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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알바하는 20대를 보는 관점은 보통 두 가지다. 무시하거나, 무시당한다는 이유로 불쌍하게 생각하거나. 어차피 잠깐 하다 마는 것이니 그 정도 대우도 괜찮다거나, 아니면 불쌍한 알바들이 이토록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식.

그동안, 그 누구도 아르바이트 노동 그 자체에 주목하지 않았다. 어떤 영화가 천만 관객을 넘었고, 어떤 프랜차이즈 매장의 수가 몇천 개에 달하고, 편의점이 몇십 미터 단위로 줄지어 있다는 보도 뒤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있었다. 만약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없었다면, 그 모든 게 가능하기나 했을까.

<일하는 청춘, 꿈꾸는 노동>이라는 연재를 통해 우리는, 아르바이트 노동과 그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보다 더 깊이 다뤄보고자 한다. 그들을 무시하거나,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서. 또 자극을 위한 소재로 삼지 않으면서. - 기자 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 창밖으로 맥도날드 매장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 매장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매출은? 무려 업계 1위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맥도날드는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수제 버거'를 판매했다. 패스트푸드와 '나쁜 음식'의 상징이었던 맥도날드는 이제 건강해지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여전히 패스트푸드다. 소위 말하는 '정크 푸드'다. 건강한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그것이 다른 누군가의 건강을 빼앗는 방식이란 지적도 나온다. 바로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1만8천 명의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버거를 만들고 배달을 하며 시간적 압박에 시달리고, 빈번하게 다치고, 웃음을 잃는다. '하우 해피 밀!'

맥도날드가 높은 매출을 달성할 동안,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의 삶 또한 상한가를 치고 있을까. 맥도날드 안에서 일하는 1만8천여 명 노동자들의 삶이 궁금했다. 맥도날드에서 버거를 만들고, 주문을 받고, 배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박윤이(가명)씨를, 지난 2월 24일 서울시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진급해도 시급 그대로, 최저임금보다 50원 높다"

- 맥도날드에서 언제부터 일했나.
"이제 2년이 훌쩍 넘었다. 주문받고, 햄버거 만드는 등 전 업무를 다 하고 있다. 이번에 진급해서 새로 들어오는 알바 교육도 내가 한다. 진급해도 시급은 그대로다. 최저임금보다 고작 50원 높다. 50원."

- 오래 일해도 거의 시급이 오르지 않나 보다. 일이 쉬워서 그런가. 맥도날드에서 알바들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햄버거를 파는 것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 손님이 오면 주문을 받고, 음료를 포장하고, 감자를 튀기고, 패티를 굽고 튀기고, 햄버거를 만드는 업무를 한다. 물론, 매장의 테이블과 바닥, 조리 기구 청소도 알바 몫이다. 배달하는 알바도 있고, 냉동창고에 짐을 옮기는 알바도 있다."

- 다른 곳 말고 특별히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이유가 있나?
"주변에 보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최저임금이라도 주는 곳을 들어가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알바들이 다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맥도날드만큼 챙겨주는 곳 없어'라고. 물론 맥도날드도 막상 들어가 보니, 법만 지키는 수준이었지만."

- 맥도날드 말고 다른 알바도 한 적 있나?
"호텔에서도 일했고, 음식점에서도 일했다. 둘 다 식대는커녕 휴식 시간도 없었다. 아, 음식점은 휴식 시간이 있었구나. 달랑 5분(웃음). 일 시작하는 오전에 화장실 갔다 오라며 5분 쉬는 시간을 줬다. 그 뒤에는 오후까지 내내 1분도 못 쉬고 일하는 거고. 맥도날드를 나가면 주휴수당은 꿈도 못 꾼다."

맥도날드 매장에 붙은 '종업원 식사 공지' 안내문.
 맥도날드 매장에 붙은 '종업원 식사 공지' 안내문.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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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들으니 맥도날드는 '알바계의 삼성' 같다.
"삼성은 무슨. 삼성인데 고작 최저임금? 말이 안 된다. 알바 중에서도 일이 힘든 편이다. 3명이 해야 하는 일을 2명, 1명에게 시킨다.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알바들은 힘들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줄이고, 주휴수당도 줄일 수 있으니까.

또, 식사로 햄버거를 제공하는데 직급에 따라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종류가 다르기도 하다. 무슨 '카스트 제도'도 아니고(이에 관해 맥도날드 측은 '종업원 식사는 직급이 아니라 근무 시간에 따라 다른 것'이라 해명한 바 있다-편집자 말).

그래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맥도날드를 믿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매니저의 대타 요구를 다 들어주고, 매장이 바쁠 때 무급으로 일해도 다 소용이 없다. 나중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사람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 과감히 나도 자를 걸 아니까."

