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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엔 닭가슴살 다이어트, 이번엔...

"100kg"

체중계에 선명히 기록된 세 자릿수 숫자를 보고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5년 전 결혼식을 앞둔 제 몸무게는 108kg었습니다. 생애 한 번 뿐인 결혼식에 멋있게 옷을 입고 싶기도 했고 앨범 촬영도 있었기 때문인지 그때는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 무려 30kg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결국 결혼 5년차인 지금 '100kg'를 찍게 된 것입니다. 결혼 후 5년 동안 허리 디스크 판정도 받았고 고혈압 약도 먹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살을 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그렇게 귀담아 듣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자릿수도 아닌 세 자릿수 몸무게를 보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5년 전 30kg 감량을 했을 때처럼 닭가슴살 다이어트를 할까 했으나 그건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5년 전 다이어트를 할 때 1년 내내 닭가슴살만 먹었더니 그 후로는 닭가슴살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육식을 최대한 자제하고 곡물과 과일, 야채 위주로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2주차가 되니 다시 식욕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넘쳐 오르는 식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음식을 못 먹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병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먹기에는 제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어떻게든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요리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먹을 수는 없으니 남이 먹는 것을 보고 대리 만족이라도 느끼기로 한 것입니다. '쿡방의 시대'라 할 만큼 요리 프로그램이 많은 세상이지만 아무 요리 프로그램이나 볼 수는 없었습니다.

만약 <백종원의 3대 천왕>처럼 당장이라도 나가서 사 먹을 수 있는 요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게 되면, 대리만족하려고 하다가 그냥 사 먹으면서 만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심 끝에 고른 프로그램은 JTBC 요리 프로그램인 <쿡가대표>였습니다.

한 끼 만이라도 '쿡가대표' 셰프들처럼!

지난 주에 종영된 <쿡가대표>는 원래 우리나라 유명 셰프들이 전 세계를 다니며 유명 식당의 셰프와 대결하는 프로그램인데, 몇 주 전부터는 대결했던 식당의 셰프들을 모아 우리나라에서 토너먼트식 경기를 하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토너먼트식 경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요리가 아닌 독창적인 요리들을 내보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었고 때문에 제가 먹고 싶다고 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맛있는 요리이기는 하지만 당장 나가서 사 먹을 수 없는 요리를 보며 대리만족하고 싶었던 제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주 동안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이 재료를 고르는 과정, 요리를 만드는 과정, 만든 요리를 설명하는 과정 그리고 그 요리를 먹으면서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을 보면서 식욕 대신 엉뚱한 욕망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끼만이라도 '쿡가대표'에 나오는 셰프들처럼 멋있게 요리해서 잘 차려 먹자는 욕망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마치 '쿡가대표'에 나오는 셰프들이 된 것처럼 요리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어떤 요리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어야 하고 맛도 있는 음식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다음 주재료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쇠고기! 사실 고기를 먹고 싶다는 강렬한 제 욕망이 반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돼지고기도 아니고 쇠고기니까 괜찮을 거야. 그리고 소금도 안 넣고 김치랑도 같이 안 먹고 그냥 구워 먹기만 하면 살이 안 찔 거야'라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는 길에 집 아래 슈퍼에서 소 갈비살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저녁에 먹으면 살이 찌니 아침에 고기를 구워 먹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다음날 아침! 우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소 갈비살을 설레는 마음으로 꺼냈습니다. 그러나 소 갈비살만 구워 먹자니 무언가 허전했습니다.

무언가 보다 요리다운 느낌이 나게 음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쿡가대표'에서 셰프들이 했던 것처럼 냉장고 안을 유심히 보며 괜찮은 재료가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눈에 띄는 고추!

"그거, 할아버지가 직접 따다 파시는 것인가 봐."

고추를 유심히 보고 있던 제 귀에 집사람의 이 한 마디가 확 하고 꽂혔습니다. 할아버지가 직접 따다 파는 것이라면 분명 신선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쿡가대표> 셰프들도 신선도를 중시하니까 저 역시  신선할 것이라 생각되는 고추를 보조 재료로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쿡가대표> 셰프들이 재료를 고르고 맛을 보는 것처럼 고추를 살짝 깨물어 먹어 보았습니다.

