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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원대 불법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추징금을 물게 되자 '29만 원밖에 없다'던 아버지와 세금 수십억 원을 탈루했다가 '벌금 40억 원을 낼 돈이 없다'는 아들. 너무 닮아 보이는 두 부자가 다시금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차남 전재용씨 이야기다.

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전재용씨가 최근 벌금 40억 원 분할 납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경기도 오산시의 땅을 파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27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 8월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법관)는 그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 원을 선고한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관련 기사 : '세금 포탈' 전재용·이창석 집행유예·벌금 40억 확정).

수십억 탈세한 아들 '돈 없어 벌금 못 낸다'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2013년 9월 4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검찰조사후 귀가하는 전두환 차남 전재용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2013년 9월 4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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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30일 안에 벌금을 내야하지만 전씨는 그 기간 안에 납부하지 않았다. 그는 독촉기간이 끝날 무렵인 10월에서야 '나눠 내겠다'며 수천만 원을 서울중앙지검 집행과에 냈다.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에 따르면 벌금 분납은 가능하다. 다만 그 대상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사람' 역시 분납할 수 있긴 하다. 전씨는 자신이 여기에 해당한다며 벌금을 나눠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돈이 없다는 이유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국가에 추징금 2205억 원을 내야한다. 1997년 4월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은 29만 원뿐'이라며 추징금 완납을 미뤄왔다(관련 기사 : "현금재산은 30만원이 전부라면서"). 시효 만료가 가까워진 2013년 9월까지 그가 낸 돈은 533억 원이 전부였다.

그해 6월 27일, 국회는 전 전 대통령 재산 관련 추징 시효를 늘리고 그 대상을 제3자로 확대하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이 바뀌면서 추징 대상에는 재용씨 등 가족들까지 들어갔다. 이후 검찰은 집행전담팀을 가동,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 아들 재국·재용·재민씨와 딸 효선씨, 며느리 등의 재산까지 파헤쳤다.

전재용씨의 경우 이 과정에서 시공사 주식 등 재산 상당 부분을 압류 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가 나올 돈이 없어서 못 낸다고 했다"며 "2013년부터 샅샅이 조사해봤는데 강제집행할 거리가 없어서 분납 계획이라도 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재용씨가 이달 안으로 계획서를 제출하면 그 내용을 검토해 분납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수천억원 비자금 조성한 아버지는 추징금 갚는 중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4년 5월 25일 오후 12.12군사반란 당시 핵심 인물인 고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24일 폐암 사망)의 빈소 방문을 위해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도착하고 있다.
▲ 입술 굳게 다문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4년 5월 25일 오후 12.12군사반란 당시 핵심 인물인 고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24일 폐암 사망)의 빈소 방문을 위해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도착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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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돈 문제는 결국 아버지와 얽혀 있다. 이날 법무부는 '전두환'이라는 이름을 다시 언급했다.

검찰은 그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해 외국까지 뒤졌다. 이 과정에서 전재용씨의 LA저택 매각대금과 부인 박상아씨의 투자이민자금 등 미국 재산 약 13억 원이 확인됐다. 법무부는 미국에 사법공조를 요청, 이 재산들을 동결한 뒤 몰수 소송을 진행했고 2015년 3월 미 법무부와 전 전 대통령 일가는 재산 몰수에 합의했다(☞ 법무부 보도자료 바로가기).

10일 법무부는 미국을 방문한 김현웅 장관이 로레타 린치 미 법무부 장관을 만나 전 전 대통령 일가 재산 환수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한미 사법공조로 범죄 수익 환수에 성공한 첫 사례며 고위 공직자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찾아 가져오는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한미 사법공조를 포함, 정부가 지금까지 받아낸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절반가량이다. '전두환 일가 비밀재산 환수 대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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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전두환, #전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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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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