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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일 공개된 국제앰네스티의 '성매매 비범죄화 결정'과 관련해 성매매 종사자인 루시엔(25)씨를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만났다. 성전환자 여성으로서 약 3년간 성매매에 종사해 온 그에게 성매매에 종사하게 된 계기, 성매매 방지 특별법에 관한 생각, 그간 살아온 삶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진 사용, 개인 정보 공개와 관련해 미리 루시엔씨의 동의를 얻었다. 또한 루시엔씨의 의견이 모든 성매매 종사자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어느 성 노동자의 고백 ①] "졸업 앞둔 고3의 협박, 도움 청할 수가 없었다"

트렌스젠더 루시엔
 트렌스젠더 루시엔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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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소개와 함께,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말해달라. 
"저는 1991년생, 한국 나이 25세로 모 대학교 법학과 2학년 재학 중이다. 현재 업소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영업 중인 성 노동자다. 저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주로 성 소수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 고객은 거의 다 남성으로 'MSM(Male who have sex with male)'이라 부른다. 게이이면서 상대방에게 페니스가 달린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제가 성매매를 하는 이유로는 금전적인 이유가 제일 크다. 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데, 이런 꼴(이날 루시엔씨는 가슴이 깊게 파인 윗옷과 치마를 입고 왔다-기자 주)로 가서 아르바이트 자리 달라고 하면 주겠나. 그래서 저처럼 성매매하는 트랜스젠더가 매우 많다. 2006년 시행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자료에도 이런 상황이 자세히 나와 있다."

- 성매매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2012년 겨울쯤에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다. 당시 저는 여성화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혼자서 화장하고는 인터넷에 올리며 자랑하곤 했는데, 한 남성분이 만나자고 하더라. 저는 데이트처럼 생각하고 야외 카페에서 만났는데, 그분이 '바로 모텔로 갈 줄 알았다'면서 놀라더라. 별로 나쁜 사람 같지 않아서 '얼마를 주려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당시 평균 시세에 대해서 말해줬다. 나쁠 것 같지 않아서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했다. 그렇게 관계를 끝내고 대화를 오래 나눴고, 돈을 받고 나니 과거에 다른 일을 했던 기억이 나더라.

제가 남성으로 살 때 야간 택배 상·하차 일을 했다. 송파구 가락시장부터 천안까지 오갔는데 하루 일당 8만 원이었다. 금액은 별 차이가 없는데 노동 강도가 다르지 않나. (처음 만난) 그 사람과 대화하는데 그도 행복해하며 좋다고 하고, 일하는 나도 재미있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택배 일을 할 때는 온종일 트럭 뒤에서 검은 매연을 맡으며 말없이 기계처럼 일만 했는데, 사람다운 일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업소에 소속되는 건 싫었다. 내가 일해서 번 돈을 남과 반 이상 나눠야 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 가족에게도 성 노동자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나.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 부모님은 제가 트랜스젠더인 것은 알고 계시지만, 제가 따로 성 노동자라고 말씀드린 적은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제 평소 옷차림이나 그런 건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 일명 '스티브 잡스' 패션이랄까."

트렌스젠더 루시엔
 트렌스젠더 루시엔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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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본인은 '성매매가 합법화될 경우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만약 성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받고자 한다면 이 또한 감수하고 싸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는 처벌 대상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현재 법적 지위가 낮으므로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성이 커서 어쩔 수 없이 숨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와 같이 성매매가 완전히 비범죄화 된다면(실제 호주 NSW주는 1995년경부터 비범죄화된 사례다-기자 주), 차별을 받더라도 이를 신고할 수 있다.

제 경우 2012년 호주에서 잠시 공부한 적이 있는데, 거기선 성매매 종사자 또한 차별받아선 안 되는 노동자로 평가받았다. 그래서 제가 한국에 돌아와 성매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기서 사귄 친구들에게는 아무 문제 없이 얘기할 수 있었다. 실제 호주에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많고, 이런 가정이 유튜브에 '성매매를 하는 우리 가정은 이렇게 산다'는 식으로 영상을 찍어 올린 사례도 있다."

