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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점이나 실패를 덮어 발각되지 않게 이리 저리 주선하여 감추기만 하는 계책이라는 뜻의 미봉책. 대전시 백로서식지의 대책을 마련하는 서구청의 태도를 단정적으로 정리하면 미봉책이다.

지난해 남선공원에서 대규모 벌목(약 500주)으로 백로를 쫓아냈던 서구청이었다. 서구청은 올해 다시 서구 내동중학교 인근에 찾아온 백로떼 해결책으로 벌목을 준비하고 있다. 백로떼 악취와 먼지 등의 주민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벌목을 선택한 것이다.

서구청은 이로써 지난해에 이어 수십년된 나무를 또 벌목하는 반환경 지자체가 될 예정이다. 서구청은 10월부터 내년까지 현재 내동에 찾아온 백로서식지 주변의 나무 70%를 벌목할 계획이다. 때문에 내동중학교에 찾아온 250여 쌍의 백로는 이제 또 다른 서식처를 찾아야 한다. 다른 대안은 검토해 볼 여유도 없다.

9월 30일 현재 대부분의 백로는 이주를 한 상태다. 따라서 주민들이 그동안 격었던 악취와 소음 분진 등도 소강기이다. 내년 1월 다시 백로가 찾아올 때까지 여러 가지 준비를 진행한다면 벌목이 아닌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있다. 하지만, 주민들과 서구청은 벌목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진행하겠다고 한다.

벌목으로 '백로 민원' 해결? 그게 최선은 아니다

지난해 벌목했던 남선공원. 서구청은 대규모 벌목으로 백로를 쫓아냈다.
 지난해 벌목했던 남선공원. 서구청은 대규모 벌목으로 백로를 쫓아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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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살아가는 주민들의 고통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나무를 베는 방식은 대전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벌써 4번째 벌목이다.

남동쪽 사면을 선호하는 백로의 서식특성상 남동쪽에 위치한 나무들이 모두 벌목되어야 벌목을 멈출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벌목이 백로서식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그동안 4번의 벌목으로 이미 입증되었다. 서쪽과 북쪽 사면에도 번식한 사례가 여러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대전의 숲이 남아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벌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 기사 : 고고했던 백로, 이제 어디로 갈지)

이번에 벌목을 강행할 경우 백로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분산하여 번식하도록 관리하고 적당한 지역에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 타겟지점을 명확하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벌목으로 숲이 사라지면 내년에 백로들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적정한 유도나 유인 관리를 위해 번식지를 찾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남선공원 백로 사태이후 올 초 백로 서식지를 모니터링 진행했었다. 하지만, 내동의 백로 서식지를 찾아내 방어하지 못했다. 때문에 내년 번식 예상지점을 확인할 수 없어 이를 분산하거나 관리하는 시스템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할 수밖에 없다. (관련 기사 : 생태도시 대전, 백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용어 설명
* 정착방해 : 백로들 서식처에 번식을 하지 못하도록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맹금류 설치, 허수아비 등등)
* 정착유도 : 백로들을 주민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행위. (소리를 틀거나, 모형설치)
시기를 놓쳐 내년에 다시 주택단지 인근에 대규모로 번식하여 자리잡게 되면 주민들의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현재 진행중이다.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이은재 박사는 정착을 방해하는 유도장치를 설치하고 특정지역에 번식을 유도하는 방안 등을 검토 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벌목하지 않고도 주민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도해 볼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조류는 귀소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내년에 내동으로 다시 찾아오면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벌목으로 백로가 내년에 다른 곳으로 떠난다면 타겟지점이 없기 때문에 내년에도 시행이 불가능하다.

정착방해-정착유도 등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정착방해와 정착유도 등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제안한 여러가지 방법들.
 정착방해와 정착유도 등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제안한 여러가지 방법들.
ⓒ 대전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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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대로 현재 내동중학교에 찾아온 백로는 대부분 번식지를 떠난 상태이다. 내년 1월까지 여러 가지 방법이나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것이다. 때문에 대전시가 추진중인 용역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하고 이조차 불가할 경우 벌목이나 간벌을 택해도 된다. 하지만 서구청은 현재 있는 나무의 70%를 벌목하겠다는 계획이다. 최후에 선택할 벌목을 제일 먼저 시행하는 꼴이다. 더욱이 지난해처럼 간벌 수준이 아닌 대규모 벌목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더 큰 문제이다.

다시 숲이 자리를 잡는 데 10여 년을 기다려야 한다. 간벌이후 혹시 모를 산사태나 홍수 위험은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도 걱정이다. 내년에 또 백로가 대전에 찾아온다면 분명 주택가 인근이 될 것이다. 백로의 서식특성을 살펴보면 사람을 천적(삵, 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 할 수 있는 공생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목으로 내동에 온 백로를 모두 쫓아내기 보다는 개체수를 100마리 내로 조절하여 소규모 서식지를 유지시키는 방안이 더 현명하다.

소규모 그룹으로 번식지를 분리하여 악취와 먼지, 소음 등을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조정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착방해와 정착유도의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여 백로의 수를 조정할 수 있는 수요관리가 필요하다. 때문에 주택과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착방해정책이나 번식을 준비하는 핵심기간에 대한 모니터링과 조사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핵심 서식지는 보호하고 주변에 서식할 수 없게 하는 방법을 통해 주민피해가 없는 규모의 백로 집단을 산정하고 수요를 관리하는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방법 역시 현재 서구청에서 대규모 벌목을 진행한다면 시행이 불가능한 일이다. 내년에 다시 백로가 주택단지로 찾아온다면 그때도 이런 방법은 시행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서구청이 벌목이라는 나쁜 선례를 두 번이나 남겼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논하는 것 자체가 피해주민들에게만 차별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진행한 선례를 따라 달라는 주민요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대규모 벌목 민원을 양산한 것이다.

차라리 백로가 대전을 떠나 다른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서식하기를 바란다. 3대 하천(대전천, 유등천, 갑천)이 건강해져서 다시 돌아온 백로는 이제 3대 하천을 떠날 처지에 놓여 있다. 시민들이 3대 하천에서 아름답게 날개짓하는 백로의 모습에 즐거워하며 느끼던 만족감은 이제 바라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이런 심미적 가치를 벌목 하나로 모두 날려보냈다. 이 모든 책임은 벌목을 강행한 서구청과 이를 방기한 대전시에 있다.

내동에 서식하여 번식을 거의 끝낸 중대백로가 날개짓을 하고 있다.
 내동에 서식하여 번식을 거의 끝낸 중대백로가 날개짓을 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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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구청, #내동,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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