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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 비리 수사가 6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검찰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기소하면서 이들의 무리한 투자 판단이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불러왔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들과 자원 외교 핵심 인사들과의 연결 고리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자원 외교 부실에 대한 책임을 두 공기업 사장에게만 묻게 된 셈이다. 그 윗선인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자원외교 특사였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의적 판단으로 5천억 원대 손해... 단독으로 가능?

17일 검찰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기소하면서 이들의 무리한 투자 판단이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불러왔다고 결론 내렸다.
 17일 검찰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기소하면서 이들의 무리한 투자 판단이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불러왔다고 결론 내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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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17일 자원외교 수사를 마무리 하며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을 국고 224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경남기업을 압수 수색하면서 시작된 검찰의 자원 외교 수사는 김 전 사장의 기소로 6개월 만에 이뤄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2010년 3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에서 철수하려던 경남기업의 지분을 고가에 매입해 212억 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제성 검토 없이 강원도 양양철광 재개발 사업에 12억 원을 투자해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강 전 사장은 정유 업체 하베스트와 그의 자회사인 날(NARL)을 아무런 가치 평가나 검증 절차 없이 매입(4조 6천억 원대)하는 바람에 5천억 원대 국고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대상 중 하나였던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주 전 사장은 2009∼2011년 수익성을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캐나다 엔카나사의 혼리버·웨스트컷 뱅크 탐사 광구 지분 및 캐나다 MGM사의 우미악 광구 지분을 매입해 7천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 측은 "가스 가격 하락으로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했지만 투자 전 적정한 평가 절차와 내부 검토를 거쳐 배임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무혐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원 외교 자찬했던 이명박, 이상득은 꼬리 자르기?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24일 국회 자원외교 국조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 "강영원 사장은 최 장관이 지시했다, 정부의 사전보고 없이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했다"며 "실제로 40억 달러가 넘는 사업에 지경부의 반대가 있었으면 못했을 것이다. 최 장관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성과를 내야 하니까 (인수를) 반드시 성사시켜라 이렇게 한 것 아니냐"고 따져묻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09년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사의 자회사인 '날'(NARL)을 인수할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직을 맡고 있었다.
▲ 최민희 "최경환, 하베스트 인수 책임져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24일 국회 자원외교 국조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 "강영원 사장은 최 장관이 지시했다, 정부의 사전보고 없이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했다"며 "실제로 40억 달러가 넘는 사업에 지경부의 반대가 있었으면 못했을 것이다. 최 장관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성과를 내야 하니까 (인수를) 반드시 성사시켜라 이렇게 한 것 아니냐"고 따져묻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09년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사의 자회사인 '날'(NARL)을 인수할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직을 맡고 있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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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공기업 수장 이외의 윗선 개입 의혹은 전혀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사실 자원 외교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정권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뒤 자원 외교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걸며 4%대의 에너지 자주 개발률을 임기 내 25%까지 끌어 올리려 했다. 그의 뜻에 따라 국가의 재정·행정·인력 등이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동원됐다.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시나 승인 없이 공기업 단독으로 이같은 대규모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자원 외교를 추진했던 이들에 대해서는 솜털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당시 주무부처 장관인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와 자원 외교 순방을 다녔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자원 외교 특사로 임명된 이상득 전 의원 등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최경환 부총리에게는 서면 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검찰은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 부총리는 당시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강영원 전 사장에게 단순 보고만 받고 "잘 검토하라"는 원론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그 외의 책임 추궁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기업 사장들의 무리한 투자 판단에 책임을 지웠다. 석유공사의 경우 자문사 평가의 적정성, 인수 이후의 유가 변동 등 각종 변수와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검증 없이 수조 원대 인수를 강행했다. 검찰은 "하베스트 인수 결정 및 계약 체결까지 내부 논의 검토 없이 단 4일 만에 이뤄졌다"면서 "공사 감사실, 이사회, 국내외 언론 등 인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고를 무시한 채 독단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 배경에 "의사 결정을 감독하거나 통제하는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석유공사의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 경영위원회, 이사회 등 단계별 통제 장치가 존재했다. 하지만 사장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였고, 투자 성사를 위해 절차적으로 추인하는 역할에 그쳤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기업의 대규모 투자 사업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예비 타당성 심사 절차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기업 사장의 재량권을 이사회 의결 사항으로 두거나 외부 인사를 포함한 별도의 심의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자원외교,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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