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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 서클'은 칼 폴라니가 청년 시절 대학의 후진성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비밀 모임의 이름입니다. 정치의 계절, 겨울입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슨 기준으로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 됐습니다. 우리는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비딕 프로젝트'를 연재합니다. 거대한 고래, 모비딕을 쫓는 마음으로 후보자를 추적하는 '갈릴레이 서클'의 총선 기획입니다. - 기자 말

< Why? 홍지숙 >

내 친구가 하는 정치. 옆집 아줌마가 하는 정치. 평범한 이들이 하는 정치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입이 떡 벌어지는 학력, 대학시절의 시위 경험, 여러 정치 활동. 국회의원 후보라면 내세울 경력들이다. 하지만 그는 경력이 없다. 오히려 당당히 외친다. "똑똑하거나 경험이 많은 정치인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왔나요? 일반적인, 평범한 시민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양심이면 충분합니다."

PRODUCE 300의 세 번째 주인공, 경기 과천의왕에 출마한 녹색당의 홍지숙 후보다.

선거, 유권자가 면접관이 되는 시간

'모비딕 프로젝트'가 면접관의 자세로 홍지숙 후보를 2월 19일 만났다.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최종면접을 거치며 그의 목소리를 담았다.

* 1단계. 다시 쓰는 이력서 "지숲의 Imagine"

홍지숙의 다시쓰는 이력서 지숲의 Imagine
▲ 홍지숙의 다시쓰는 이력서 지숲의 Imagine
ⓒ 갈릴레이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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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단계. 인생 바이오리듬

 홍지숙의 인생 바이오리듬
 홍지숙의 인생 바이오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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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홍지숙은 '텔레비전에 나온 불행한 가정이 있다면, 그게 우리 가정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다툼이 잦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싸울 때면 방에 들어가 울며 불행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어릴 적 사진을 보면 표정이 어둡다. 고등학교 때에 한 선생님이 "너는 웃는데, 눈은 안 웃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다 종교 생활을 시작하며 눈도 웃게 됐다. 홍지숙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지혜는 굉장히 얄팍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교 성적과 지식, 지혜는 완전하게 무관하다"며 "얄팍한 지식과 마음을 온전히 내주지 못한 우정이 아쉬운 시기"라고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홍 후보는 20대에 한 차례 요동을 겪게 된다. 어쩌면 우스울 지 모르는 사소한 사건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에 휴학 신청을 하지 않고, 혼자서 휴학한 것이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되고 제적 위기에 놓였다. 연애 문제까지 겹쳐 당시 홍 후보는 '자살 충동이 뭔지 알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홍 후보는 "이전의 삶이 너무 안정적이었나봐요. 지금 보면 별 일 아닌데"라며 "이 일들을 거치면서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지숙의 정치인으로서의 미래
 홍지숙의 정치인으로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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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홍지숙의 바이오리듬은 쭉 올라간다. 그는 "어리숙하고 망나니 같던 저를 인내하고 곁을 떠나지 않았던 직장 선배라든가 친구들. 사람들이 저를 지금까지 이끌어 왔어요"라 말한다. 더불어 30대를 앞둔 시기에 인생의 스승, 교회 목사님을 만나 종교가 개인에서 나아가 사회로 퍼져나갈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관심을 바깥으로 펼치자, 아픔을 만나고 사회에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친구가 '지숙아 너는 언제 제일 좋았어?'라고 물었다. "어, 나는 지금인 거 같아." 그의 대답이다.

* 3단계. 실무면접

추첨 민주주의의 실험, 가능할까? 

녹색당은 국내 최초로 전면 추첨 대의원 제도를 도입했다. 당의 대표자로서 중앙 회의에 참가하는 대의원을 당원 중 무작위로 뽑는 것이다. 당원 30명 당 대의원 1명을 지역별, 성별 및 연령 비율로 나누어 순수 추첨한다. 대구 녹색당은 종이비행기 날리기, 사다리 타기로 대의원을 뽑았다. 녹색당의 대의원 전면 추첨제는 지난 2013년 1차 대의원 회의를 시작으로 도입됐다. 그리고 4번째 대의원 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추첨제가 성공적으로 기능해왔다는 것이 녹색당 내부의 평가이다.

