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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능호수 모습이 너무예뻐 일행 중 한 분을 모델로 세웠다. 손가락 끝에는  라오스 국기가 펄럭인다
 남능호수 모습이 너무예뻐 일행 중 한 분을 모델로 세웠다. 손가락 끝에는 라오스 국기가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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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내게 은둔의 나라이자 가난한 나라로 여겨졌다. 때문일까? 여행을 좋아해 라오스 주변 국가는 다녀왔지만 라오스는 내 여행계획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계획에도 없었던 라오스를 방문하게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지인이 "이번에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라오스 고산족이 사는 곳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데 동행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제안해 선뜻 응했다.

라오스는 동남아국가에서도 바다를 끼고 있지 않은 내륙국가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러 폰싸앋 마을로 오가는 내내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하나가 있었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포토존에서 기념촬영했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포토존에서 기념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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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없고 중진국들에 둘러싸여 시대와 뒤떨어진 공산주의 국가 라오스는 정말 가난한 나라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올씨다!"였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교포들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도로변에 보이는 집들과 풍경에서 처절한 가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도로변에서 물건을 팔거나 과일을 파는 이들에게서도 가난에 찌든 구석은 없었다. 남북한을 합친 땅덩이보다 큰 나라에 700만 명이 되지 않은 땅 라오스는 삼모작이 가능하지만 쌀이 남아돌기 때문에 굳이 삼모작을 하지 않고 일모작만 한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폰싸앋마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폰싸앋마을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250㎞ 떨어진 보리캄싸이주 캄끝군에 있다. 몽족이 사는 폰싸앋마을은 안남산맥 속에 있어 베트남 국경이 가깝다.

'나힘'의 포토존에서 바라본 경치는 화가들의 풍경산수화에나 나올법한 모습이었다
 '나힘'의 포토존에서 바라본 경치는 화가들의 풍경산수화에나 나올법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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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가에는 아름다운 경치가 널려 있었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가에는 아름다운 경치가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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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산맥에 걸쳐있는 산정상 암반들은 석회석인지라 오랫동안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단단한 부분만 남아 칼끝처럼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하늘로 솟아올라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시간만 충분하면 차를 세워서 경치를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으려는 데 방해물은 왜 그렇게 많은지. 곳곳마다 전봇대와 전기줄이 카메라 셔터를 방해했다. 라오스 정부에서는 메콩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80여 군데에 소수력발전소를 설치해 산간오지에도 TV와 가전제품이 보급되어 있었다.

현지 운전사가 포토존이  있다며 '나힘'이라는 곳에서 차를 세워 밖을 나가보니 화가들이 그렸던 산수화가 펼쳐져 있었다. 어제까지도 비가 내리고 우중충했던 날씨도 활짝 개어 산아래 펼쳐지는 절경을 구경하고 싶은데 서현기 사무국장이 "시간이 없다"며 "빨리 비엔티안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한다. 때마침 사진 찍는 내 눈에 이색적인 모습이 들어왔다. 가파른 산 정상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백인 부부다.

운전사가 포토존이라며 버스를 세운 곳에는 자전거여행 중인 부부가 있었다.  벨기에 출신으로 4주간 휴가를 내 하노이에서 라오스를 거쳐 캄보디아로 갈 예정이라는 그들의 패기가 부러웠다.
 운전사가 포토존이라며 버스를 세운 곳에는 자전거여행 중인 부부가 있었다. 벨기에 출신으로 4주간 휴가를 내 하노이에서 라오스를 거쳐 캄보디아로 갈 예정이라는 그들의 패기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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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서 온 부부는 4주간의 휴가기간에 자전거여행을 계획해 하노이에서 출발해 라오스를 거쳐 캄보디아까지 갈 예정이란다. 장애인 단체 대표인 남편과 대학에 근무하는 부인. 일행 중 한 분이 비엔티안에서 폰싸앋 마을까지 8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 게 지겹다는데 그들의 패기가 부러웠다.

더군다나 포토존이 있는 '나힘'까지 오르는 길은 버스도 힘들어했었다. 우기가 지나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했지만 어제까지도 비가 쏟아졌는데. 아무튼 그들의 자전거여행이 무사히 끝나기를 빌었다.

바다처럼 넓은 내륙호수인 남능호수

남능호수의 작은 섬에 내린 일행이 보트를 빌려 노를 젓고 있다
 남능호수의 작은 섬에 내린 일행이 보트를 빌려 노를 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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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온 다음날 일정은 비엔티안 인근관광이다. 비엔티안에서 2시간 거리인 남능호수로 가는 길가에서는 농부들이 추수를 하고 넓은 평원에는 푸르름이 널려있다. 라오스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여서일까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들이 즐겁다.

