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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이 농민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타고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뇌수술을 받고 위중한 상태이다. 사진은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이 농민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타고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뇌수술을 받고 위중한 상태이다. 사진은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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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쌀값 정책을 바로잡아달라고 외치던 고 백남기 농민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지난 9월 25일 숨졌다.

사인은 명확한데, 사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책임자도 명확한데, 책임자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부검을 해야 한다고 한다. 경찰, 검찰, 주치의 그리고 여당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 그러니까 물대포를 쏜 장본인의 거짓말이 최근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것도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거짓말 예고편'을 선보인 경찰은, 민중총궐기 당시의 '상황속보(경찰의 사건 현장 시간대별 내부 보고서)'가 18일 공개되면서 이제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썼다.

경찰은 책임자가 되기보다 거짓말쟁이가 되는 걸 택했다.

[거짓말 하나] 경찰 "상황속보 작성하지 않음"

공개된 상황속보, 경찰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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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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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전행정위원회)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찰에 "민중총궐기 관련 30분 단위 상황속보" 제출을 요청한다. 이에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경찰은 "30분 단위 상황속보를 작성하지 않음"이라고 짧은 답을 보내온다.

그런데, 6일 국정감사장에서 김 의원은 지난 5월 9일 경찰이 만든 문서 하나를 내민다. 고 백남기 농민의 민사 손해배상소송과 관련,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다. 이 문서에는 경찰이 상황속보를 작성했다고 나와 있다. 경찰의 거짓말은 여기서부터 들통 나기 시작했다.

[거짓말 둘] 이철성 경찰청장 "상황속보 파기했다"

공개된 상황속보, 경찰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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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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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당황했던 걸까? 국정감사에서 거짓말이 들통 나자, 이철성 경찰청장은 "당시 상황속보를 파기해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어쩌나. 지난 18일 상황속보 전문이 공개됐다. 거짓말의 눈덩이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거짓말 셋] 그제야 제출한 상황속보

공개된 상황속보, 경찰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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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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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상황속보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던 국정감사 당시로 돌아가 보자. 이 청장은 "상황속보를 파기했다"라고 말했는데,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는 상황속보가 존재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 청장은 "일부 부서에서 갖고 있던 걸 소송 과정에서 발견해 제출했다"라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상황속보 사본'이란 걸 국회에 제출한다.

그런데 이 사본에는 상황속보 14(오후 5시 20분)~18보(오후 8시) 내용이 빠져 있었다.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은 시간대는 14~18보 사이에 포함돼 있다. 야당 의원들이 즉각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를 쏟아낸다.

국정감사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된다. 그러자 이 청장은 "혹시 속보를 전파 받은 부서에서 (따로) 갖고 있는지 찾아보겠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14일 종합국정감사 때 다시 국회를 찾아, "찾아봤는데 없다"라고 발표한다.

14일 밤, 김정우 의원실로 의경들의 제보가 쏟아졌다. "상황속보는 절대 파기하지 않는다. 그거 철해서 다 보관한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18일 상황속보 전문이 공개됐다. 거짓말이라는 둑의 작은 구멍이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거짓말 넷] 다시 보자, 법원 제출 문서

공개된 상황속보, 경찰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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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거짓말이 처음 드러난 법원 제출 문서에는 "상황속보(20:30 기준으로 작성된 19보까지)에서도 (고 백남기 농민의) 언급이 없었고, 21:00 기준으로 작성된 상황속보 20보에서 비로소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중총궐기 당일 오후 9시에야 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의 상황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18일 공개된 상황속보 전문을 보면 18보(오후 8시 작성)에서 처음 고 백남기 농민이 '신원 미상'으로 언급된다. "19:10 SK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어 구급차 요청, 호송조치(송파 6-7)."

[거짓말 다섯] 강신명 "오후 9시, 뉴스 자막방송으로 알았다"

공개된 상황속보, 경찰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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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속보 전문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경찰 지휘부의 말 전부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지난 6월 29일 경찰청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에 나와 "오후 9시가 넘어 뉴스 자막방송으로 (고 백남기 농민의) 부상상황을 알았다"라고 말한다.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지난 9월 12일 고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오후 9시 넘어 병원 후송 후 보고받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4기동단장으로 현장을 지휘한 신윤균 영등포경찰서장도 "오후 8시 40분 경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라고 증언했다.

다시 소개하지만, 오후 8시 작성된 상황속보 18보에 이미 고 백남기 농민의 상황이 담겼다. 둘 중 하나다. 경찰 보고 체계가 엉터리이거나, 경찰 지휘부가 거짓말을 했거나. 국정감사에서 경찰이 13~19보를 누락한 상황속보 사본을 제출한 까닭이, 이쯤 되면 감이 잡힌다.

국회 안행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19일 위 사람들을 위증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의혹 하나] 상황속보에 등장하는 주치의 백선하

고 백남기 농민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증인선서하는 백선하 교수 고 백남기 농민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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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속보에는 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도 등장한다. 민중총궐기 당일 오후 11시 35분에 작성된 상황속보 26보에 "서울대병원 부상자(백남기, 1947년생, 남, 전남 보성), 신경외과장 백선하 집도로 응급수술 준비 중"이란 내용이 나온다.

이미 경찰은 늦어도 오후 8시(18보)에 고 백남기 농민의 부상 상황을 인지했고, 오후 9시(20보)에는 증세(뇌출혈) 및 치료 상황을 상세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후 백선하 교수는 오후 10시 30분께 등산복을 입고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오후 9시 30분께 백씨를 진단한 뇌출혈 전문의 조아무개 교수의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뒤집고, 수술을 진행한다.

유가족이 지난 3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정부는 법원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긴 답변서를 제출한다.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백남기의 부상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당시 이 사건 관련 지역 책임을 맡고 있던 혜화경찰서장의 근무를 종료시키고 곧바로 백남기가 후송된 서울대병원으로 보내 백남기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끔 조치했다. 혜화경찰서장은 당시 주말 야간이어서 응급실에 인턴 밖에 없던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장에게 긴급히 협조 요청해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최고 전문의인 백선하가 급히 서울대병원으로 와서 백남기의 진료 및 수술 집도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안행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19일 "경찰 지휘부는 사고 직후 백남기 농민의 부상상황을 인지했고, 병원 후송과정과 치료과정에 처음부터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매우 이례적인 경찰의 유기적인 초동대응을 보면 백선하 교수의 수술과 치료, 사망진단서 작성까지 경찰이 관여한 것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태그:#백남기, #경찰, #거짓말, #상황속보,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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