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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곤봉으로 때리고 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곤봉으로 때리고 있다.
ⓒ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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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관련 서술 방식이 초등<사회6-1> 국정교과서(아래 초등<역사>)와 2013년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교과서가 빼닮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두 교과서, 학살 주체 숨기고, 인과관계 뒤바꿔

이런 상황에서 광주광역시와 광주시교육청, 5.18 4단체, 광주전남 국회의원, 종교단체 등 200여 개 단체대표들이 모인 5.18 역사왜곡대책위는 오는 16일 공식회의를 한다. 이 회의에서 초등<역사> 교과서 폐기운동을 민·관·정이 함께 펼치기로 공식 결정할 예정이어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5.18 관련 서술 방식에서 두 교과서가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교과서 모두 학살의 주체와 방식을 불명확하게 서술했으며, 원인과 결과 관계도 뒤바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초등<역사>교과서와 교학사 교과서 내용이다.

초등<역사> 교과서 135쪽.
 초등<역사> 교과서 135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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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5.18 민주화운동, 1980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은 군대를 동원하여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초등<역사> 135쪽)

2013년판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교과서 326쪽.
 2013년판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교과서 326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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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광주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되었다(5.18민주화운동). 충돌은 유혈화되었고 시위대의 일부가 무장을 하고 도청을 점거하였다. 55월 27일 계엄 사령부는 계엄군을 광주에 진입시켜 광주를 장악하였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였다."(교학사 교과서 326쪽)

두 교과서 모두 '계엄군이 총을 쏘아 광주시민을 학살했다(희생시켰다)'는 희생의 원인과 방식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게다가 '5월 18일 계엄군(공수부대)의 폭압적 진압(원인) 뒤 대규모 시위(결과)'라는 원인-결과 관계 또한 두 교과서는 불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우 역사교사모임 대표는 "두 교과서를 본 학생들은 마치 시위 때문에 공수부대의 폭력적인 진압이 실행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10월 교육부도 교학사 교과서 수정권고안에서 "시위대의 도청 점거 때문에 계엄군이 이를 진압하기 위해 광주를 장악한 것으로 서술, 5.18민주화운동의 원인이 시민에게 있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해당 내용 수정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교학사는 최종판에서는 해당 내용을 다음처럼 바꿨다.

"5월 18일 광주에서는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대학생의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신군부는 공수 부대를 투입하여 시위를 진압하고 학생과 시민들을 체포하였다. 계엄군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자 시위는 대규모로 번지게 되었다.…광주 시민들은 계엄군의 발포에 대항하여 시민군을 결성하여 저항하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되었다(5.18 민주화 운동)."

이런 교육부가 올해 3월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나온 초등학교 근현대사 국정교과서인 초등<역사>에서는 5.18의 원인과 결과를 더욱 심각하게 뒤집어 서술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첫보도: '대규모 시위' 때문에 군대 동원? 5.18 단체 부글부글).

지난 2일 5.18기념재단과 관련 3개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자회)는 공동 성명을 내어 "공수부대가 양민을 총칼로 공격한 것이 원인이 되어 대규모 규탄시위로 번져나갔다는 것은 명확한 역사적 사실"이라면서 "그런데도 교과서는 대규모 시위 때문에 군이 동원된 것처럼 황당하게 사실관계를 바꾸어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교육부도 긴장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복수의 교육부 관계자는 "(5.18의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지적과 관련)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정 불가' 고집 교육부, 3월말까지 문제 내용 3가지 고칠 듯

한편, 교육부는 초등<역사> 교과서 오류 지적과 관련 모두 세 곳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늦어도 3월 말까지는 해당 내용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국정교과서 수정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그 동안 "역사교육연대회의의 지적사항에 대한 검토 결과, 대부분의 기술은 '초등학생의 발달 수준을 고려한 서술'"이라면서 수정 불가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우선 5.18 관련 서술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재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73쪽 단발령 사진과 91쪽 3.1운동 당시 시위 발생 지역 지도가 잘못 기록된 사실도 확인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단발령 사진은 1895년 당시의 사진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단체의 지적대로 1920년대의 사진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한 3.1운동 지도 또한 잘못 기록된 것으로 검토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과서 수정을 정식 검토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잘못 기록된 교과서를 방치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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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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