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선출된 이정미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손가락으로 '정의가 승리한다'는 의미를 담은 'V'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정당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20대 국회에서 정의당과 자신이 해야 될 가장 큰 과제이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선출된 이정미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손가락으로 '정의가 승리한다'는 의미를 담은 'V'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정당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20대 국회에서 정의당과 자신이 해야 될 가장 큰 과제이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공천으로 연일 시끄럽다.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 현역과 신인의 충돌로 설전이 오가고 경선 불복과 탈당이 이어진다. 그동안 한국정치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반면 정의당은 별다른 잡음 없이 깔끔한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례대표 순위를 정하는 당원 투표도 탈 없이 마무리했다. 오히려 너무 조용히 진행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억울할 지경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순위 1번에 이름을 올린 이정미 후보는 과거 민주노동당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당 부대표와 대변인까지 지낸 그가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지 못한 건 앞선 진보정치인들의 이름값에 가려진 면이 크다. 진보정당의 분열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리를 지켰고, 진보정당에 몸 담은 지 13년 만에 국회 진출이라는 큰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이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정의당이 다른 정당과 구분되는 지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정의당 그 자체"라며 "공천 때문에 소란스러운 다른 정당과 달리 정의당은 정당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연대 하는 문제와 관련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겨냥해 "더민주는 제1야당이다, 김 대표는 한 정당뿐 아니라 야권을 이끌어야 한다"라며 "그런 소명의식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여성 1위 득표로 전체 비례순위 1번을 받았다. 소감이 어떤가?
"기대했던 만큼 표를 얻지 못했다. 대세론이 있었다. '어차피 1번은 이정미 아니냐'는 벽을 넘기 어려웠다. 비례대표 1번이 됐지만 기쁘다기보다는 마음이 무겁다. 당 전체 지지율을 올리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크다. 당을 최대한 알리고 지지율을 끌어올리자는 게 소감이라면 소감이다."

- 민주노동당부터 정치활동을 어어 왔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대세론'이 있었다고 하는데,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당은 비례대표 순번을 직접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정의당의 창당 멤버이고 당이 어려울 때 부대표직을 맡아 왔다. 대변인도 맡았다. 당원들은 이정미가 헌신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으로 비례 1번을 받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선거 과정에서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이 많은 득표를 했는데, 그런 새로운 인물이 영입되면서 진보정당이 취약했던 안보이슈까지 확장성이 있는 인물을 비례대표 우선순위에 올려야 한다는 것도 당원들의 의사였다고 본다."

- 그동안 진보정당의 비례대표 1번은 여러 상징성이 부여돼 왔다. 본인의 상징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보정당에서 당직 생활을 한 지 13년이 됐다. 당이 안정적일 때보다 어려울 때 당직을 맡았고, 선거에 차출이 됐다. 내가 비례 1번에 선출된 것은 당에 헌신하는 후배 정치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미 케이스'를 통해 진보정치에 헌신한다면 보상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매번 비례대표 선출을 할 때면 진보정치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명망 있는 인물을 영입해 지지율을 높이자는 실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모든 후보가 당원 경선으로 선출되는 과정을 거쳤다. 사실 비례대표 투표는 특정 후보의 명성을 통해 받는 게 아니다. 그 정당이 지지를 얻는 것이다.

정의당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정의당 그 자체다. 요즘 다른 정당에서는 공천 때문에 난리가 났다. 계파의 이익만 따지고 있다. 국민의 준 세금을 받아 정책을 만들고, 후보를 만들어 국민의 대의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의 의무가 사라지고 있다. 정의당은 그런 정당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그것이 정의당의 경쟁력이고, 이정미의 경쟁력도 정의당을 통해 나온다."

"조성주와 같이 국회에 가겠다"

이정미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이전까지는 최악을 막기 위해 차선을 선택했지만, 이번 20대 총선만큼은 바꿔야한다"며 "최선이 있기 때문에 최선을 선택해서 차선과 차악을 더 좋은 최선의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정미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이전까지는 최악을 막기 위해 차선을 선택했지만, 이번 20대 총선만큼은 바꿔야한다"며 "최선이 있기 때문에 최선을 선택해서 차선과 차악을 더 좋은 최선의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현재 정의당 지지율로는 2~3명 정도의 비례대표 배출이 가능해 보인다. 후순위에 청년, 환경, 노동 등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최소 몇번까지 당선을 기대하나?
"그동안 진보정치가 굉장히 부침이 있었다. 대한민국 정치가 암울한 상황에서 진보정치는 기존에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진보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비례대표 6번 조성주 후보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진보정치 2세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1.5세대'다. 최소한 6번 조 후보까지는 국회에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계산으로는 정당투표에서 12%를 득표하면 6번까지 당선 시킬 수 있다."

- 이번 비례순위 투표에서 노동 상징성이 있는 양경규 후보가 최후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정의당은 진보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노동 중심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점이 부각된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김종대 후보가 압도적인 표를 받았고, 다른 후보들의 표 차이는 크지 않았다. 많은 당원들이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 '노동'이라는 이슈는 잘 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김종대 후보의 다득표는 '당이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으로 볼 수 있다.

