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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전수소에서 굿을 배우는 사람들.(우측이 선생 임영복씨)
▲ 학습 민속전수소에서 굿을 배우는 사람들.(우측이 선생 임영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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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언론 보도를 통해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무속인들의 사건이다. 누구에게 몇억 원을 굿 비용으로 받았다느니 심지어는 몇십 억원을 받았다가 그 중 일부를 돌려주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남의 가정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했다는 등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식을 접하면서 참담한 심정이다.

무속은 우리의 전통 종교의식이다. 그 시원은 삼한 이전의 맞이굿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과거 삼한시대를 거쳐 삼국시대까지도 무속인들의 위상은 제정일치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그 위상이 점차 낮아진 무속인들은 현재는 '신들린 사람' 등으로 치부되면서 조선조 말기에는 모든 계급의 최 말단에 두기도 했다.

굿 공연에서 창부굿을 하고 있는 임영복씨
▲ 창부거리 굿 공연에서 창부굿을 하고 있는 임영복씨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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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속지>(朝鮮民俗誌) 저자인 아키바 다카시(秋葉 隆)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남부지방으로 가면 '산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서로 혼인할 수 있는 무당, 화랑, 재인, 광대 등의 천민 계통을 의미하는 비밀어다. 그들 앞에서 이 말을 사용하면 몹시 감정을 상하게 하는 비어로써, 산이의 일족을 보면 보통사람과는 다른 피를 가진 부정한 혈족, 귀신이 들린 혈통으로 생각하여 사람들은 이들과의 결혼을 꺼린다."

이렇듯 무속인들은 조선조 말에는 천민 중에서도 가장 아래에 두는 사람들로 대우를 받았다. 이러한 무속인들이 언제부터인가 그들을 따르는 추종 세력이 생겨나면서 흡사 종교의 교주와 같은 힘을 과시하게 된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이런 위치를 악용해 선량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신탁(神託, 신의 말을 대신 전하는 것)'이라는 구실로 수많은 금품을 갈취하기도 한다.

민속전수소에서 애동제자들이 굿을 학습히고 있다
▲ 굿제차 민속전수소에서 애동제자들이 굿을 학습히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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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굿의 의미도 모르고 하는 행위 타당한가?

'굿'이란 자신의 섬기는 신령을 위하고 인간의 안녕을 위하는 종교행위를 말한다. 과거 내림을 받은 무속인들은 인간들을 구제한다는 '구제중생(救濟衆生)'을 제일로 꼽았다. 예전에는 아무나 내림(강신행위)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신병을 심하게 앓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굿판으로 뛰어 들어가 신탁을 하게 되고 굿판을 주도한 무녀(巫女)를 신어머니로 삼아 내림굿을 받았던 것이다.

이들은 내림굿을 받고나면 신어머니 밑에서 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굿에 대한 모든 것을 학습하게 된다. 그들은 단지 굿 행위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굿과 함께 음식 차리는 법, 무구(巫具)와 무복(巫服)의 사용 법, 상 차리는 법은 물론 소리와 심지어는 무의식에서 사용하는 장단 등 모든 것을 배웠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남을 미혹하지 않고 온전한 신령의 사제로써의 자리를 지키는 법이었다.

굿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 모든 제차를 배워야 한다. 굿 음악도 중요한 배움이다
▲ 장단 굿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 모든 제차를 배워야 한다. 굿 음악도 중요한 배움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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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신어머니와 신의 자식 간의 관계가 점차 변질이 되더니 이제는 그런 엄격한 관계가 사라지고 지금은 자신이 내림을 받은 지 몇 년 되지도 않은(이들을 보고 애동제자라 부른다) 무속인들이 다시 내림굿을 주관하는 허황된 모습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학습과정도 거치지 않은 사람들, 한 마디로 걸음마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가 남을 가르치는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누구라도 온전한 신을 모신다고 할 수 있을까? 굿 한 석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장단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굿판에 서서 굿을 한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 굿은 신성(神性)과 예술성(藝術性)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과거의 무속인들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을 시키는 이유도 이러한 예술성 때문이다.

