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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다.
 시드니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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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쏜살같이 하루가 지나간다. 청소에 적응하느라 다른 취재를 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간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싶다.

낮과 밤이 바뀌어 살다 보니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버우드 집은 이전 집보다는 간섭이 덜하다. 오히려 매니저로 옮겨 왔기 때문에 신경 쓸 거리가 더 줄었다. 집주인도 그렇게 자주 오는 편이 아니라 쉬는 데는 최고다. 한창 더운 한국과는 달리 이곳 호주는 겨울. 하지만 그렇게 춥지 않다. 해가 나오면 오히려 덥다고 느낄 정도다.

청소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크게 실수하지 않는다. 간혹 클레임이 들어올 때도 있지만 점점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확실히 단순노동은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지는 것 같다. 물론 '위기'는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비가 오던 어느 날이었다.

시드니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차를 때리고 갔다. 새벽, 우수수 떨어지는 빗방울을 뚫고 다음 사이트로 이동하고 있다. 주위가 조용해 큰 위협은 없었다. 아니, 없었다고 생각했다.

"나무가 쓰러져 있어요."

빗줄기를 뚫고 다음 사이트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나무를 봤다. 빗줄기가 이곳저곳을 사정없이 때리는 그 날,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큠까지(등으로 메는 청소기) 말썽. 결국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곳에 있는 베큠으로 청소해야겠다."

침수와 쓰러진 나무, 도로가 난리 났다

시간이 급하다. 왕복 30분 거리. 현재시간 5시 30분. 7시 이전까지 청소해야 한다. 1시간 남짓 시간이 남았다. 부리나케 운전한다. 빗줄기는 더 거세져 있다. 도로선도 분간이 안 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드니에 폭우가 쏟아졌다고. 인명피해도 있었단다. 그러나 알 턱이 있나. 조금 비가 많이 왔다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도로에 나오니 곳곳이 침수돼 있다. 도로가 푹 잠겨 피해가야 할 정도. 사이렌 소리가 예사로 들렸다. 한참 가다 보니 나무가 픽 쓰러졌다. 결국 나무를 피하지 못해 쳐야 했다. 다행히도 큰 나무가지는 아니었다.

마음은 급하고 도로는 상태가 별로다. 경찰들이 나와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사고 난 차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겨우겨우 베큠을 챙기고 돌아오니 남은 시간은 50분 남짓. 부리나케 청소를 마쳤다. 십년 감수했다.

소방차가 출동하다

다음 사이트로 이동했다. 침수를 뚫고 도착. 비는 그칠지 모르고 쏟아진다. 사이트 안을 들어가 청소를 시작하고 3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벨이 울렸다.

'시큐리티를 안 껐나.'

확인을 했다. 꺼져있다. 벨소리가 울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혹시나 싶어 같이 청소하는 태국인 친구를 불렀다. 그도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 이럴 땐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소방차 벨 울린 거 아냐? 일단 나가 있어 봐."

밖으로 나갔다. 그때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빗속을 뚫고 소방차가 달려왔다. 반대편 차선으로 오던 차는 그대로 역주행했다. 반대편 차선은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마자 멈췄다. 이곳에서 긴급 출동 차량이 모이면 비켜주거나 멈추는 게 당연한 문화다. 소방관들은 방화복을 입고 있었다. 슬쩍 사이트의 상태를 확인하는 소방관들. 이곳저곳을 둘러 본다. 혹여나 화재가 난 곳은 없는지.

"그냥 오작동이야."

사이트 내에서 울리던 벨을 끄면서 소방관이 말했다. 그들은 한 번 더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곤 돌아갔다. 오작동이어도 확인을 한 번 더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빠른 출동에 정확한 확인, 사고가 잦은 날이었지만 그들은 철저했다.

이래저래 폭우는 당황스럽다

청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가 한 번 미끄러졌지만 '살아' 돌아왔다. 말그대로다. 차가 뒤집혀있질 않나 나무가 쓰러져 있질 않나, 곳곳에 사고가 나 있었다. 폭우에 속절없이 당하는 건 시드니나 서울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하다. 긴 하루가 끝났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시드니, #청소, #폭우, #소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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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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