양경규 후보의 결과가 아쉽기는 하지만, 나 역시 노동운동 출신이고, 윤소하(비례 3번) 후보도 그렇다. 조성주 후보 역시 민주노총의 지지기반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청년유니온이라는 새로운 노동의 영역을 개척했다. 당원들이 어떤 후보가 높은 순위에 가더라도 노동 분야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비례 경선 결과가 나온 후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이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했다. 이에 "사과 받지도 않고 싶고, 국민의당이 걱정"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발언 자체가 저급한 코미디 수준이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가 없다. 그런 발언이 국민의당에서 나왔다는 게 그 당의 문제라고 본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을 만들면서 제3정당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기존 정치가 가지지 못한 새로움을 보여줘야 한다. 당의 정체성과 정책, 또 사람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기존 정당에서 부스러져 나왔다는 느낌이다. 그런 모습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야권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다."

"김종인 소명의식 있는지 의문"

이정미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연대 문제와 관련해 "더민주는 제1야당이다, 김종인 대표는 한 정당뿐 아니라 야권을 이끌어야 한다"라며 "그런 소명의식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연대 문제와 관련해 "더민주는 제1야당이다, 김종인 대표는 한 정당뿐 아니라 야권을 이끌어야 한다"라며 "그런 소명의식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안철수 대표가 거부 방침을 고집하면서 야권연대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당 역시 더민주를 상대로 서울과 인천, 수도권 지역에서 야권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상태로 가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아직 중앙당의 현재 입장은 야권연대를 계속 추진한다는 것이다. 다음 주에 후보등록이 시작된다. 정말 시간이 없다.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아닌지 답해야 할 시간이다. 앞으로 1주일이 야권연대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라고 본다. 더민주는 제1야당이다. 김 대표는 한 정당의 대표일뿐 아니라 야권 전체를 어떻게 리드할 것인지 자기 구상과 고민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제1야당의 본분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파견노동이 노동시장에 해악을 끼치고 있는데, 제1야당의 파견정치가 당을 망하는 길로 이끌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한국 정치 역사에서 제1야당의 대표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헌신해 왔다. 그것은 단순히 정치를 컨설팅하는 게 아니라 지도자로서 소명의식이 발휘될 때 나온다. 지금의 야권연대도 그런 소명의식을 가진 지도자가 이끌어야 하는데 방치되고 있다. 정의당은 지지율이 높지 않고, 후보도 많지 않다. 하지만 제1야당에 실망한 야권 지지층을 붙잡을 수 있다. 제1야당은 그런 정의당과 함께 야권의 승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 국민의당 창당 이후 정의당의 지지율이 대폭 하락했다가 회복세다. 앞으로 선거 때까지 어떤 구도가 펼쳐 질 것으로 예상하나?
"야권연대 골든타임이라고 말한 1주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는 없다. 최악의 상태가 됐을 때는 정의당 역시 정의당만의 길을 가야 한다. 최소 흔들리지 않는 10%의 지지층을 구축해야 한다. 또 심상정, 노회찬 등 지역에서 꼭 당선돼야 할 후보들이 있다. 이들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 심판론과 함께 무능한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역시 노골적으로 '국회 심판론'을 부추기고 있다. 진보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앞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심판론은 네거티브가 아니다. 이번에 심판해야 할 것은 박근혜 정권의 '반민생, 불의, 특권'에 대한 심판이다. 즉 야당이 추구할 가치는 민생을 살리고, 불평등과 특권을 해소하는 것이다. 또 민주주의가 약화될 때 불평등이 심화된다. 소위 '금수저'들은 교육과 재산, 직장을 상속 받는다.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사회적 상속'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정의당은 이것을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

- 진보정당은 그동안 수차례 분열을 거듭해왔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정의당이 유일한 원내정당이 됐지만 여전히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이 존재한다. 진보정당이 다시 통합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우선 녹색당 같이 정당의 색깔이 분명한 정당은 그 가치 하나만으로 원내에 진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그것을 만드는 게 먼저 들어온 진보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밖에 전통적인 진보정치의 갈래에는 아직 많은 정당이 남아 있다. 정의당은 지난해 11월 다시 진보통합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것을 지켰지만 아직 합류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 우선 '진보의 가치는 무엇인가', '정당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의 토론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합치고 보자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보정치가 하나 돼야 한다는 문제에 공감한다면 토론을 통한 충분한 합의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차악 아닌 최선에 투표해야"

-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비례 1번으로 국회 진출이 유력하다. 이번 총선에서, 나아가 다음 국회에서 이루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10년 전 진보정당은 정책정당으로 승부를 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복지사회로 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걸 보여달라는 요구가 많다. 진보정당으로서 더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무너진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무엇 하나라도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정의당이 하니까 보육비가 조금이라도 줄더라, 카드수수료가 조금이라도 줄더라, 비정규직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되더라,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정당 정치를 조금씩 키워 가야 한다.

또 무엇보다 2017년이 중요하다.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정의당이 앞장서 다른 야당들을 설득해 내야 한다. 정의당이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야당을 끌고 와야 한다. 함께 2017년 정권교체를 이루고 매력적인 연립정부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소임이다."

- 정의당 비례 1번으로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회의원의 목소리는 국민들의 목소리다. 국민의 목소리가 국회 담장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정의당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국민의 목소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동안 국민들은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에 투표해 왔다. 지금은 최선이 있다. 최선의 정의당에 투표해 최악과 차악을 최선의 방향으로 끌고 와야 한다."


태그:#정의당, #이정미, #심상정, #노회찬, #김종인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이 정도면 마약, 한국은 잠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