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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
ⓒ 박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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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우군'이 모였다. 이날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1만 명, 경찰 측은 1천 명으로 참가 인원을 추산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응원하는 팻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응원하는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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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탄핵 반대", "하야 반대" 구호를 연신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한 연설자는 "언론에 나오는 여론조사는 미친 여론조사다. 박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등 과거 대통령에 비해 훨씬 깨끗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에 앞장선 내부의 배신자 김무성을 척결해야 한다. 제일 나쁜 자는 유승민이다. 처단하자. 박살 내자"라고 말하며 나경원, 하태경 등을 포함한 비박계 의원들을 비난했다. 또한 강연자가 "100만 명이 촛불을 든 나라가 정상인가"라고 묻자, 집회 참가자들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야 반대' 집회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병수 씨
 '하야 반대' 집회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병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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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집회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김병수(31) 씨가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김씨에게 "앞 광장에서 박근혜 지지자들이 집회 중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묻자, "경찰분들이 더 위험해 보인다"라고 답했다.

서울역 1번 출구를 에워싸고 '하야 반대' 구호를 외치는 박 대통령 지지자들
 서울역 1번 출구를 에워싸고 '하야 반대' 구호를 외치는 박 대통령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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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역 1번 출구를 둘러싸고 지하 1층, 지상 1층에서 '하야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곳은 지하철 1, 4호선과 서울역,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공항철도, 경의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동하는 구간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2단으로 구조로 총 4대가 운행된다.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시위 인원들이 큰 소리로 외치는 '하야 반대', '퇴진 반대' 등 구호를 억지로 계속 들어야만 했다.

긴장감 흐르던 서울역 1번 출구

이날 서울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구간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서울역 외곽 지역 보안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토요일은 유동인구가 많아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병목 현상을 없애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에스컬레이터를 수동으로 운행하고 있다. 현재 전 직원들이 출근했고, 구간마다 인원을 배치해 호루라기를 불면서 시민들을 유도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울역 1번 출구로 내려가는 시민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울역 1번 출구로 내려가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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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어리둥절하다', '신기하다'는 듯 '하야 반대' 시위대를 바라보았다. 신경 쓰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며 이동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위에서 '하야 반대'를 외치던 박종만(60대)씨에게 "시민들 반응이 어떤가?"라고 묻자, "반응이 뜨겁다. '하야 반대'하는 열기가 대단하다. 이에 동의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답했다.

'하야 반대' 시위자들을 향해 거울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시민
 '하야 반대' 시위자들을 향해 거울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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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가 넘어서자 서울역에는 촛불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하야 반대' 시위대와 마주친 시민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팻말과 소품을 들고 지상 1층에서 '맞불 시위'를 시작했다. 인근에서 '하야 반대' 시위자를 바라보며 1인 시위를 하는 윤아무개씨(33)에게 거울과 적힌 문구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 상식을 갖춘 시민이라면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씨외에도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이 서울역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찰은 충돌 상황을 대비해 1인 시위자 주변과 양측 진영 사이에 경찰관을 배치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충돌을 경찰들이 모두 막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이 '하야 반대' 시위대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이 '하야 반대' 시위대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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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 반대'를 외치던 시위대는 박근혜 퇴진' 팻말을 든 시민들을 보면 삿대질을 하며 고함으로 시비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빨갱이들", "종북주의자" 등 발언을 하며 반대 측 시민들을 자극했다. 이에 맞서 일부 시민들은 큰소리로 말싸움을 하거나 몸싸움까지도 마다치 않았다.

'하야 반대' 시위대의 위협을 피해 중학생 2명이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쳤다
 '하야 반대' 시위대의 위협을 피해 중학생 2명이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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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에서 만난 정찬운, 김진영(14)씨는 벽 뒤에 숨어서 '하야 반대' 시위대를 향해 '박근혜 퇴진'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들에게 "왜 숨어있느냐?"고 묻자, "가까이 가면 맞을까 봐 숨어있다. 지난 주에 왔을 때는 맞았다"고 답했다.