전면 추첨제의 배경에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녹색당의 믿음이 있다. '과연 이게 될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든다. 대표를 원치 않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 홍 후보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추첨제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홍 후보는 "더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면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운 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결함"이라 말했다. 추첨제가 개인의 권력욕으로부터 의사결정 구조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홍 후보도 추첨에 의해 대의원이 됐다. 그리고 추첨과 비밀 찬반투표를 거쳐 과천의왕의 후보자가 됐다. 무작위로 지워진 대의원이라는 책임 혹은 후보자로서의 책임.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홍 후보는 공부를 시작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치 활동, 사회적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동등한 동료로서 발언권과 결정권을 주는 녹색당이다. 대의제가 아닌 추첨제가 보여주는 가능성에 새로운 민주주의를 기대해본다.

기본소득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매월 40만원, 누구에게나" 기본소득은 녹색당의 20대 총선 핵심 공약이다. 기본소득이란 모두에게 조건없이 매월 4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홍 후보는 "기본소득은 국가가 국민에게 주는 시혜, 도움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에게 마땅히 요구해야 하는 권리의 문제"라 말한다. 지금의 사회 구조에서 공공의 자산에서 오는 이익은 모두가 아닌 소수에게 돌아간다. 홍 후보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집 앞에 지하철 역이 생기면 엄청난 부동산 개발 차익이 생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짓는 것이지만, 여기서 오는 이익은 땅을 소유한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홍 후보는 이런 현실의 불합리를 지적했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홍지숙이 꿈꾸는 기본소득
 홍지숙이 꿈꾸는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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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0만원일까? 먼저 홍 후보는 OECD와 한국의 '국민부담률'의 격차를 지적했다. 국민부담률은 평균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홍 후보는 "이를 OECD 평균(34.4%) 수준으로 올리면 매달 전 국민에게 3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4.6%다.) 기본소득을 위해 보편 증세는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공정한 세금제도를 확보하고 현 노인기초연금의 예산을 더하면 나머지 10만원이 마련된다. 공정한 세금제도란 토지 보유세, 부동산 임대소득, 이자배당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 부여다.

기본소득은 낯선 개념이며, 변화이다. 이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까지 녹색당 내부에서도 많은 고민과 논의가 오갔다. 작년 녹색당 대의원 회의에서 기본소득을 두고 '꼭 해야 한다'와 '아직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충돌했다. 홍 후보는 당시 한 대의원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가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생명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너무 중요한 일인데, 우리 인간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방편을 마련하는 첫 걸음을 시작하자는 거다. 왜 이렇게 논의가 많은 거냐. 왜 이렇게 갑론을박이 많은 거냐. 같이 함께 시작하자."

내 부동산의 진짜 가치는 녹색

 홍지숙이 생각하는 땅의 가치란
 홍지숙이 생각하는 땅의 가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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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 가면 분수대를 만들어놓고 나무를 심고 새소리를 틀어놔요. 이건 정말 웃긴거죠. 오리지널, 명품을 파괴하고 복제품과 모조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예요. 진짜 숲에 갔을 때 나무의 냄새, 새소리, 벌레소리, 바람. 이런 건 차원이 다르잖아요. 부동산 가치를 생각한다고 해도 내 부동산의 진짜 가치를 올려주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내 삶을 만족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금방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과천과 의왕의 그린벨트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지난 1월 정부는 그 자리에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뉴스테이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 수준이지만, 특정 지역에서 6억5천만원의 높은 보증금이 책정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홍지숙 후보는 뉴스테이의 공공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에 반대했다. 뉴스테이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확보가 아닌 중산층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유이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로 얻어지는 개발 차익이 지금의 과천과 의왕을 만드는 데 힘써온 주민이 아닌, 민간건설사와  LH공사에게로 돌아가는 구조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녹지총량제를 제안한다. 녹지총량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일정 면적의 녹지를 보존한다. 즉 최소한의 녹지를 남겨두자는 것이다. 홍 후보가 그린벨트 해제와 재개발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단지 "이제까지 개발 정책이 우리에게 주었던 유익함이 지금도 가능한지 멈춰서서 상황을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눈 앞의 부동산 이익과 경제 성장보다는 다른 차원의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홍 후보의 마지막 한 마디가 의미심장하다.

"녹색당은 사람들의 탐욕을 건드려서 지금 한 표를 얻기 보다는 멀리 보고 천천히 걸어나가자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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