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음식은 곧 우리의 피와 살입니다. 그래서 우리네 삶이 되지요. 섬진강 재첩국 술꾼에게 일품입니다.
 음식은 곧 우리의 피와 살입니다. 그래서 우리네 삶이 되지요. 섬진강 재첩국 술꾼에게 일품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 향기 스칩니다
뒤를 돌아다 봅니다
꽃도 그대도 없습니다
혼자
웃습니다 

- 김용택, '향기'

이 시를 읽다가 박수를 탁 쳤습니다. 혼자 웃다니? 그 놈 틀림없이 미친놈이거나 천재임이 분명합니다. 저도 웃었습니다. 왜? 섬진강 재첩이 꼭 김용택님이 말하는 '향기' 같아서. 섬진강은 매화, 산수유, 벚꽃 등 수많은 꽃들을 품습니다. 그러니 섬진강 물에도 향이 묻어 있습니다. 그 향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게 바로 '재첩'이지 싶네요.

이 시를 찬찬히 뜯어보면 김용택 시인이 득도한 걸 눈치 채실 겁니다. '혼자 웃습니다=염화미소' 아니겠습니까. 김용택님은 역시 섬진강 시인 자격 있습니다. 왜냐면 없을 줄 알았던 '재첩시'가 한국시인협회가 엮은 한식시집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韓食(문학세계사)>에 '꼬막조개(재첩의 다른 말)'란 제목으로 나와 있대요. 어원을 따라잡은 추억이 시원한 맛으로 그려졌습니다.

섬진강 재첩 비빔밥, 참기름에 비벼야 참 맛

 섬진강 시인 김용택 님은 이 재첩을 '꼬막조개'로 알았답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님은 이 재첩을 '꼬막조개'로 알았답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동네 사람들은 / 재첩을 꼬막조개라고 불렀다,
커다란 바위 뒤 물속 / 잔자갈들속에서 살았다
아이들 엄지 손가락 만한 것부터 / 아버지 엄지 손톱만한 것까지 있었다

어쩌다가 다슬기 속에 꼬막조개가 있으면 / 건져 마당에다가 던져버렸다.
꼬막조개가 있으면 다슬기 국물이 파랗지 않고 / 뽀얀했다.

강에 큰물이 불면 / 꼬막 조개껍질이 / 둥둥 떠내려갔다.

어느 해부턴가 / 꼬막조개가 앞강에서 사라졌다
어른이 되어 하동에 갔더니 / 온통 재첩국 집이었다.
나는 재첩이 무엇인지 그 때 알았다.

우리 동네에서 사라진 / 꼬막조개가 하동에서
재첩이 되어 있었다 / 시원하고 맛있었다.

- 김용택, '꼬막조개' 중에서

 섬진강 재첩 회무침입니다.
 섬진강 재첩 회무침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섬진강에 가서 재첩 먹을까?"

지인의 제안입니다. 암~, 그렇고말고. 제안 하려면 이렇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야지요.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콜. 그런데 한 숨이 절로 나옵니다. 마음 비우고 독야청청(獨也靑靑) 살고자 허나, 도저히 마음 비울 수가 없습니다. 비웠던 마음에 또 욕심 가득 채우려는 재첩입니다. 득도는 무슨, 그냥 쌈박하게 중생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재첩은 보리가 익어가는 시기가 최고 맛이라 합니다. 그래선지, 올 봄 하동 사는 지인이 재첩 국 팩을 한아름 보내 줘 두고두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른 양념 없이 있는 그대로에 부추와 청량 고추만 넣고 끓이는데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때문에 술 마신 다음 날 더욱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각시 참 잘 만났습니다. 과음한 뒷날도 군소리 없이 어찌나 맛나게 끓여주는지. 아무래도 업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인과 함께 간 곳은 섬진강 휴게소 바로 뒤에 있는 광양시 진월면 '청룡식당'입니다. 하동 쪽에 재첩 정식이란 메뉴가 있긴 합니다만 여기가 최고입니다. 40여 년 전통을 자랑하니까요. 이곳은 보통 식당 그림과 다릅니다. 음식점에 그 흔한 탁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고 휑할 정도로 썰렁합니다. 왜냐하면 음식을 시키면 밥상째 들고 오기 때문이지요.

"재첩 회 무침과 국 주세요."

가격도 저렴합니다. 재첩 회는 대 3만 원, 중 2만 원, 소 1만5천원입니다. 재첩 국은 7천원입니다. 재첩 국이 2003년도에 5천원 했으니, 12년 만에 2천원 올랐습니다. 재첩 회 먹는 법은 간단합니다. 비빔 그릇에 따라져 나온 참기름 위에 밥을 얹고, 회를 듬뿍 올린 다음, 김 가루를 넣고 쓱싹쓱싹 비비면 섬진강 재첩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요건 섬진강을 먹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살아 온 세월이자 삶인 섬진강 '재첩'

 우리네 삶의 일부인 섬진강입니다.
 우리네 삶의 일부인 섬진강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꽃이 핍니다
꽃이 집니다
꽃 피고 지는 곳
강물입니다
강 같은 내 세월이었지요

- 김용택, 강 같은 세월

섬진강은 길이 223.86㎞의 굽이굽이 이어진 긴 젖줄입니다. 진안, 임실, 순창, 곡성, 구례, 하동, 광양 등 10여 개 지역을 흐르는 만큼 중생들의 다양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용택님에게 섬진강은 인간계 삼라만상 모든 게 보고 느끼며 살아 온 세월이 곧 삶입니다. 피와 살이 되는 음식이 바로 우리들의 삶인 게지요. 섬진강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재첩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첩 속에는 섬진강 향기가 스며있고, 굽이굽이 흘러 온 우리의 삶이 녹아 있다."

지인이 재첩 회 절반 조금 덜하게 그릇에 담아내고, 나머지를 제게 건넵니다. 저는 2/3만 내려놓고 지인 그릇에 다시 넣었습니다. 지인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러지 마라"면서도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묻어납니다. 코미디TV에서 방영하는 <맛있는 녀석들>의 진행자 유민상, 김준현, 김민경, 문세윤의 사진과 사인이 이 집 벽에 붙은 이유는 단 하나겠죠. '맛'난다는 거.

 제첩 회무침으로 쓱싹쓱싹 비빈 재첩 비빔밥입니다.
 제첩 회무침으로 쓱싹쓱싹 비빈 재첩 비빔밥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