"왜 이곳에서 시위를 하느냐?"라고 묻자, "이런 나라에서 학생도 할 말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또한 대통령의 하야를 반대하면서 '지키자 대한민국'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왜 태극기를 흔드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박근혜 퇴진' 팻말을 들고 서 있던 전훈진(49, 왼쪽 세 번째) 씨를 폭행한 60대 노인(오른쪽 네 번째)이 경찰에게 연행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퇴진' 팻말을 들고 서 있던 전훈진(49, 왼쪽 세 번째) 씨를 폭행한 60대 노인(오른쪽 네 번째)이 경찰에게 연행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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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20분 경, 한 60대 노인은 '박근혜 퇴진' 팻말을 들고 서 있던 전훈진(49) 씨를 다짜고짜 때렸다. 전씨는 "나는 가만히 서 있는데, 저 사람이 와서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때렸다. 욕설을 하며 발로 차기도 했다"라고 피해 사실을 전했다. 또한 "집이 천안인데, 내려가지 않고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60대 노인은 연행 과정에서도 거친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피해자와 주변 시민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상황을 정리하던 경찰관들이 이를 제지했다. 하지만 60대 노인은 "경찰이 맞나? xxx들"이라고 욕설을 했고, 한 사복 경찰관을 폭행하며 거칠게 저항하기도 했다. 또한 이 상황에서도 피해자에게 달려들다가 주변 경찰들에게 제압되었다.

이후 경찰관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지만, 60대 노인은 "난 잘못이 없다, 모른다, 못 들었다, 웃기는 경찰들이네, 놓으라고 내가 도망가냐, 놓으라고" 등의 말을 반복했다. 그 뒤 경찰관은 목격자를 확보한 뒤, 가해자를 서울역 파출소로 연행했다.

밤 10시께, '하야 반대'를 외치던 일부 인원들이 난간에 걸어 둔 팻말을 떼내고 있다.
 밤 10시께, '하야 반대'를 외치던 일부 인원들이 난간에 걸어 둔 팻말을 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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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30분이 가까워지자, 현장 상황은 역전되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서울역 1번 출구를 채웠다. 하지만 양측의 마찰은 계속되었다. 기자는 '하야 반대'를 주장하는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대부분 "우리는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온 개인들이 모인 자리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두 인물이 시위 인원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는 듯한 모습을 계속 보였다. 그들은 팻말도 들지 않고, 구호를 외치지도 않았다. 주변을 관찰하는 모습만 보였다. 특히 양측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신의 핸드폰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특정 시민들의 얼굴을 촬영했다. 그중 한 명에게 소속 단체와 직책을 계속 물었지만,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 시위 인원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더니, "회장님,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데..."라면서 자리를 피했다.

지난주부터 집회를 지켜본 인근 상인 조아무개씨는 '하야 반대' 모임에 대해 한마디 했다. 온 가족이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다는 상인 조씨는 "여기 '하야 반대' 모임은 종교 단체인 '국가기도연합'과 '박사모' 두 단체가 있다. 그런데 박사모와는 정말 대화가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박사모는 같이 탄핵을 반대하는 국가기도연합 측 인원들도 쫓아낸다. 오늘 8시쯤 '박사모' 회원이라는 사람이 음식을 먹고 나서 '나라를 위해 데모를 하는데 왜 공짜로 주지 못하나'라고 했다"며 그들의 횡포를 전했다.

27일 0시 10분 경, 모든 인원들이 해산했다. '하야 반대'를 외치던 시위대는 설치한 현수막을 그대로 둔 채, 자리를 떠났다.
 27일 0시 10분 경, 모든 인원들이 해산했다. '하야 반대'를 외치던 시위대는 설치한 현수막을 그대로 둔 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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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자, 모든 집회 인원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하야 반대' 측은 난간에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대신 서울역 외곽 보안 관계자가 직접 현수막을 걷었다. 이렇게 서울역 1번 출구의 하루가 끝났다.



태그:#박사모, #하야 반대, #퇴진 반대, #5차 촛불집회,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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