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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과반수가 깨지면 대한민국이 엉망이 되고 경제도 망가진다.(중략) 과거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6일 충남 홍성군·예산군 후보 지원 유세에서 주장한 말입니다. 김 대표는 "야당이 국회의원 과반수(절반)를 넘어 국회를 지배하면 국회는 마비되고 박근혜 정부도 마비가 된다"면서 "안보가 허술해지면 외국인 투자자는 떠날 것이고 주가는 떨어지고,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새누리당이야말로 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도 부족해 지난 8년간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를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올려놓은 정당"이라면서 "야당을 매도해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려는 것은 뻔뻔함의 극치"라고 반박했습니다.

과연 김 대표 말대로 '여소야대'가 되면 우린 다시 경제 위기를 맞게 될까요? 아니면 야당 주장대로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려는 '공갈 협박'일까요? <오마이팩트>에서 김무성 대표 발언의 진실을 검증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2008년 금융위기 모두 '여대야소'에서 발생

앞으로 벌어질 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 대표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논리적 근거나 역사적 사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흔히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강한 야당이 정부여당 발목을 잡아 원활한 정책 수행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바로 새누리당이 과거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 시절 보여준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야당 발목 잡기 때문에 안보가 흔들리고 주가가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일자리가 줄어 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진다는 논리적 근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여소야대 정국에서 경제 위기가 벌어진 적은 있었을까요?

공교롭게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초래한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모두 '여대야소'에서 발생했습니다.

군부 독재에 억눌렸던 우리 정치사에서 '여소야대'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건 1988년 13대 총선입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 치른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125석(41.8%)을 얻는데 그쳤고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 야3당이 과반을 차지합니다. 덕분에 '5공화국 청문회'도 열렸지만 모처럼 맞은 '여소야대'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1990년 2월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216석)이 출범하면서, 2년도 안 돼 여대야소로 바뀝니다.

이후 1992년 14대 총선에서도 여당인 민자당은 149석으로 과반 확보에 실패하지만 무소속 영입으로 간신히 여대야소 구도를 유지합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도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여당 의석수가 139석으로 더 줄었지만 이번에도 무소속 등 야당 의원을 대거 영입해 '여대야소'로 만들었고 그해 12월 노동법 날치기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11월에는 이른바 '꼬마 민주당'과 합당해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으로 거듭납니다.

결국 세 차례 총선에서 민심은 연거푸 '여소야대'를 선택했지만 그때마다 여당은 '국정 안정'을 앞세워 무리한 합종연횡을 시도했습니다. 결국 야당도 견제하지 못한 권력은 외환 위기로 무너지게 됩니다.

사상 처음 정권 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도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공동정부를 구성했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115석에 그쳐 자민련 17석과 합쳐도 절반에 못 미쳤고, 원내 1당 자리마저 신한국당을 이어받은 한나라당(133석)에 넘깁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어 가까스로 '여대야소'를 만들지만 이듬해 4.30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146석으로 줄었고, 다시 '여소야대'로 바뀝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른 2008년 18대 총선은 여당의 압승이었습니다. 한나라당 혼자 과반(153석)을 넘겼을 뿐 아니라, 친박연대(14석)와 친박 무소속(13석)까지 합하면 무려 180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모처럼 안정적인 '여대야소'를 이뤘지만 바로 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듬해 경제성장률은 0.2%로 곤두박질칩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선 여당인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간신히 '여대야소'를 지켰지만, 민주통합당 의석이 81석에서 127석으로 뛰면서 강력한 견제를 받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2월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나 '기초연금', '무상보육' 같은 분배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결국 19대 총선 결과가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여소야대'일 때 경제성장률 더 높아... 여야 의석수와 경제 위기 '무관'
새누리당 또 '읍소 전략'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동선대위원장 긴급회의를 열기 앞서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소중한 한표, 부탁드립니다" 손팻말을 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13 총선을 엿새 앞두고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수도권과 영남 일부 접전 지역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새누리당은 '읍소 전략'에 나섰다. ⓒ 남소연
결과적으로 지난 28년간 7차례 총선에서 국민은 4차례나 '여소야대'를 선택했지만 집권여당은 이를 '여대야소'로 되돌렸습니다. 그나마 '여소야대'가 유지된 것도 새누리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과거 '여소야대' 정국에서 강력한 야당 역할에만 충실했지, 정작 '소수 여당'으로서 '거대 야당'을 상대해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막연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만 해도 '여소야대'가 일상입니다. 지금 오바마 민주당 정부도 상하원 의회는 모두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공화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지만 그렇다고 야당 때문에 경제 위기가 온다고 말하는 여당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야당 힘이 셀수록 정부여당은 국민 눈치를 더 살필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여당 힘이 강할수록 역사 교과서 국정화나 테러방지법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게 되고 국민들의 강한 저항을 불러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도 당시 야당과 노동계 반대로 통과시키지 못한 '경제활성화법안'을 거론하면서 "과거 같으면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힘으로 밀어붙여서라도 통과시킬 수 있는데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못하고 있다"면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을 만들어주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겠다"고 공언할 정도입니다.

김 대표 논리에 따르면 '여소야대'보다 '여대야소'일 때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1988년 이후 28년간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연간 상승률)을 단순 비교하면 오히려 '여소야대'일 때 성장률이 더 높습니다. '여소야대'였던 9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6.36%였던 반면, '여대야소'였던 19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5.32%로, 1%포인트 정도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야당이 과반을 차지해야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만큼 여야 의석수와 경제 성장 사이에 인과 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죠. 여당이 과반을 차지했기 때문에 1997년 외환 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할 수 없다면, 여당이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경제 위기가 온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오마이팩트>는 "새누리당이 과반이 안되면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김무성 대표 주장을 뒷받침할 논리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과거 두 차례 경제 위기가 모두 공교롭게 '여대야소'일 때 발생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오마이팩트 총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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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제위기, #김무성, #여대야소, #여소야대, #거대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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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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