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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영역에서는 궁극적으로 두 종류의 치명적 죄악이 있다. 객관성의 결여와 책임성의 결여가 그것이다."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199쪽)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인 1919년에 정치철학자 막스 베버가 발표한 명저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이야말로 지금의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철수 대표는 자주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막스 베버가 지적한 책임윤리를 언급하며 더민주와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는데, 지금 안철수 대표의 모습이야말로 막스 베버가 지적한 '정치 영역에서의 궁극적인 두 종류의 치명적인 죄악'을 동시에 범하고 있다.

첫 번째 죄악, 객관성의 결여

안철수 대표가 31일 정오 서울 여의도 여의도백화점 앞에서 열린 김종국(영등포을) 국민의당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 거리 유세 나선 안철수 안철수 대표가 31일 정오 서울 여의도 여의도백화점 앞에서 열린 김종국(영등포을) 국민의당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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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가 보여주고 있는 첫 번째 잘못은 '객관성의 결여'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기 전에 단일화를 하면 후보 이름 옆에 '사퇴' 표시가 들어가기 때문에 4월 4일 전까지는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 단일화 합의가 이뤄진 곳은 손에 꼽을만하다. 단일화를 위한 조사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4월 1일까지는 단일화 합의가 있어야만 하는데, 참으로 답답하다.

이렇게 야권 후보 단일화가 지지부진한 것은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단일화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3월 31일에도 "만약에 정말 더민주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아서 역사에 죄를 짓는다고 한다면, 오히려 더 확장성 있는 국민의당 후보에게 (더민주 후보들이 후보직을) 양보하는 것이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주장과 달리 새누리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국민의당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증거는 없어 보인다. 국민의당 후보가 확장성이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왜 수도권의 상당수 국민의당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 숫자 지지율을 기록하며 3위에 그치고 있겠는가?

두 번째 죄악, 책임성의 결여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대총선 국민의당 수도권 전진대회'에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후보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신용현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비례대표 1번), 김성식(서울 관악구갑), 안철수(서울 노원병), 김영환(경기 안산 상록구을), 문병호(인천 부평갑) 후보.
▲ 국민의당 수도권 전진대회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대총선 국민의당 수도권 전진대회'에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후보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신용현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비례대표 1번), 김성식(서울 관악구갑), 안철수(서울 노원병), 김영환(경기 안산 상록구을), 문병호(인천 부평갑) 후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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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가 보여주고 있는 두 번째 잘못은 '책임성의 결여'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는 야권 분열로 인한 새누리당의 압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양당 체제 극복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그것이 초래할 새누리당의 압승이라는 결과에는 눈 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아지고,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얼미터의  3월 5주차 주중집계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39.1%인 반면, 부정평가는 54.4%였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무려 15.3%p나 높았다. 정당지지율도 새누리당 (37.7%)에 비해 야3당의 지지율을 합한 (48.9% - 더민주 25.2%, 국민의당 14.8%, 정의당 8.9%) 것이 높았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러나 현재의 야권 분열 구도가 유지된 채 선거가 치러진다면, 아무리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어도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이대로 선거를 치르면 야권 분열로 인해 새누리당이 208석을 얻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이대로 선거 치르면... 새누리당 '208석')

그런데 이것은 민의의 왜곡이며, 선거의 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40% 지지율을 가진 정당이 50%를 넘어 60~70% 수준까지 의석을 가져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은 신념윤리와 함께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책임윤리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책임윤리의 결여가 만들어내는 '객관성의 결여'와 '책임성의 결여'가 '정치 영역에서는 궁극적으로 치명적인 두 종류의 죄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금 안철수 대표는 막스 베버가 지적한 두 종류의 치명적인 죄악을 동시에 범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가 끝까지 야권후보 단일화에 반대한다면, 결국은 유권자들에 의한 야권 후보 단일화, 즉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략적 몰아주기 투표밖에 해답이 없어 보인다. 그럴 때 유권자들은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객관성의 결여'와 '책임성의 결여'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을 쓴 유창오 기자는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민주당과 정치 현장에서 18년간 몸담아 온 '정치적 지식인'의 내부로부터의 시각, 민주당에 대한 보고서" <정치의 귀환 : 야당, 갈등을 지배하라!>라는 책을 냈습니다. 2011년에는 세대구도의 등장과 그 역사적 의미를 분석하고 2040세대의 정치적 주도성을 주창한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태그:#단일화 , #야권 후보 단일화, #안철수 ,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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