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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청와대 정문(일명 11문) 앞에서 경찰 근무자가 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21일 청와대 정문(일명 11문) 앞에서 경찰 근무자가 근무를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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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한 '매직넘버'가 만들어졌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3일부터 이틀 간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연판장을 돌린 결과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 "김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 이후 당내에서 탄핵 찬성 의원이 대략 30여 명이 조금 넘었다"면서 "오늘 중이라도 40여 명까지는 되지 않겠냐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 소속 의원(165명)과 무소속 7명(김용태·김종훈·서영교·윤종오·이찬열·정세균·홍의락) 등 총 172명이 모두 탄핵안에 찬성할 경우 탄핵안 가결(200명)에 필요한 새누리당 찬성표 28명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르면 12월 2일, 늦어도 9일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이 표결되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탄핵안 가결의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새누리당 비주류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회의는 23일 오전부터 그룹별로 전화와 백지서명 등의 방법으로 당 소속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 의사를 직접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23일 정오 무렵 탄핵 찬성 의원 수가 30명을 넘어섰고, 24일 현재 40명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20일 비상시국회의 주도 모임에서 탄핵 착수 절차에 동의한 현역 의원 수는 32명이었고, 21일 당 윤리위에 박 대통령 징계를 요구하는데 동의한 의원 수는 29명에 이르렀다.

전자가 '탄핵 가결'이 아닌 '절차 착수'라는 보다 포괄적인 성격의 사안에 대한 답변이었고, 후자가 '대통령 출당 요구'라는 보다 적극적 의사표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9명에서 최대 32명까지가 비주류가 모을 수 있는 이탈표라는 게 유력한 관측이었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탄핵에 앞장서겠다는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 내에서도 탄핵 불가피론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빨리 끝내야 한다. 연말 지역구 행사에 나갈 면목이 없다"면서 "지금도 분위기가 이런데 만약 국회가 (탄핵을) 부결시키면 시위대가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몰려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어제 아침에 1차로 서명했다"라면서 "40여 명 넘는다는 말은 맞을 것이다. 아무래도 (현 사태가) 너무 심각하니까"라고 말했다.

"'찬성 명부 공개되면 탄핵 못한다'는 새누리 의원들 많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렸다. 오후 9시가 되자 일제히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렸다. 오후 9시가 되자 일제히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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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다.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도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의원들이 많은 것도 새누리당 비주류의 운신이 넓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통령 지지율이 3주 연속 5%에 머물고, 대규모 촛불집회가 매주 열리는 상황에 비추어보면 언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비주류의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기류가 복잡하다. (탄핵 찬성) 명부가 돌면 참여 못하겠다는 의원들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며서 "특히 강남·영남 의원들은 내놓고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뭉그적거리다가 탄핵 발의를 늦어도 12월 초에는 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인데 일주일만 지나도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할 지 모른다. 여론조사 5% 지지 받는 대통령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지 몰라도 그 5%가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을 움직이는 핵심지지 그룹이라는 게 함정이다. SNS에 '역적 명단' 올리고, 지역 사무실마다 협박전화하고, 온갖 이익단체장들이 지역구 의원들 피를 말리는 형국이다. 지금 아주 난리도 아니다."

실제로 대구 <매일신문>이 23일 대구·경북 국회의원 23명 전원을 대상으로 탄핵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확실하게 찬반 입장을 밝힌 의원은 7명에 불과했다.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비상시국회의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유승민·강석호 의원이었고,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은 친박근혜계 최경환·조원진·이철우·추경호·김석기 의원이었다. 나머지 16명 중 조사에 불참한 4명(이만희·장석춘·정종섭·최교일)을 제외한 12명이 입장 표명을 꺼렸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탄핵 문제에 더이상 좌고우면할 것 없이 신속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5선의 정병국 의원은 "(탄핵 찬성에) 40명 이상 서명했다. 오죽하면 여당이 앞장서서 날인까지 하고 있겠나"라면서 "광화문에 백만 국민이 모인 것을 곁가지로 보면 안 된다. 이제는 야당이 할 도리를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즉, 야당이 더 이상 여당 내 이탈표를 계산하지 말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태그:#박근혜, #탄핵, #김무성, #새누리당,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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