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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 1318은 학생의 본분으로만 일컬어지던 '공부만'에서 벗어나, 다양한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을 인터뷰하는 연재기획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국정교과서 집회에 참여한 이후, 1인시위를 전개하면서 '페이스북 스타'가 된 두 중학생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말

인덕원역 앞에서 시위 중인 김은솔씨와 김영진씨.
 인덕원역 앞에서 시위 중인 김은솔씨와 김영진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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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거세지면서 학생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하여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거나, 1인 시위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고 있다.

SNS의 위력이 강력해지는 이 시기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모르는 친구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학생들도 나타났다. '저희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사진을 통해 알려진 김은솔씨(인덕원중3), 그리고 인덕원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며 합류한 김영진씨(인덕원중3) 역시 '알려주는 친구' 중 하나다.

입시 고민도 많고, 나이 많은 어른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잘못된 역사를 배울 수 없다는 일념에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이들을 안양 관양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굳이 국정교과서를 도입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은솔(왼쪽)씨와 영진씨
 은솔(왼쪽)씨와 영진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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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다. 요즘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김영진(아래 영진): "다른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이 약간 신경쓰이고 쑥스럽긴 하다."

김은솔(아래 은솔): "낙관적이라서 많은 고민을 담아두지는 않는다. 예상외로 주목을 너무 많이 받아서 약간 당황스럽긴 하다."

- 대부분 1인 시위는 광화문, 시청 앞과 같은 곳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교적 동네라고 할 수 있는 인덕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은솔: "집에 돌아오는 통금시간도 있고, 아예 하지 않기보다는 주변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인덕원 바로 위가 정부과천청사다. 국정교과서 정책과 관련된 공무원들이 많이 인덕원으로 놀러 오기 때문에 이분들에게도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진: "학생이다 보니 교통비도 부담스럽고, 인덕원 주위에 학교가 많아서 학생들에게 알려주기에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치적인 일이라 가족들이 꽤 반대했을 것 같다.
은솔: "아버지는 원한다면 조심히 다녀오라고 격려해 주셨지만, 어머니는 어지간히만 하라고, 언론만 타고 오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하지만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주목을 받게 되어 어머니는 걱정하시지만, 나 자신에게 인생을 선택하게 하는 마인드이시다 보니까, 지금은 알아서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만 하라고 말씀하신다. 부모님이 SNS 악플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고 계셔서 안타까운 면도 있다."

영진: "부모님 모르게 하고 있다. 여자이다 보니 바깥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어 가족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세대가 시위, 운동권 등에 많이 노출되었던 시기라 자랑스럽게 여기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주민들이 주시는 선물을 통해 예상은 하고 계신듯한데, 곧 말할 생각이다."

- 학교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특히 은솔양은 언론이나 SNS에 자주 더 반응을 접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
영진: "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보니 학교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 남자 동급생들이 사진도 찍고 놀리기도 하지만, 가끔 심심풀이로 먹으라고 호두과자 같은 것을 주고 가기도 한다. 친구들의 응원 속에서 하다 보니 뿌듯할 때가 많다."

은솔: "허핑턴포스트, 한겨레 등 언론사 페이스북에 사진이 올라온 이후 잘하지도 않는 페이스북에서 언급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신세경'이라고 별명을 지어서 놀리기도 한다. 멋있다고, 자랑스럽다고 응원을 해줘서 뿌듯하다. 선생님들은 애써 언급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단하다고 하시는 선생님들도 있다."

김은솔 양이 국정교과서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미래엔 중학역사 교과서.
 김은솔 양이 국정교과서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미래엔 중학역사 교과서.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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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신분으로 사회 참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교과서 논란을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직접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은솔: "교과서 논란을 알게 된 계기는 아침 뉴스를 보던 중 접한 국정화 관련 소식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에이, 누가 찬성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기정사실이 되어가는 것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논란이 되는 내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뉴스에서 우리가 배우는 '미래엔'(구 대한교과서, 교과서 검정정책 수립 이전에 국정교과서를 집필하던 출판사)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 되어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배우는 우리 입장에서는 부분적으로 잘라서 말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았다. 또한, 황교안 총리와 도종환 의원이 질의응답을 하는 것을 찾아보니 황교안 총리가 말하는 좌편향된 교과서는 모두가 지금 쓰이는 교과서가 아닌 작년, 재작년에 집필된 교과서를 근거로 든 것이었다. 그 교과서가 문제가 되고, 수정이 되어서 지금 현 교과서를 이루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한마디를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굳이 국정교과서를 도입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을 모두 접하고 내린 판단이었다. 그래서 집회에도 참가하고, "저희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쓴 스케치북을 들어올린 것이었다."

