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이야기는 지난 6월 10일에 나간 기사 '새가 둥지를 튼 우체통, 어찌 할까요'의 후속 이야기다. "꼭 후일담을 기사로 부탁한다"던 어느 독자의 댓글이 아니더라도, 나는 또 세상에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내가 사는 마을 김위원장(우리마을에서 제일 높은 꼭대기에 집이 있다하여 내가 붙인 별명) 형님이 6월 초에 며칠 간 집을 비운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집에 돌아온 형님은 우체통에 둥지를 틀고, 새알을 낳고는 도망간 한 어미 새를 애타게 기다리는 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10일에 기사로 나간 우체통 속 새알둥지다. 이때만 해도 형님은 너무나 난감해 하셨다. 혹시 집나간 어미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봐서였다.
▲ 우체통 새알 지난 6월 10일에 기사로 나간 우체통 속 새알둥지다. 이때만 해도 형님은 너무나 난감해 하셨다. 혹시 집나간 어미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봐서였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형님은 이걸 어찌 처리할까 고민했다. 끝끝내 집나간 어미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 알을 어찌 처리해야할지 난감하셨던 게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집 나간 어미는 그 다음날 새끼를 보러 돌아왔다. 형님은 반색을 하며 "에헤라디야" 춤을 추었다.

형님은 집으로 돌아온 어미 새가 행여나 또 가출할까 봐 매사에 조심조심했다. 사실 가출한 어미는 자신도 빈집인 줄 알고 알을 낳았다가 사람이 오는 바람에 놀라 도망친 게다. 그러고 보니 서로 놀란 가슴을 쓸어안은 형국이었다.

형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는 어미가 가출하지 않도록 새들에게 우체통을 전세로 주기로 했다"며 말하고 다녔다. 집배원이 실수하지 않도록 "새가 있으니 우편물을 땅바닥에 놓고 가달라"는 글도 써 붙였다. 흡사 "이 방이 전세 나갔으니, 다른 사람은 탐내지 말라"고 알리는 꼴이었다.

말이 그렇지, 우편물을 우체통에 받지 않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우편물이 흙에 좀 나뒹구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다가 비라도 올라치면, 우편물은 비에 다 젖는다. 굳이 비가 아니더라도 산중 집이라 아침 이슬만 해도 만만찮다. 그래도 형님은 '싱글벙글'이시다. 집 나간 어미로 인해 남은 알을 어찌 처리해야 될지 난감할 때를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다. 

그 어미 새가 돌아와서야 우리는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 새 이름이 박새라는 것을. 또한 그 어미도 집으로 돌아오려니 사람이 무섭고, 돌아가지 않으려니 알이 걱정되어 주변을 맴돌았다는 것을.

형님은 그 어미가 행여나 다시 가출할까 봐 우체통을 함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혹시나 어미가 또 놀라서 도망 가실까 봐. 하하하하.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맘을 꾹 참았다고 했다. 돌아온 걸 확인만 하면 됐다면서.

그렇게 20일이 지난 어느 날, 우체통에서 소리가 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알을 깨고 나온 듯했다. 이때도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고 했다. 형님은 마치 자기가 알을 품고 있다가 부화한 듯 기뻐했다. 감당도 못할 생명들을 책임질까 봐 아찔해 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형님은 혹시 우체부가 실수해서 우체통에 우편물을 집어 넣을까봐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수고가 헛되지 않았는지 어미 새는 가출한지 하루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 전세완료문 형님은 혹시 우체부가 실수해서 우체통에 우편물을 집어 넣을까봐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수고가 헛되지 않았는지 어미 새는 가출한지 하루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형님은 새끼 녀석들이 어찌 생겼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호시탐탐 때를 노렸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6월 30일이었다.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갔는지 자리를 비웠다. 형님은 때는 이때다 싶었다. 우체통 안으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었다.

"삐약삐약(용서하시라. 박새 새끼도 병아리라고 생각하고 표현한 것이니 하하하하)."

박새 새끼 6마리가 입을 쫙쫙 벌리고 난리였다. 새끼들은 어미 새가 온 줄 알고 입을 쫙쫙 벌린 게다. 형님은 이 순간을 놓칠 새라 박새들의 재롱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자신의 집에서 태어난 새 생명을 자랑하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아침저녁으로 어미가 열심히 먹이를 나를 때도 '참아야 하느니라'며 마음을 다 잡았던 형님. 우체통 안에서 어미와 새끼들이 짹짹거릴 때도 '가서 도와줄까' 하는 마음을 누르며, '참아야 하느니라'를 되뇌었던 형님. 그 형님은 그 순간을 놓칠새라 새끼들도 보고, 휴대폰에도 그 장면을 담았다.

형님은 그 일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마치 범인이 순식간에 범행을 저지르고, 현장을 살핀 뒤 신속하게 빠져나가듯, 형님은 우체통에서 그의 목과 눈을 신속하게 철수했다. 어떻게 찾은 평화인데, 순간의 호기심 때문에 날려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형님은 "박새가 제법 솜털을 벗고 잘 자라고 있다"고 주변에 자랑하기 시작했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자랑하듯, '집 나갔다 돌아온 며느리'가 손자들을 잘 키우고 있어서 기분이 좋듯 말이다. 형님은 표현도 그렇게 하신다. "'에미'가 집을 비운 사이에 잠깐 들여다봤다"고. 어미도 아니고 '에미'라신다. 울 형님 너무 귀여우신 거 아니야. 하하하하.

형님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어미 새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하여튼 이렇게 박새 새끼 6마리가 돈 벌러 나간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형님이 사진을 찍었다.
▲ 박새 새끼들 형님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어미 새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하여튼 이렇게 박새 새끼 6마리가 돈 벌러 나간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형님이 사진을 찍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그나저나 저 박새 가족은 언제쯤 분가할까. 방을 빼지 않으면, 형님 우편물은 계속 외박을 해야 할 판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7월1일) 계속 비가 온다. 우편물을 걱정해야 하나, 박새를 걱정해야 하나. 하하하하.


태그:#둥지, #새알, #우체통, #박새, #생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