다. 이 또한 얼마나 멋지고 신선한 행사인가?

이렇게 책을 받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행사가 끝이 났다. 이렇게 사람을 몇 번씩이나 놀라게 만드는 만능 탤런트 남곡 이병희 친구에게 축하와 부러움의 마음을 담아서 감사의 인사를 나누면서 헤어졌다.

남곡! 이 멋진 친구야! 제발 이런 멋진 기획을 좀 나누어주기도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부러움의 한 마디를 남기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나의 블로그 등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곡이병희, #생전장례식, #출판기념, #손녀이가은 , #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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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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