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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5년 9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관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5년 9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관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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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겸한 대국민 담화는 '통일 대박이 파탄 났고 천안문 외교가 모래성이었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제 '통일 대박'은 '쪽박'이 되고 있다. 천안문 망루에 시진핑 중국 주석과 함께 올라 대문짝만한 홍보용 사진을 제공했던 '망루 외교'는 허물어지고 있다.

또 지난 연말 한일 외교장관이 전격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합의한 것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어설픈 대증요법만 있을 뿐 별다른 해결책은 안 보인다. 안보와 경제 위기를 강조했지만, 정작 위기 상황이 '퍼펙트 스톰'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데도 박 대통령의 진단은 안이할 뿐이다.

중국, 처음에는 북한 핵실험 '강력 반발'

새해 초 북한이 느닷없이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은 '경제 건설'과 '핵 무력 병진 노선'에 따른 것이다. 수소탄 실험으로 군사 강국의 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앞으로 군사력 건설에 투입할 비용을 줄여서 경제 건설에 매진할 수 있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수소탄 실험이 경제 건설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변국과 대화와 협력에 따른 경제 건설의 길보다는 고립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은 괌의 앤더슨 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켰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 이를 규탄하였다. 유엔도 북한에 대해서 강력한 제재에 착수했다. 미국, 중국, 일본, 유엔이 모두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규탄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들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다. 여기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규탄하는 국제공조 체제를 만드는 것이 바로 한국 정부의 역할이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긴장 상황을 안정시키면서 6자회담 개최를 비롯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디딤돌을 놓아야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틀 뒤인 지난 8일, 중국의 태도는 변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비핵화', '평화와 안전', '대화와 협상'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서 한 가지라도 빠지면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한국의 대중 외교가 삐꺽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만에 중국의 입장이 북한을 감싸는 듯이 변한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의 미숙한 초기대응이 큰 몫을 했다. 

한국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한중관계 불안해져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한 지난 6일 낮 12시 이후에 한국은 무엇보다도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대중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신속하게 중국과 외교협상 채널을 만들어야 했다. 필요하다면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비상상황을 강조해서 외교장관을 중국에 급파했어야 했다.

중국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지만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취할 수는 없다. 모택동이 한국전쟁 때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다던 말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완충 지역 역할을 하는 전략적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중국과 초기에 신속한 협력을 통해서 중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에 합의하는 외교적인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필요했다. 어차피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한 제재는 불가능하다.

한국과 중국이 입을 맞추어서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는 가장 강도 높은 제재가 된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책임론에서 벗어나면서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 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 이것이 한국이 초기에 가장 집중했어야 할 조치이다.

아울러 북한의 핵실험에는 한미 동맹에 따른 확장억제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에 대한 균형외교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중국과 협력보다는 일본, 미국과 협력을 우선시했다. 결국 중국과는 아무런 창구도 만들지 못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미·일 삼국의 공조체제가 조기에 굳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중국은 북한에 강경하던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한 것은 한·미·일 삼각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미국의 노력이 막후에서 작용했다. 이후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이 진행되고 곧바로 한·미·일 협력 관계가 굳어지자 중국이 긴장한 것이다.

확성기 방송은 '악수' 둔 셈

군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해 '8.25 합의' 이후 5개월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지난 8일 정오에 전면재개했다. 경기 중부전선에 설치된 대북확성기의 모습.
▲ 이애란 노래 '백세시대' 포함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군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해 '8.25 합의' 이후 5개월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지난 8일 정오에 전면재개했다. 경기 중부전선에 설치된 대북확성기의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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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한국 정부의 초기 조치인 확성기 방송에 대해서도 중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확성기 방송은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국제적이고 전략적인 사안에 대한 대응 수단이라기보다는 남북의 국지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중국은 남북의 국지적 긴장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이어지는 것을 염려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회견에서 중국에 대해 '중국이 그동안 누차 공언한 북핵 불용의지'를 실제 조치로 연결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 불용 의지'를 강조한 것이 아니라 '비핵화, 평화와 안전,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강하게 거부하는 미국의 사드 미사일에 대해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제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고 중국은 당연히 이에 대하여 매우 큰 우려를 표명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국의 변경이 불안해질 뿐만 아니라, 미국이 북한 핵실험의 책임을 중국에게 묻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중국 책임론'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 북한의 핵 무장을 부추긴다고 반박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서로 책임 추궁을 하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중국 책임론을 강조한 것은 천안문 외교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일 남방 삼각협력을 강화하면서 북·중·러 북방 삼각협력과 갈등하는 냉전시대의 대결구도가 부활하고 있다. 냉전 대결 구조 부활은 중국발 경제 불안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고 예감할 수 있다.

박 대통령 담화, 한국에 '퍼펙트 스톰' 될까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모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핵실험과 경제혁신, 노동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국회 처리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지켜보는 시민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모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핵실험과 경제혁신, 노동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국회 처리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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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경제와 안보의 위기를 강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위기 상황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술로 위기를 강조하는 것으로 여겨질 만큼 피상적이다.

정작 경제와 안보의 두 가지 위기는 박 대통령의 지적을 뛰어넘어 '퍼펙트 스톰'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퍼펙트 스톰'이란 두 개 이상의 위기가 동시에 발생해서 엄청난 위기를 만들어내는 상황을 말하는 용어이다.

지난 8일, 한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시작하던 날에 상하이발 증시 폭락이 한국경제를 뒤흔들었다. 한국의 확성기 방송에 북한은 '삐라'를 살포하고 무인기를 날려서 군사분계선을 정찰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앞으로 군사적인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는 통일을 이룬 동·서독의 관계가 아니라 당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처럼 충돌과 긴장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불안한 관계로 접어들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코리아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안에 미국이 2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 경제는 또 다른 충격을 맞이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중국의 반발이 더 커진다면 말 그대로 한국은 안보와 경제에서 '퍼펙트 스톰'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이미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태도로 사과 약속에 대한 확인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아베가 놓은 덫에 걸린 꼴이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대통령은 덫에 걸렸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은 잘된 것인데 정치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더욱 그런 것 같다. 

한미 관계, 한중 관계, 한일 관계, 남북 관계,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은 모두 함께 물려서 움직이는 요소들이다. 이런 영역에서 동시에 위기가 발생할 때 '퍼펙트 스톰'이 된다. 유능한 안보를 기반으로, 외교를 수단으로, 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남북관계를 안정시키고 한국경제를 발전하게 만들 '통합 리더십'이 최악의 상황인 '퍼펙트 스톰'을 예방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회견에서 "우리 가족과 자식들과 미래 후손들을 위해 여러분께서 앞장서서 나서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연두연설에서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민주주의는 고장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이 나설 때이다.


태그:#박대통령 기자회견, #통일대박, #천안문 외교, #북한 수소폭탄 실험, #퍼펙트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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