2012년 맥도날드 광고 갈무리. '60초 안에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메뉴 공짜'라고 광고했다.
 2012년 맥도날드 광고 갈무리. '60초 안에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메뉴 공짜'라고 광고했다.
ⓒ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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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근무 일정, 당장 다음 주가 불안하다"

- 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어떤 건가.
"누가 누구를 갈구고 내쫓는 걸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맘에 안 드는 알바가 있으면 구박하고 핀잔주고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자진 퇴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심지어 근무시간을 줄여서 알바를 그만두게 하기도 한다."

-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회사 측이 마음대로 할 수 있나?
"맥도날드는 근로계약서를 정말 '아무렇게나' 쓴다. 아무 요일이나 골라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한다고 서류상으로만 근로계약서를 남겨놓는다. 실제로는 매주 근무 시간표가 나온다. 이번 주에 40시간 일했어도, 다음 주에 당장 회사가 10시간만 일하라고 할 수 있는 거다.

말은 '학교 다니는 알바를 위해서 유연근무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맘에 안 드는 알바들을 자를 때 사용된다. 그냥 자르면 부당해고가 되니까, 일하는 시간을 줄여버리는 거다. '스케줄을 안 넣는다'고 표현하는데, 그러면 알바 입장에서는 돈을 못 벌게 되니, 자진 퇴사하게 된다."

맥도날드 알바 64% "꺾기 경험"... 맥도날드 "노동법 준수"
2014년 알바노조가 맥도날드 알바노동자 16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4%(1036명)는 '매니저가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른바 '꺾기'다(관련 기사 : 맥도날드 '꺾기 노동' 여전... 회사는 당당). 이 조사에서 '근로계약서를 받아본 적 없다'고 답한 인원은 52%, '읽어볼 시간도 없이 시키는 대로 썼다'고 답한 인원은 26%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당시 맥도날드 측은 "맥도날드는 책임 있는 자세로 관련 노동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며 "외부의 독립된 공인노무사들이 다수의 매장을 매달 방문하여 노동법 준수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말도 안 된다. 그럼 스케줄을 담당하는 관리자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겠다.
"인간관계·업무실적이 스케줄, 즉 임금에 반영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삶이 스케줄에, 돈에 다 묶여있는데 어떻게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 동료가 부당한 일을 당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점이 힘겹다. 그걸 지켜보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나도 언제든지 저런 위치에 처할 수 있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진급한 이유에는 스케줄 문제도 있다. 높은 직급일수록 스케줄 신청할 때 유리하거든. 직급도 낮고 일을 못 하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생계도 불안해진다. 식사도 저렴한 걸로 주고, 매니저가 대하는 것도 다르고. 그래서 진급을 했다."

- 차라리 '매니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법도 하다.
"아니다. 절대 없다. 매니저들 정말 불쌍하다. 회사에서는 지시하고,
매니저들도 어쩔 수 없이 알바들을 압박한다. 맥도날드에는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어야 하는 등 '서비스 타임'이 존재하는데, 이런 거 하나하나 다 수치로 평가받는다. 매출 대비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도 매니저의 능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면 알바들에게 빨리빨리 일하라고 쪼게 된다. 알바가 힘들어 해도 인력 더 투입 안 해, 아니 못 해준다.

그러면서 본인들도 무급으로 착취당한다. 매니저들은 각자 책임지는 시간대가 있다. 그 시간대에 손님은 많은데 알바가 없거나, 목표 매출액이 안 나와서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매니저가 투입된다. 스케줄을 짜고, 재고 확인을 하는 등 본인의 업무를 뒤로 미뤄두고 햄버거 만들고, 주문받는다. 심지어 근무시간 아닌데도 햄버거 만들고 주문을 받기도 한다. 이게 관행으로 되어있다. "

- 2년 넘게 일했는데, 일하면서 생긴 변화 같은 게 있나.
"몸이 변했다. 안 좋은 쪽으로. 골반도 틀어지고 하지정맥류도 생겼다. 하루 7시간, 8시간 항상 서서 일하고, 매장에서 반복 업무를 하니. 오래 일하는 사람들은 다 한 군데씩 아프다. 주로 손목, 허리, 다리 통증을 호소한다."

"맥도날드가 표준이 됐다"

"흔히 알바는 근로계약서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하고, 참 쉽게 해고당한다.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처럼 취급된다. 고충을 토로해도 '쉽고 편한 일' 아니냐며 무시당하기도 한다. 혹은 '힘들면 그만두라'는 비아냥을 듣거나."
 "흔히 알바는 근로계약서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하고, 참 쉽게 해고당한다.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처럼 취급된다. 고충을 토로해도 '쉽고 편한 일' 아니냐며 무시당하기도 한다. 혹은 '힘들면 그만두라'는 비아냥을 듣거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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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은 갔나?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병원은 무슨. 알바하는 청년 중에 부모님이 병원비 대주지 않는 이상, 병원 못 가는 사람 많을 거다. 내가 써야 할 돈이 이미 다 정해져 있는데, 거기서 어떻게 병원비를 추가로 부담하나. 자기 몸 아픈데, 병원 안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못 가는 거다."

