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카지노> 포스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포스 ⓒ 디즈니플러스

 
'악(惡)'.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가 결말을 향해 다가갈수록 '악'은 익숙했던 모습도, 또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지금껏 정의로운 검사 또는 경찰이 사회의 거대악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내렸던 '악'에 대한 정의는 '성실하다'였다.

자신의 그릇된 욕망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무고한 희생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실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껏 '정의 실현'을 주제로 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내렸던 '악'에 관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악은 성실하다'는 말은 자신의 그릇된 욕망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최민식 분)을 보면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차무식을 따라가다 보니 그 모습 외에도 악의 또 다른 모습이 보였다.
 
악의 평범성, 우리 곁에 늘 도사리고 있다

'악은 평범하다.' '악'이 평범한 이유는 평범했던 사람 누구든 '악'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의 주인공인 차무식은 사람 몸에 기름을 끼얹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한순간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필리핀의 정재계 인사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카지노계의 거물로 자리 잡기 전 했던 일은 학원 원장이었다. 그러다 불법 도박장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불법 도박장을 차렸고, 필리핀에 넘어가 결국 카지노계의 거물로 성장한 것이다.
 
이는 악인이 특별히 악인으로서의 재능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의 크기에 따라 평범한 사람들도 언제든 악인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악이 평범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악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은 때로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자신의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우리 주변에 같이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이웃처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형, 동생 하던 중소기업 사장을 무너뜨렸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 곁에 악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너무도 명확히 보여주었다. 차무식은 한국의 제법 잘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을 극진히 대접하며 카지노의 맛을 살짝 보여준다. 그리고 그를 슬금슬금 도박에 중독되게 하고, 또 때로는 그에게 '도박 계속 하면 망한다'는 마음에도 없는 위로를 하며 진심으로 그를 위하는 척을 한다.
 
그러나 그의 돈이 다 떨어지는 순간 차무식은 순식간에 얼굴 표정을 바꾸며 그를 냉대한다. 그렇게 한 인간 곁에 평범하게 머물며 성실하게 망가뜨려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이 부분은 악이 특별한 순간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너무도 평범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차무식도 차무식의 오른팔 양정팔(이동휘 분)의 대사 '권무십일홍'(원래는 화무십일홍이나 양정팔이 정확히 구사하지 못함)처럼 그의 시대도 서서히 저물어간다. 
 
그렇게 마지막 화 저물어가는 차무식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던 순간 지금껏 악의 또 다른 모습이 가슴 속에 새겨졌다. 그건 바로 '악은 진화한다'였다. 필리핀의 정재계를 주름잡던 차무식의 카지노 시대가 저물자, 인터넷을 활용해 필리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도박장으로 끌어들이는 시대가 시작된 것. 이제는 필리핀에 오지 않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도박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는 암흑으로 끌려가는 세상이 시작된 것이었다.
 
평범하면서도 성실하고 때로는 진화까지 하는 악
 
드라마 <카지노>는 우리에게 이런 '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물어보며 막을 내렸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질문은 정의로운 검사나 경찰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들이 던졌던 '정의를 위해, 올바른 세상을 위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보다 더 무겁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지도 모른다.
 
<카지노>는 '악'이라는 녀석은 '욕망'이라는 포장지에 곱게 싸여 평범한 사람 누구에게나 선물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까. 선택은 언제나 그렇듯 시청자의 몫이다.
카지노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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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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