- 한국에서 시행 중인 성매매 방지 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생각은.
"반대한다. 이 법이 제정된 게 2004년이다. 당시에는 대한민국 형법에 인신매매 죄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2013년 이 법 조항이 신설됐다. 따라서 그 당시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서 성매매 특별법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 필요가 없어졌다. 인신매매 죄 자체가 신설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 따로 있는데 왜 굳이 특별법을 둬야 하는가.

그리고 성매매 특별법에 의해 성매매 종사자의 삶이 나아졌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없다. 적어도 제가 알기론 관련 법에 의해 구제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왜냐하면, 피해자로서 구제되려면 일단 자신이 성매매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초기 어떤 강압적인 과정이 있었으며, 이 강압이 성 판매를 시키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입증해내야 한다. 

딱 하나 좋은 것은, 성매매 종사자가 업주에게 빚을 졌을 때 이를 무효로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 이는 업주와 종사자가 직접 거래해야만 적용되는데, 요즘은 업주들도 머리가 좋아서 꼭 중간에 제3자를 끼거든. 그러면 이 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

- 본인 주장에는 '불가피하게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많은가. 
"글쎄, 불가피하다고까진 할 수 없겠지만 주어진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거다. 저 같은 트랜스젠더에게는 취업 차별도 심하다. 만약 트랜스젠더란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안 주는 상황이 사라진다면,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저 또한 이 일을 안 할 수도 있을 거다.

한편 성매매 특별법 위헌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 논리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돈을 쉽게 번다, 산업 구조를 왜곡시킨다'라는 건데, 저는 이 논리도 잘못됐다고 본다. 사실 경제인으로서 쉽게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편하게 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잖나. 이런 건 성매매 쪽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트렌스젠더 루시엔
 트렌스젠더 루시엔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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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실제 성매매 관련 사건 사고에서 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여성이다. 여성을 보호할 필요도 있지 않나.
"그런 문제는 비범죄화를 통해 사건을 신고하면서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관련 범죄들은, 이미 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신고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범죄자들에게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단어가 좀 그렇지만, 창녀에게라도 무조건 먼저 동의를 구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또 김강자 전 서울종암경찰서장은 성매매를 생계형과 비생계형으로 나눠 다르게 보던데, 저는 그게 더 위험하다고 본다. 이건 생계형이든 아니든,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는 건 똑같다는 면에서 문제가 없다. 생계형이 비생계형보다 나은 점은 또 뭔가. 동정심을 얻는다는 것? 이건 어떤 측면에서 볼 때는 가난을 강요하는 게 아닌가 싶다."  

- 본인 의견대로라면, 성 상품화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편인가. 
"저는 성 상품화도 좋다고 본다. 성 자체도 훌륭한 재화라고 생각한다."

- 성매매가 마약 판매처럼 공공에 유해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비약이다. 성매매를 규제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선량한 정통성을 해친다'고 얘기하던데, 이것도 말이 안 된다. 막말로 제가 난잡한 생활을 한다고 해서 옆집 순돌이가 난잡해지나? 그건 아니지. 그건 그 집 가정 교육 문제다.

성매매에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일례로 부부나 연인 사이에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할 필요가 없어질 거다. 만약 결혼 후 남편(또는 부인)이 하고 싶은 성적 행위, 예를 들어 항문 섹스라고 하면 현재는 상대를 구워삶거나 강요해서 해야 한다. 그러나 성매매를 통해 그런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면 굳이 서로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미성년자들도 성 구매가 가능해진다면, 지금과는 달리 미성년자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기 전에 숙달된 성관계 연습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콘돔과 윤활젤 사용 등 더 안전한 섹스를 먼저 학습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10대 미혼모 비율이 줄어들 거라고 본다.

- 그를 위해 이미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영상 자료로 교육한다고 해도 실습 교육과는 다르다. 오이에 콘돔을 씌우는 것보다는 실습해보는 게 도움이 될 거다. 콘돔을 올바르게 쓰는 법을 아는 것도 굉장히 실습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앰네스티, #성노동자, #성매매 종사자, #성매매 특별법, #성전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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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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