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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이경자 >

여기, 1인 선거본부가 있다. 대전 유성구에 출마할 노동당의 이경자 예비후보이다. 그는 혼자 명함을 돌리고 혼자 SNS를 관리하며,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운동본부는 선거에 관련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명함과 어깨띠 등 홍보용품 제작부터 공약집 제작이나 토론회, 인터뷰 일정을 조정한다. 선거를 위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보통 인물 중심으로 꾸려진다. 최근 녹색당은 의제별 선본을 꾸려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선본 없는 선거는 잘 상상되지 않는 이유다.

선거, 유권자가 면접관이 되는 시간

'모비딕 프로젝트'가 면접관의 자세로 이경자 후보를 만났다.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최종면접을 거치며 이경자 후보의 목소리를 담았다. PRODUCE 300의 두 번째 주인공, 이경자다.

1.다시 쓰는 이력서
- 노는 게 제일 좋아 >.<
다시 쓰는 이력서_ 노는 게 제일 좋아!
 다시 쓰는 이력서_ 노는 게 제일 좋아!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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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적성검사
- 내 인생은 상승곡선
이경자의 인생 그래프 _ 내 인생은 상승 곡선
 이경자의 인생 그래프 _ 내 인생은 상승 곡선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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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후보의 인생 바이오리듬은 상승곡선을 그린다. 썩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시절에 비해 점점 하고싶은 일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린 시절 이 후보는 우주비행사를 꿈꿨다. 만화영화 아톰을 보며 우주에 대한 선망을 키웠다고 한다. 아톰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대한 공포를 담은 이름이다. 우연하게도, 아톰을 보며 자란 아이는 탈핵을 외치는 국회의원 후보가 됐다.

이경자에게 감옥생활은?
 이경자에게 감옥생활은?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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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후보는 26살의 나이에 감옥생활을 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당시 그는 민중당 기관지의 편집위원이었다. 체제 전복, 반국가단체 구성,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죄목이 이 후보에게 씌어졌다. 이경자 후보는 "국보법 위반이 마치 훈장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어서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1년 뒤 5.18특사로 자유의 몸이 됐다.

이경자 후보에게 60, 70대를 물었다. 정치인으로서의 미래를 말이다. 이 후보는 "당선이 되든 안 되든 비슷한 미래를 살고 있을거다"라고 답했다. 사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귀농을 꿈꾸며 심야식당을 하고 싶다는 작은 포부도 밝혔다. 최근 노인들의 사회 참여 활동이 두드러지기에, 자신도 좌파노인회를 해야할 거 같다는 말과 함께.

3. 최종면접

* 자신의 길, 자신의 시간
Trustee와 Delegate. 미국 정치에서 국회의원의 유형을 나눌 때에 쓰이는 말이다. Delegate는 시민의 역할을 대신하는 '대리인, 위임자'를 의미한다. 유권자의 의견과 여론을 파악해 그 뜻을 대변하는 데에 방점을 둔다. Trustee는 수탁자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한다면, 유권자의 뜻과 다를지라도 추진하는 유형을 뜻한다.

이경자 후보는 어떤 유형일까?

이경자 후보는 자신의 길을 간다. 현실을 모른다며 외면당하거나, 함께하던 사람들이 떠나기도 했다. 최근 진보결집을 주장하며 약 1천여명 정도가 노동당을 떠났다. 노동당의 현실적 힘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도 노동당의 힘이 미약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 후보는 "방향이 옳기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묵묵히 걸어가기 위해 노동당에 남았다"고 뜻을 전했다. 노동당 후보로서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글쎄요. 좀 적지요?"라며 "하지만 이경자의 시간으로 선거운동은 지속됩니다"고 덧붙였다. 신영복 선생의 '1년을 단위로 세상을 살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선거는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이다. 이경자 후보가 내세우는 탈핵은 유성구민에게 매력적인 공약은 아니다. 유성구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전원자력연료,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자력 관련 시설이 밀집해있다. 이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약 3만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선 폐기물 등이 모여있다. 이 후보에 따르면 유성구민의 약 10%가 원자력 연구 시설에 종사한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유성구민의 약 40%가 원자력 관련 시설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표심을 염두에 둔다면 탈핵을 전면에 걸고 출마하는 것은 도박과 같다. 몇몇 구민은 탈핵을 이야기하는 이경자 후보에게 "핵 시설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집 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누군가 꺼내고 드러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안전한 유성에 대한 본인의 뜻을 내비쳤다.

이경자의 출마는, 시간 계획이 다르다.
 이경자의 출마는, 시간 계획이 다르다.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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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자신의 방향을 고수하기 위해 노동당에 남았다.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탈핵'은 표심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런 이 후보에게서 Trustee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 혼자하는 선거

이경자 후보는 혼자 뛴다. 이유는 단순하다. 돈과 사람이 적다는 현실의 조건. 더불어 본인도 선거본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정책 대결이라는 생각에서다. "인터넷으로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하고, 토론회로 후보의 생각과 철학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큰 규모의 선본은 필요치 않다"고 이 후보는 말한다. 또한 유권자를 직접 만나 현실 이야기를 듣고 반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 후보는 기동력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잠깐씩 자원봉사를 해주는 분들이 있지만,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고 움직이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경자가 1인 선거본부를 꾸리게 된 이유는?
 이경자가 1인 선거본부를 꾸리게 된 이유는?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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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선거운동은 어떤 모습일까. 이경자 후보의 명함에는 독특한 숫자가 적혀있다. 750m, 900m, 1.3km, 1.5km, 4.5km. 이 숫자는 명함을 나눠주는 지점으로부터 유성구에 위치한 원자력 시설과의 거리를 나타낸다. 본인의 주요 공약인 탈핵, '핵 시설 없는 유성'을 알리기 위한 방법이다. 그는 하루 평균 4,5시간 거리에서 명함을 돌린다. 저녁시간과 아침 시간은 SNS와 홈페이지 관리를 한다. 이 후보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선거운동에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이경자의 독특한 명함
 이경자의 독특한 명함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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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불공정게임입니다."

이경자 후보는 "정치 신인에게 국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돼있다"고 말한다. 기탁금 제도와 원외정당은 참여할 수 없는 방송토론회 등으로 제도적으로 출발선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이 후보는 한국의 정당 구조를 자유경쟁이 아닌 '과점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기존 정치세력이 새로운 세력의 등장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예비후보 등록을 위해서는 기탁금 1,500만원의 20%인 300만원이 필요하다. 이경자 후보는 "300만원은 자신의 두 달 생활비에 버금가는 돈"이라며,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라 평했다. '예비'후보가 아닌 본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기탁금의 나머지인 1,200만원과 홍보물 비용이 필요하다. 이 비용에 관한 계획을 물었다. 이 후보는 "저의 공약과 정책을 지지하는 유권자께서 후원해주실거라 생각하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만약 후원이 안된다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마련해야죠!"라 대답했다. 평범한 정치 신인에게 기탁금이 선거의 문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던 대답이었다.






태그:#이경자, #노동당, #총선, #예비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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