"하아악~!"

아침 출근 준비 중인 아내에게 직접 만든 요리를 권하다

그런데 깨무는 순간 바로 후회했습니다. 고추가 생각보다 무척이나 매웠기 때문입니다. 신선하고 뭣이고 생각할 것도 없이 입 안을 진정시키는 일에 먼저 집중해야 했습니다. 결국 고추는 너무 맵다 생각하고 재료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다시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하얀 통을 발견했습니다. 열어보니 잘게 썬 양배추와 피망이 있었습니다.

'그래, 이거다!'

맵지도 않고 야채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최고의 재료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부엌 가스레인지 앞에 프라이 팬을 올려 소 갈비살을 먼저 구웠습니다. 그리고 소 갈비살을 어느 정도 익힌 뒤 양배추와 피망을 넣고 같이 볶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완성! 제가 만들어서 그런지 보기에 무척이나 맛있어 보였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원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법. 이 요리를 꼭 나누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아침도 못 먹고 출근을 준비하고 있던 집사람에게 제가 만든 요리를 보여주며 먹을 것을 권했습니다.

소 갈비살을 넣고 피망와 야채를 넣은 후 볶았다.
▲ 소갈비살피망야채볶음 소 갈비살을 넣고 피망와 야채를 넣은 후 볶았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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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볼래?"
"아니, 괜찮아."

제가 만든 요리를 본 집사람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하며 지나쳤습니다. 집사람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요새 말로 약간은 '썩소'에 가까운 미소에 잠시 심리적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괜찮았습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혼밥, 혼술의 시대인데 저 혼자라도 맛있게 먹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드디어 제가 만든 요리를 상 위에 올려놓고 맛있게 먹으려는 찰나, 무언가 아쉬웠습니다. 정말 단순한 요리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든 것인데 <쿡가대표>에 나오는 음식들처럼 무언가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래. 플레이팅에 신경을 쓰지 못했구나!'

여러 종류의 플레이팅을 시도했으나..
▲ 플레이팅 여러 종류의 플레이팅을 시도했으나..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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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먹고 싶다, 플레이팅에 도전하다

제가 만든 음식이 예뻐 보이지 않는 까닭이 '플레이팅'에 있다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예쁘게 플레이팅을 할까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쿡가대표>에서 셰프들이 요리한 음식들을 그대로 그릇에 담지 않고 접시에 조금씩 예쁘게 담았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만든 요리는 한 그릇에 너무 많은 양이 담겨 있었습니다. 혼자 먹는 것이니 그냥 먹어도 되지만 더 예쁘게 먹고 싶다는 생각에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귀찮음도 잊은 채 결국 접시를 하나 더 꺼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예뻐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접시를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접시로 바꾸면 더 예뻐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접시 가득히 기름기가 보이며 더 안 예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예쁜 플레이팅이 안 된 이유를 접시 탓(?)을 하며 나중에 예쁜 접시를 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예쁜 플레이팅은 실패했지만 <쿡가대표> 셰프들이 했던 것처럼 어떻게 먹는지 요리 설명이라도 잘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무언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피망을 아래 깔고 양배추를 그 위에 올린 후 소 갈비살을 싸서 드시면 됩니다."

피망 위에 양배추를 올린 후 그 위에 고기를 올려 싸 먹기. 하지만 세 개를 동시에 집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 싸 먹기 피망 위에 양배추를 올린 후 그 위에 고기를 올려 싸 먹기. 하지만 세 개를 동시에 집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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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 설명대로 딱 한 개만 이렇게 되었을 뿐 다른 것들은 피망과 양배추 소 갈비살을 같이 잡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음식은 맛있게 먹기 위해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다른 생각하지 않고 맛있게 먹기로 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것이니까요.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별 거 아닌 그런 요리일지 몰라도 제 스스로 이렇게 요리를 해서 먹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은 요리를 해서 먹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불현듯 제가 생각했던 요리의 목적과 관련해 떠오르는 생각!

'이렇게 많이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나?'

다이어트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이 어려운 도전. 제가 과연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요?


태그:#다이어트 , #쿡가대표, #소 갈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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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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