좌파 선생이나 좌파 언론에 선동당한 거 아냐

은솔 양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은솔 양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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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케치북에 쓰인 말들이 인상적이다. 어떤 계기에서 쓰여진 말인가.
은솔: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이 이런 발언을 했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학자들 대상이 아닌, 지적 수준이 조금은 덜 성숙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정교과서를 도입해야 한다"라는 발언이었는데, 우리는 비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우리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한, 현 교과서가 좌편향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저희는 좌편향된 역사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와 "저희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하나가 더 있는데, 이것은 나도 많이 회자되는 말을 쓴 것이라 정작 많이 들어 본 적은 없다(학문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세요)."

또 다른 팻말. 많이 꺼낸 적은 없다고 한다.
 또 다른 팻말. 많이 꺼낸 적은 없다고 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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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시위 중에, 아니면 집회 중에 나쁜 일은 없었는가. 학생이라는 특성 탓에 비난의 타깃이 되었을 수도 있었는데.
영진: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어른들이 "아직 어린애들이 무엇을 아느냐. 이럴 시간에 공부나 해라"라고 말하는 분도 계셨고, 혀를 끌끌 차시는 분도 있었다. 심지어는 "이승만 각하가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아냐"며 묻는 분도 계셨다. 그럴 때마다 되묻고 싶었다. 우리가 배우는 지금의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으시냐고 말이다. 우리도 오래 서 있는 것이 쉬운 일만이 아니었는데, 속상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고 화도 났다."

은솔: "하지만 1인 시위를 돕고자 하는 시민분들도 많았다. 도넛, 샌드위치, 우유, 음료수, 초콜릿 등을 주고 가시는 시민분들도 많았고, 엄지를 세우고 가시거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힘내세요", "멋져요"라는 말을 하고 가시는 분도 많았다. 심지어는 "못난 어른을 둬서 미안하다"라는 분들도 계셨다. 그때마다 울컥 하고 눈물이 날 뻔했다.

페이스북으로 학교 선배분이 대단한 후배라며 칭찬하고 집회 일정을 나에게 알려줄 수도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하셨다. 밥을 사주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받았던 선물을 집에 와 풀어보니 이 정도였다고 한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받았던 선물을 집에 와 풀어보니 이 정도였다고 한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김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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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진로가 궁금하다. 지난 충암고 급식 논란 때 활동했던 법·사회학 동아리와 같이 모임을 꾸려 활동을 할 수도 있고, 다시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영진: "원래 역사나 정치에 관심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관심을 갖게 되긴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탁월한 선택일 것 같다."

은솔: "평소 역사, 정치 등에 관심이 그렇게 많지는 않고, 논란되는 부분만 주마간산 식으로 보았는데, 이번처럼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며 언론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즉흥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결국 나에게 맞는 삶을 살 것 같다. 계속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도, 또 어느 날 갑자기 경제나 문화에 빠질 수도 있고..."

-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어른들과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은솔: "또래 학생들에게는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SNS 또는 본인의 성향에 맞는 이야기만 듣고 반응하기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접해서 판단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른들에게는 아까 영진이가 말했듯 우리의 지금 교과서를 다시 한 번 보아달라고 하고 싶다. 또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욕을 하거나 나이를 앞세워 의견을 관철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좌파 선생이나 좌파 언론에 선동 당했다고, 여론몰이 당했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찬성 주장과 반대 주장 모두 근거를 접하였고, 진보/보수 언론 둘 다를 본 뒤 내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

영진: "또래친구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이게 뭐 하는 것이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시위하는 것을 보고 '국정교과서'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조금 더 살펴봤으면 한다. 우리가 배울 교과서이기 때문에 이 주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이럴 시간에 공부나 해라"와 같은 이야기를 욕을 덧붙여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국정교과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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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역사교과서 국정화 회귀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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