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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해 단원고를 거쳐가는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행진 참석자들이 단원고 정문에 헌화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해 단원고를 거쳐가는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행진 참석자들이 단원고 정문에 헌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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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인 유가족 몰래 학생 246명이 생활기록부(아래 학생부)에서 제적 처리됐다. 유가족과 교육단체들은 '희생 학생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 박는 일'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에 대한 경기 안산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의 이른바 '묻지마 제적' 처분이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유급, 휴학, 유예, 명예졸업...'학적 유지' 방법 여럿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지난 9일부터 416가족협의회는 단원고에서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10일 회의를 열고 '제적처리 원상복구'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결정했다. 학생부에서 '제외한 학적'(제적)을 되돌려서 '학적을 회복'(복적)해놓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에 따르면 의무교육기관이 아닌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정원 외 학적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굳이 세월호 희생 학생에 대해 제적 처분을 하지 않아도 되며, 학적 원상회복의 길 또한 열리는 것이다.

현행 학교생활기록작성및관리지침(교육부훈령 제127호)과 학생부기재요령(교육부 지침)은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유예' 등의 방법으로 정원 외 학적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이에 대해 따로 규정한 내용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의 경우 관련 지침에서 '정원 외 학적관리'란 명칭 자체가 없지만 유급이나 휴학 등의 방법으로 (명목상) '정원 외 학적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적 조치 대신에 정원 외 학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냐'는 추가 질문에 대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고교 명예졸업생을 학생부에 기록한 사례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런 사례가 있는지 오랫동안 검토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지시를 받은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는 뒤늦게 해당 학생들에 대한 학적 회복 방안 마련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나서 '묻지마 제적'을 비판한 뒤 벌어진 일이다.

제적 처분과 함께 '명예졸업' 사실도 적혀 있는 세월호 희생 학생의 학생부.
 제적 처분과 함께 '명예졸업' 사실도 적혀 있는 세월호 희생 학생의 학생부.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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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가 경기도교육청의 안내에 따라 사망 학생을 제적 처분한 때는 올해 2월 29일이었다. 실종 학생 4명은 제적 대신 '유급' 처분을 했다. 하지만 전산(NEIS)상 기록은 1월 12일로 적혀 있다. 해당 학생의 졸업식이 이날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이 건넨 해당 학생부를 살펴본 결과 단원고는 학적사항 속에 제적 사실과 함께 '4·16 세월호 참사로 인한 명예졸업'이란 내용도 적어놓았다. 실제 명예졸업식은 열리지 못했지만 '명예졸업'이라고 병기해놓은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제적' 처분은 퇴학과 같은 징계의 의미가 아니라 행정적 용어이며 (교육부의) 학생부 사망자 처리 지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도 "유가족들한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미리 동의를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해당 학생들의 학적 회복을 위한 방법을 백방으로 찾고 있으며 교육부에도 문의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교육청은 단원고 학생들의 봄방학이 끝나는 16일 전에 유가족들에게 '원상회복' 방안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졸업' 병기 잘했지만, '제적' 문제는 결자해지해야

단원고 희생 교사 추모 교무실에 있는 한 출석부. 2년 전 4월 15일 마지막으로 수업 표시가 되어 있다. 당시 2학년 7반의 출석부.
▲ 다신 채울 수 없는 출석부 단원고 희생 교사 추모 교무실에 있는 한 출석부. 2년 전 4월 15일 마지막으로 수업 표시가 되어 있다. 당시 2학년 7반의 출석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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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교육부는 학생부 지침에서 "학생 사망 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면제'로, 고등학교는 '제적'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같은 지침을 지난 1월 과장전결로 단원고에 안내했고, 단원고는 이를 유가족과 상의 없이 곧이곧대로 적용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현행 법규상 학생부 수정 권한은 교장에게 있다. 교육부도 고등학교에서 '정원 외 학적관리'가 가능하다고 해석한 이상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에 공이 넘어온 상태다. 발 빠른 '결자해지'가 필요한 때다.

세월호 희생 학생에 대한 '학적관리 방안' 최종 결정 여부는 현재로선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이는 세월호 실종학생이 가족의 품에 안기고, 참사의 진상이 밝혀진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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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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