민속전수소를 운영하는 임영복은 굿 잘하고 춤 잘추는 무당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 임영복 민속전수소를 운영하는 임영복은 굿 잘하고 춤 잘추는 무당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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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모르면 어떻게 남을 위해 구제중생을 하죠?"

지난 1월 30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251번지. 한 건물 3층에서 장단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우리 무속의 굿 행위를 온전하게 할 수 있는 굿을 가르치는 민속전수소이다. 넓지 않은 공간에는 이제 내림을 받은 지 10년 이내인 무속인들에게 굿과 장단 등 무속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임영복(60)씨.

임영복씨는 굿판에서 소리 잘하고 춤 아름답게 추는 무당으로 소문이 나 있다. 지금은 내놓고 누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나는 무당이다'라고 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임영복씨 역시 살고 싶어 무당이 되었다고 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은 신의 제자이다. 하기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무녀들을 제대로 가르쳐 굿판에서 칭찬받는 무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신을 위하는 제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집제자입니다. 어느 종교나 집제의식은 정해진 의식에 춤이나 노래 각종 제례절차가 있습니다. 우리 굿에도 나름대로의 정해진 의식이 있는 법이죠. 그런 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굿을 한다면 그 또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신을 위하는 의식은 법도를 지켜야죠. 그런 기본적인 의식을 지켜가면서 신제자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배워야죠. 그런 기본이 없이 살다보면 남을 해하게 되죠."

안산에서 오는 정영해는 심한 고통을 받다가 내림을 받았다고 한다
▲ 정영해 안산에서 오는 정영해는 심한 고통을 받다가 내림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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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몇 시간씩 차를 몰고오는 장하나는 늘 웃기 잘하고 활달한 성격을 갖고 있다. 물질적인 심한 고통을 받다가 내림을 받았다
▲ 성하나 광주에서 몇 시간씩 차를 몰고오는 장하나는 늘 웃기 잘하고 활달한 성격을 갖고 있다. 물질적인 심한 고통을 받다가 내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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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배우러 오는 김순애는 몇 년이나 눌림굿을 하며 버티다가 내림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가족들 모두가 위해준다고 한다
▲ 김순애 광주에서 배우러 오는 김순애는 몇 년이나 눌림굿을 하며 버티다가 내림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가족들 모두가 위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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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복씨는 신을 모시는 사제인 무당이 기본을 갖추지 못하면서 어떻게 구제중생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한다. 그래서인가 임영복씨가 굿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민속전수소에는 전국에서 모인 제자들이 열심히 알려주는 것을 학습하고 있다. 이날 전수소에 모인 제자들은 강소하(44), 정영해(58), 성하나(38), 김순애(58) 등이다.

"저희 전수소에는 멀리서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광주광역시, 강원도 강릉, 인천광역시, 경기도 여주, 안산 등 대개 몇 시간씩 차로 달려와 학습을 하죠. 이들도 모두 심한 신병을 앓고 버티다가 내림을 받은 사람들예요. 이제라도 제대로 굿을 배워 제대로 된 제자노릇을 하고자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죠. 그래서 이들 제자들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제자들에게 굿의 의식과 음악, 소리, 장단 등을 알려주고 있는 선생이나 열심히 배우고 있는 제자들이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세상이 바뀌고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길을 벗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이들처럼 제 길을 걷겠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굿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연습을 하다가 제자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하는 말이 귀에 꽂힌다.

"신을 위하는 의식 제차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을 위하고 올바른 신탁을 중생들에게 전할 수 있겠어요? 먼저 기본이 돼야죠.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도리조차 배우지 못했는데 신의 말을 전하는 신탁이 온전할까요? 먼저 신의 제자이기 전에 인성부터 바로 세워야죠. 그래서 과거와 같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굿, #무속인, #민속전수소, #수원, #임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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