- 안타깝다. 그렇게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얼마나 되나?
"방학 때는 40만~50만 원을 벌고, 학기 중에는 20만 원 정도를 번다. 오래 일해도 최저임금이니까 금액이 적다. 버는 돈은 교통비·통신비·밥값·생활비로 다 나간다. 솔직히 말해서 알바해서 등록금을 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등록금을 내려면 '알바하고 자고 알바하고 자고' 그런 생활밖에 못 한다. 지금 대학 다니면서 받은 대출이 1500만 원이다."

- 한 달에 20만 원으로 생활이 되나?
"안 된다. 그래서 방학 때 번 돈을 아끼고 아껴서 생활한다. 학기 중에 통신비 연체된 걸 방학 때 갚고, 생활비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해서 학기 중에 쓴다. 저축이라고 하니 '몇십만 원' 이럴 것 같아 보이는데(웃음), 나에겐 5만 원 저축하는 것도 큰 거다."

- 돈이 정말 없을 땐 어떻게 하나?
"휴대전화에 소액 결제가 있지 않나. 지금 당장 돈이 없을 땐, 편의점에 가서 김밥이나 라면 같은 걸 휴대전화 결제로 산다. 일단 당장 배가 고픈 건 해결되니까. 물론 다음 달에 바로 갚아야 하는 금액이지만, 일단 하루하루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밀리고 밀리다가 휴대전화를 정지당하고, 방학 때 갚고. 그런 삶의 반복이다.

돈 때문에 미치겠다는 말은 결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진짜 미친다. 천 원이 없어서 밥을 못 먹고, 백 원이 없어서 지하철을 못 탄다. 알바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 얘기를 들으니, 햄버거를 맛있게만 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인터뷰의 공동연재 제목이 '일하는 청춘, 꿈꾸는 노동'인데, 당신의 꿈이 무엇인가?
"글 쓰는 사람이다. 내 안에서 풀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싶다. 알바를 하는데 왜 계속 가난하지?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거지? 계속 파고들면 들수록, 거시적인 사회문제라는 걸 알게 된다. 내 삶과 연관된 궁금증을 글의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싶다."

- 알바하면서 꿈꾸는 것, 힘들진 않나.
"취업 준비하면서 제일 힘든 건 열정페이다. 지금 하는 활동들 하나도 빠짐없이 다 열정페이다. 방송제작, 글쓰기 같은 것들을 하는데, 모두 한 번도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뭔가를 고민하고 글을 쓰는데, 오히려 돈을 주고 일한 적도 있다. 친구들도 다 그런 소리 한다. '너 바보냐'고. '그 경력 한 줄이 뭔데'라고. 근데 취업하려면 그게 필요하더라."

-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에게 '알바'란 어떤 의미인가.
"처음 사회로 발을 내디뎠을 때, 만나는 것이 알바다. 그런데, 여기에 "왜"라는 질문은 하면 안 된다.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어내라는 매뉴얼은 이미 정해져 있고, 여기에 '왜요?'라는 질문을 하는 건, '네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를 의미한다.

나에게 '알바'는 살아가려면 부당함에 눈을 감아야 한다는 걸 체득하게 하는 존재다. 문제를 제기하면, 그 순간 내 삶은 치명타를 입는다. 계속 일을 하고 돈을 벌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이 알바다.

그래서 알바노조라는 곳에도 가입했다. 개인이 혼자서 바꿀 수 있는 점이 전혀 없다. 사람이 모였을 때,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 알바노조가 알바노동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결과들을 많이 만들어내서, 힘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말을 하는 박윤이씨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부당함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알바의 삶은 값싸게 쓰이고, 쉽게 버려지는 존재이니까?

흔히 알바는 근로계약서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하고, 참 쉽게 해고당한다.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처럼 취급된다. 고충을 토로해도 '쉽고 편한 일' 아니냐며 무시당하기도 한다. 혹은 '힘들면 그만두라'는 비아냥을 듣거나.

윤이씨는 인터뷰 중에 '맥도날드가 표준이 됐다'는 말을 했다. 맥도날드가 동네에 있는지는 도시와 시골을 나누는 기준이 됐으며, 패스트푸드 업계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자랑인 빠른 서비스는 업계 표준이 됐다. 맥도날드가 무언가를 하면, 다른 업체들도 한다. 맥도날드의 효율은 다른 곳에서도 효율이다.

아쉽지만 삶에는 효율이 없다. 돈이 없는데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이 효율일까. 아니면 당장 다음 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인 걸 알면서도 오늘 먹을 밥을 위해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하는 게 효율일까. 업계 표준이라는 맥도날드는,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도 '최저임금'에 맞추는 식으로 표준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태그:#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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