수력발전을 하기 위해 막은 남능호수는 인공호수지만 바다를 연상할 만큼 넓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배 한가운데 식탁이 차려진 유람선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에는 예약 없이는 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평일이라 한가하다.

통역을 맡은 교포가 미리 음식을 주문해서인지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음식이 금방 나왔다. 돼지고기, 똠냥, 생선찜, 튀김, 야채볶음, 찰밥에 덧붙여 푸짐한 과일이 나왔다. 호수 끝자락에 걸쳐 높이 솟은 산 위에서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구름이 눈부시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유람선에 올라타자 곧바로 푸짐한 라오스 음식이 나왔다. 맛있는 열대과일이 별미였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유람선에 올라타자 곧바로 푸짐한 라오스 음식이 나왔다. 맛있는 열대과일이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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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능호수 작은 섬에서 대나무 수공예품과 말린고기를 파는 가게 모습으로 고기는 호수에서 잡았다고 한다
 남능호수 작은 섬에서 대나무 수공예품과 말린고기를 파는 가게 모습으로 고기는 호수에서 잡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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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아름다운 호수에 비친 산 그림자를 구경하며 30분쯤 달린 일행이 도착한 곳은 조그만 섬이다. 섬에서는 대나무 수공예품과 호수에서 잡은 고기를 말려 팔고 있었다. 팔뚝만한 고기부터 멸치만한 크기의 고기도 있었다. 

남능호수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소금공장에 들렀다. '반보소금 공장'은 지하에 묻힌 암염을 물로 녹여 지상에서 끓여 소금을 만든다. 철판에 물을 부어 톱밥을 태워 만든 소금은 눈처럼 희고 짜다. 이 지역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전에 바다였다는 얘기가 된다. 아주머니가 서현기 사무국장에게 소금 묻힌 손가락을 내밀자 한 입 댄 그가 "와! 짜다!"를 연발했다.    

'반보소금공장'의 모습으로 지하에 묻혀있는 암염을 물에 녹여 지상으로 끌어올린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든다
 '반보소금공장'의 모습으로 지하에 묻혀있는 암염을 물에 녹여 지상으로 끌어올린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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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공장 아주머니가 소금을 건네자 맛을 본 서현기 사무국장이 "와! 짜다!"를 외치고 있다
 소금공장 아주머니가 소금을 건네자 맛을 본 서현기 사무국장이 "와! 짜다!"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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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친 일행은 메콩강변에 자리한 야시장 구경에 나섰다. 최신 유행하는 옷, 신발, 전자제품, 장난감, 고산족이 만든 수공예품, 그림 등 무거운 제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상품이 있다. 소문이 나서인지 비엔티안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나온 것처럼 붐빈다.

살 물건이 있으면 "상인이 부르는 값을 절반으로 깎아라"고 안내한 통역의 말을 들었지만 딱히 살 게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강변으로 나갔더니 태극기와 라오스 국기가 그려진 대리석 간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메콩강이 범람해 침수됐었던 비엔티안의 저지대를 안전지대로 만들어 준 것이 '흥화건설'이었다(2013년). 범람하던 메콩강변에 둑을 쌓고 정비해 준 것이 한국기업이기 때문에 라오스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호의적이라는 후문이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인근으로 흐르는 메콩강변에는 밤에 야시장이 열려 불야성을 이룬다. 없는 게 없는 것 같지만 내눈에는 살 게 별로 없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인근으로 흐르는 메콩강변에는 밤에 야시장이 열려 불야성을 이룬다. 없는 게 없는 것 같지만 내눈에는 살 게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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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거리 곳곳에는 중국 전자제품 회사인 '화웨이'를 알리는 간판이 걸려있어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거리 곳곳에는 중국 전자제품 회사인 '화웨이'를 알리는 간판이 걸려있어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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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인근을 흐르는 메콩강이 범람해 저지대 주민들은 해마다 물난리를 겪었지만 우리나라 '흥화건설'이 훌륭한 제방을 만들어 정비를 해줬다고 한다.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라오스 정부당국이 세운(2013년) 기념비다. 아침일찍 산책 나갔다가 촬영한 사진이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인근을 흐르는 메콩강이 범람해 저지대 주민들은 해마다 물난리를 겪었지만 우리나라 '흥화건설'이 훌륭한 제방을 만들어 정비를 해줬다고 한다.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라오스 정부당국이 세운(2013년) 기념비다. 아침일찍 산책 나갔다가 촬영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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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나라였던 라오스는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이 막대해졌다. 곳곳에 중국자본의 흔적이 보였다. 길거리 곳곳마다 중국 전자제품 회사 '화웨이'를 선전하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 하나.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고, 부모보다 잘 사는 게 꿈이라는 젊은이들이여! 보다 밝은 미래를 향해 해외로 눈을 돌려보시라!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만이 아닌 후진국으로.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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