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월 목포항구축제에서 동춘서커스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목포항구축제에서 동춘서커스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이영주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26일 목포항구축제 행사 중 하나로 '동춘서커스단(단장 박세환, 72)'의 공연이 펼쳐졌다. '동춘서커스단'의 목포 공연은 10여 년 만이었다. 관람객은 2천여 명이 운집했다.

이날 동춘서커스단의 공연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서커스단인 '동춘서커스단'을 그 태동지인 목포에 정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커스 전용 극장 건립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었다.

동춘서커스단은 1925년 조선인 박동춘이 일본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다 일본인의 횡포와 냉대를 견디다 못해 독립한 후 30여 명의 조선 사람들을 모아 창단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들은 연습 과정을 거쳐 1927년 전남 목포시 호남동에서 첫 무대를 올렸다. 1960~1970년대는 동춘서커스의 전성 시대였다. 동춘 소속 단원들만 250명이 넘을 정도로 서커스가 호황을 누렸다.

특히, 서커스에만 그치지 않고 <이수일과 심순애>, <어머니>, <검사와 여 선생>, <불효자는 웁니다>, <홍도야 울지마라>등의 신파극으로 서민의 애환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여기에서 영화 배우 허장강, 코미디언 서영춘을 비롯해 배삼룡, 백금녀, 남철, 남성남, 장항선씨 외 가수 정훈희에 이르는 수많은 스타가 배출됐다.

이렇듯 동춘서커스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찾아 유랑하며 나라 잃은 서민의 애환과 고통을 해학으로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침체기를 겪으며 동춘서커스단은 전국을 떠돌았다. 그러다 지난 2011년부터 안산 대부도에 가까스로 터를 잡았다.

그러나 가설 천막으로 된 공연장은 시설이 열악해 영세성을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박세환 단장은 고령으로 후배들에게 안정적인 서커스단을 물려주고 싶은 바람이 컸다. 이 같은 상황을 접한 목포시의회 최기동 의원은 지난해부터 동춘서커스단 관련 시정 질의를 회기때마다 하며 시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목포시의회 최기동 의원 "서커스 프로그램 등 협의"

최기동 목포시의원
 최기동 목포시의원
ⓒ 이영주

관련사진보기

최 의원은 "목포에서 태동한 동춘서커스를 유치해 목포KBS스포츠홀을 서커스전용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가칭 '도전 서커스'라는 고정 프로그램으로 만들자는 계획이 KBS 내부적으로 긍정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목포KBS스포츠홀은 3천여 명이 입장 가능한 규모지만 수 년째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안에 대해 박홍률 시장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목포시에서는 동춘서커스 박세환 단장을 비롯한 건축 및 도시디자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목포KBS스포츠홀을 살펴봤다. 그 결과 건물 안전은 문제 없고 서커스장 활용으로도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뒤이어 목포시는 지난 3월 동춘서커스를 직접 방문해 운영 현황과 서커스단 측 요구 사항을 파악했다.

동춘서커스단도 '목포시립동춘서커스 상설 극장 운영기획서'를 준비하는 등 떠돌이 생활을 마감하고 정착할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후 추진 논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은 목포시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했다. 최 의원은  "한국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태양의 서커스'는 1984년 캐나타 퀘백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됐는데 이제는 단원 1200명,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하는 세계적 기업이 됐다"며 "동춘서커스도 문화 관광 상품으로 가치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목포시 측이 공연 문화의 파급력과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동춘서커스 박세환 단장
 동춘서커스 박세환 단장
ⓒ 이영주

관련사진보기

최 의원은 "가칭 '도전 서커스' 프로그램이 고정 프로그램으로 제작되면 (이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날은 유명 연예인들을 보기 위해 몰려오는 숫자가 엄청날 것이다"라며 "국내 최고 수준의 볼거리 제공을 통해 목포시 관광 문화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사회도 '동춘서커스단'의 목포 정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예술 단체 관계자는 "흔히 예향 목포라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 이 작은 소도시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고, 목포시는 합창단 교향악단 무용단 등도 시립으로 운영하고 있다. 동춘서커스단을 목포시립서커스단으로 운영한다면, 전국에서도 특별하고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목포시 측은 "다각도로 검토중 이다"라고 밝혔다. 목포시 관계자는 "목포KBS스포츠 홀을 전용 극장으로 만들면 유지 운영비 부담이 크다"며 "각종 기념관이 있고 상징성이 있는 삼학도에 상설 공연장을 세우는 방안과 유달산에서 고하도에 이르는 해상 케이블카가 추진되면 고하도 유원지에 종합예술공연장을 만들어 동춘서커스의 정기 공연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라고 밝혔다.

동춘서커스 박세환 단장은 "사실 몇 곳의 지자체에서 제의가 들어오기는 했다"면서 "나도 이제 나이가 들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할 시기다. 목포에서 불러주기만 한다면 동춘서커스를 내 고향이자 서커스단의 고향인 목포에 정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목포에서 숙박이나 식사, 물품을 구매하고 영수증을 가져오면 입장료를 반값 할인하고 세계적 서커스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목포의 관광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동춘서커스, #목포, #박세환, #최기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