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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탄방동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새가 있다. 탄방동 주택가 인접하여 2014년 2월부터 집단으로 번식을 시작한 백로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 100여 마리에 그쳤던 백로 개체수가 올해 1000여 마리로 급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백로류 중에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5종이 번식했다. 대전 이외에도 여러 도시에서 번식한 사례가 있지만, 대전처럼 주택가와 인접하여 둥지를 튼 곳은 남선공원이 거의 유일하다.

카이스트 내 야산에 2000년대 초부터 번식하던 백로 떼(약 500쌍)가 야산의 나무를 솎아베기 하면서 2013년 바로 옆 궁동의 녹지대로 번식지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유성구에서도 민원 때문에 벌목을 진행하면서 올해 남선공원을 찾아온 것으로 생각된다(관련기사 : 고고했던 백로, 이제 어디로 갈지.)

이로 인해 주택가와 인접한 남선공원으로 번식지가 이동되면서 주민들이 배설물로 인한 악취와, 깃털날림현상, 소음 등의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이런 민원 때문에 남선공원을 관리하는 대전 서구청은 결국 지난달 26일~9월 1일까지 소나무를 비롯한 나무 약 250그루를 벌목했다. 남선공원에 백로는 다시 한 번 번식지를 떠나야 힐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8월 12일 모니터링에서 만난 백로의 모습이다.
▲ 번식지에 이소를 준비중인 백로 8월 12일 모니터링에서 만난 백로의 모습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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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청 환경과에서는 아기 새들의 이소(둥지를 떠나는 일)가 되지 않은 시점인 8월 4일부터 벌목을 시작하려해 새끼들의 대량학살이 발생할 뻔했다. 다행히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로 현장조사를 통한 벌목이 지연되면서,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게 됐다.

벌목된 희말라야시다.
▲ 약 40년된 희말라야시다가 벌목된 모습 벌목된 희말라야시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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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벌목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데 있다. 벌목을 해서 새들이 남선공원을 다시 찾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경우 같은 민원과 벌목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에 백로의 대규모 집단서식지가 형성된 것은 대전의 3대 하천 인근에 먹이가 풍부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백로 서식처의 보전은 대전의 생태적 건강성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기다.

해오라기가 번식에 실패해 죽어 있는 모습
▲ 벌목현장에 죽어있는 해오라기 해오라기가 번식에 실패해 죽어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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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청은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환경단체와 조사를 진행하면서 벌목규모와 시기 등을 조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지난 8월 26일 일방적으로 벌목을 시작하면서 벌목되는 나무의 수령과 둥지수와 종수 등의 기초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향후 다른 지역에 서식처가 조성될 경우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기초자료는 이제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전문가와 함께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 백로 현장모니터링중인 모습 전문가와 함께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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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이라는 사태로 다시 천덕꾸러기가 된 백로는 이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내년에 찾아온 지역이 또 다시 벌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전의 경우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녹지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지 못하고 섬처럼 남아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체 서식지를 찾는 것 자체가 힘들다. 도시개발의 경우 생태계와 개발부지의 완충녹지나 네트워크 형성을 전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인 것은 대전시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남선공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대전발전연구원에서 남선공원 백로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가 있었다.

2015년 대전을 찾아올 백로들에 대한 대안 마련을 위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장기적인 백로서식처 모니터링과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약 250주의 나무가 벌목되었다.
▲ 백로서식지에 벌목된 나무들의 모습 약 250주의 나무가 벌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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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와 조류전문가들이 결합하여 장기적 대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매우 잘한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남선공원의 백로서식지에 대한 대책 마련과 장기적으로는 대체 백로서식지 조성이 계획됐다. 여러 번의 벌목에 의해 서식처를 잃어버린 백로가 2015년에는 안정적인 서식처를 확보하여, 생태도시 대전의 랜드 마크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태그:#남선공원 백로, #집단서식지, #대전환경운동연합, #벌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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