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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서 승리한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웃’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그는 이 말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눠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웃’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그는 이 말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눠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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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북구청장 선거에 처음 출마할 때는 기도 안 찼죠. 그때가 박근혜 대통령이 면도칼 테러를 당했을 때였거든요. 명함을 나눠주면 '너거가 그켔제'(너희가 그랬지)라면서 보는 앞에서 명함을 바닥에 던져요.

그리고 그걸 다시 발로 짓이긴 다음 질질 끌고 가선 맨홀 구멍에 버렸어요. 저녁에 호프집에 인사라도 가면 술기운도 올랐겠다 멱살을 잡고 흔드는데 와이셔츠 단추 2, 3개씩은 매일 떨어졌죠. 어머님은 제가 들어가면 밤에 그 단추를 달아주셨고요"

딱 10년이 걸렸다. 멱살을 잡혀가며 버텨온 북구에서 전재수는 야당의 이름으로 국회의원이 된다.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하고 공개적인 모욕을 당하던 곳"에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승리했다.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이 고마운 전 당선자는 선거 때와 다르지 않은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인사로 감사를 표하고, 저녁 해가 질 때까지 북구를 누빈다. 하루 한 끼를 먹는 일은 지금도 예사다. 20일 북구 구포동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전 당선자는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고 막 들어온 길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유권자나 주민, 시민 따위의 표현을 잘 쓰지 않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이웃'이었다. 

"이웃이라는 건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아는 가까운 사이라는 의미도 있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에요. 저는 가능하면 북구 주민, 부산 시민, 대한민국 국민 보다는 이웃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눠가자는 의미인 거죠"

진짜 '이웃'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 10년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자는 지난 총선 유세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이니까 행사에 늦게 가고, 의례적인 멘트나 한 적은 한번도 없다”면서 “단순히 선거를 목표로 했다면 6개월 이상은 하지 못했을 일이다”고 말했다.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자는 지난 총선 유세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이니까 행사에 늦게 가고, 의례적인 멘트나 한 적은 한번도 없다”면서 “단순히 선거를 목표로 했다면 6개월 이상은 하지 못했을 일이다”고 말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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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선자는 먼저 이웃이 되는 길을 택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지역 위원장이란 이름을 던져버렸다. '서영이 아빠', '혜진씨 남편'이 그의 다른 이름이었다. 전 당선자는 "정치인이니까 행사에 늦게 가고, 의례적인 멘트나 한 적은 한번도 없다"면서 "단순히 선거를 목표로 했다면 6개월 이상은 하지 못했을 일이다"고 말했다.

선거 운동 기간 이곳이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지원 유세를 오겠다던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과 부산시당의 제안도 정중히 거절했다. 정치인 전재수가 아닌 '이웃 사람' 전재수로 선거를 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가 연달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새누리당과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민심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걸 몰랐던 거 같아요. 이번에 새누리당이 보여준 '살려주이소'라는 말은 '우리가 남이가'의 21세기 버전 같은 거거든요. 먹고 살만 할 때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게 먹혔는데 지금은 당장 내가 힘든 상황이에요. 이웃들은 '지금 도대체 누가 누구를 살려달라는 거냐'라고 말하고 있었죠"

그는 자신에 대한 지지에 동정표가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전 당선자는 "억 만금 보다도 비싼 게 동정표"라면서 "사람이 안 됐고, 손해 보면서도 도전하는 끈질김이 없었다면 동정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침내 깨트린 지역주의 "당당하게 경쟁하겠다"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자는 지난 16일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전 당선자는 참배 후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길을 손톱만큼이라도 따라 배울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글을 남겼다.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자는 지난 16일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전 당선자는 참배 후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길을 손톱만큼이라도 따라 배울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글을 남겼다.
ⓒ 전재수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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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그는 지지자들에게 해바라기를 나눠주었다. "넓은 얼굴로 이웃만 바라보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의미에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리고 사흘 뒤 한 다발의 해바라기를 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선거 운동 기간 애써 찾지 않던 곳을 당선된 뒤에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에게 꽃을 건넸다. 무슨 의미였을까.

"제가 영부인을 담당하던 청와대 제 2부속실장이었거든요. 여사님께 해바라기를 드린 건 강고한 지역주의에 깨지면서 지도에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길을 먼저 간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손톱이나마 따라가겠다는 의미였어요. 그분이 간 길이 있었기에 5석을 오늘날 부산에서 얻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제 그는 부산에서 새누리당과 당당하게 경쟁할 기반이 갖추어졌다고 보고 있다. 전 당선자는 부산에서 더민주의 5석이 "2~3석으로는 너무 적고, 과반은 '처음인데 너무 많다'는 걸 알고 주신 딱 절묘한 의석 수"라면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 당선자는 인터뷰 동안 "새누리당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통 크게 협력하겠다"고 자주 언급했다. 그 첫 무대는 바로 가덕도 신공항이다. 전 당선자는 "대한민국이 동북아 허브 국가로 기능하기 위해 신공항은 가덕으로 와야 한다"면서 "여당 의원, 부산시장과도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도리 다하는 정치, 외면하지 않는 정치"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웃들이 느끼는 문제를 중심으로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면서 “사람 도리를 다하는 정치를 하고, 이웃들이 슬퍼하고 눈물 흘릴 때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저녁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전 당선자의 모습.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웃들이 느끼는 문제를 중심으로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면서 “사람 도리를 다하는 정치를 하고, 이웃들이 슬퍼하고 눈물 흘릴 때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저녁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전 당선자의 모습.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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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선자는 당당한 경쟁을 국회에서도 예고하고 있다. 동국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전 당선자는 국정 역사교과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는 "어떻게 국가가 사람의 머리를 지배한단 말인가"라며 "이는 인간의 진화과정을 보더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은 "무조건 재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당선자는 "북한은 우리가 국민소득 5만 달러로 가는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며 "개성공단은 그 전초기지"라고 표현했다. 전 당선자는 "북한을 낭떠러지로 몰았을 때 우리가 얻는 게 있으면 해야겠지만 우리가 얻을 게 없지 않나"면서 "북한을 포용하고 변화시키는 게 서로가 이득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부산 북구를 위해서는 교육 예산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턱없이 부족한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 교육 때문에라도 이사 오고 싶은 북구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각오다. 포부를 늘어놓은 그에게 전재수가 입성하는 국회는 무엇이 달라지겠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그의 답은 이랬다.

"지난 10년을 대권 주자의 대변인, 유력 정치인의 측근, 호위무사하려 버틴 게 아닙니다. 제 대의명분을 틀어쥐고 있는 건 이웃들입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느끼는 문제를 중심으로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 사람 도리를 다하는 정치를 하고, 이웃들이 슬퍼하고 눈물 흘릴 때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잘나고 똑똑하다는 지금 국회의원들은 이 문제를 외면하기에 조롱 대상이 되는 거 아닐까요"


태그:#전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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